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by 한지연



꽃은 나를 욕하지

못 볼 걸 본 듯.

꽃은 나를 피하지

제 몸에 내가 엉길 듯.

대지를 태우는 저 둥근 눈부심을 피해

시궁창 같은 검은 구덩이 속으로 숨어버렸다고

그게 나라고 하지.

그래서 더럽다고 하지.

그러나 꽃이여

너는 아는가.


네 볼 때 곰팡내 나는 여기

시커먼 어둠 속에서

촉촉한 흙과 달큰한 이슬

보드라운 바람과 둘러 손잡은 내가

네 잘난 척 내리깔며 설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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