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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채 Feb 15. 2024

어제는 따스했지만, 오늘은 매서운

날씨 입장문

대부분 개체들은 풍토와 기후에 적응해 가며 살아가는데, 몽골에 사는 사람이든 영국에 사는 사람이든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든 변덕스러운 날씨는 적응이 안 되는 거다. 

옷을 껴입고, 장화를 신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도. 


어제 운동을 갔다. 겨울 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 두 번 겨우겨우 운동을 하다가 오랜만에 이틀 연이어 운동을 갔다. 순전히 날씨 때문이었다. 살랑살랑, 말랑말랑해지고 무언가 오고 있는 그런 날씨. 

봄 옷 꺼내기는 망설여져서 아직 남은 추울 날을 대비해 세탁소에 차마 맡기지 못한 패딩 앞섶을 풀어헤치고 운동을 나섰다. 10분 정도 걷는 동안 방방방 뜀걸음이 된다. 불과 연휴 전까지만 해도 골골 거리며 이불밖으로는 나오지 않았었는데 마음이란 게 이렇다. 나는 무슨 생각에서건 일할 마음이 나서 쿠팡알바도 신청해 놨다.  


새벽에 눈이 떠졌다. 불안을 잠재우려고 숏폼을 보다가, 일용직을 신청해 놓은 쿠팡알바 걱정에 관련 영상도 좀 찾아보았다. 그러다 코가 시려 몸을 일으켰다. 어제 꺼둔 보일러를 켜놓고 우두커니 앉아서 벽을 보고 있노라니 어제의 나를 반성한다. 기분에 취했던 나를. 날씨는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비, 눈이 올 예정이란다. 


어제는 따스했지만, 오늘은 매서운. 

나는 혼잣말처럼 날씨를 억까(억지로 까다)하다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날씨 입장에서 이게 이럴일인가. 그(날씨)는 그저 저 하는 대로 하는 것인데. 

휘둘리고 흔들리고 이리저리 갈팡질팡 어지러운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어제는 따스했고, 오늘은 매서운. 

사실 이 문장이 맞는 문장이 아닐까, 나는 이제까지 나대로 하지만, 그랬지만, 어쩔 수 없지만 하며 억지로 억지로 까내리기만 해 온 것은 아닐까. 


오늘,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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