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버섯을 살마음은 없었다. 뭘 먹을지 정해두고 장을 보기도 하지만, 뭘 해 먹을지 별다른 고민 없이 그날그날 좋은 식재료로 장을 보는 날도 있다. 목적 없이 서성이다가 매대에 양송이가 눈에 띄었다. 희고 뽀얀 양송이들이 가지런히 팩에 담겨서 나를 데려가세요. 하는 것만 같은.
양송이를 바구니에 담고 보니 뭘 해 먹을지 더 고민이 되었다. 집에 와서 재료들을 늘어놓고 레시피를 뒤적거린다.
팩에서 양송이버섯 네 개를 꺼내 둥그스름한 대가리를 씻었다. 맨질맨질 오동포동하니 한 손에 쏘옥 들어온 버섯을 만져보기도 하고 눈으로 보기도 하니 기분이 좋았다. 맛있다는 생각보다는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도마에 두고 썰기도 전에 사진부터 찍는다. 맨질맨질한 아가의 볼 같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버섯에 한껏 감정이입하다가 문득 나를 관조하는 자세로 너도 참 버섯만큼 인간을 사랑하면 어때라고 반문이 든다.
요즘 나는 점점이(아주 찔끔찔끔) 글을 쓰고 있는 데 글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별다르게 세상이나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것도 같다는 생각때문이다. 이런태도로 글은 써서 무엇하리. 의문과 자조를 오가다보면 써놓은 문장들이 와리가리 말이 되지 않고 떠돈다. 어쩌다가 세상을 보는 시선이 점점 무감해지고 냉담해져버리는걸까. 나조차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전을 읽으며 사라져 가고 꺼져가는 내 안의 불씨들을 되살리려 하는데도 잘되지 않았다. 그런데 양송이를 쓰다듬다가 애정이 새록새록 생겨나더니 급기야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순두부찌개 속에 동동 떠서 예쁘게 썰어진 양송이를 보며 먹기 아까워. 하고 생각하다가 한참만에 한 숟가락을 들어 입에 넣고 음미해 본다. 따뜻하고 말캉한 한숟가락. 마음을 녹여버린다. 그래 삶에 대한 태도, 쓰는 자의 태도란 이런것은 아닐까. 양송이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