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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Jul 04. 2022

상담 대학원에 가기 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주의: 기대와 다소 다를 수 있음

※ 본 글은 일반대학원 내 설치된 상담 관련 전공(심리학과 내 상담심리학, 교육학과 내 (교육)상담/상담교육, 상담학과 내 상담학 등)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은 전문성을 갖춘 상담사가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입니다. 이는 ‘연구’‘실무’ 모두를 중시하는 상담 분야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심리상담사법의 법제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상담사로 활동하려면 최소한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 업계의 대전제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 역시 전문성 있는 상담사로 성장하고자 대학원에 갈 준비를 시작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정작 상담 대학원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저 대학원에 가면 공부도 하고, 상담 수련도 하리라는, 대학원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을 잘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무난히 자격증을 딸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지요. 그렇게 어영부영 대학원에 들어오고 나서야 가기 전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을 비로소 알게 되어… 이에 대해 나누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대학원에서 제공하는 상담 수련 경험은 학교마다 꽤나 다릅니다


(공신력 있는) 학회 자격증은 상담사로 인정받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격으로, 보통 한국상담심리학회한국상담학회라는 양대 학회에서 발급하는 상담사 자격증을 지칭합니다. 이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1) 학부 또는 대학원에서 일정량의 상담 관련 과목을 수강하고 2) 개인상담, 집단상담 참여, 심리검사 실시 등과 같은 상담 수련 요건을 충족한 후 3) 시험과 면접을 통과해야만 해요. 상담 대학원에서는 코스웍과 더불어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에 필요한 상담 수련 경험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으나, 이러한 경험의 양과 질은 학교마다 꽤나 다르답니다. 프로그램 인증제(accreditation)가 자리 잡은 미국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을 졸업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수련을 마친 것으로 여겨져 곧바로 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지만… 한국은 인증제는커녕 표준화된 교육과정마저 없다시피한 상황이라, 지원자가 스스로 수련 요건을 부지런히 채워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학교는 교내 상담센터에서 수련 경험을 비교적 충실하게 제공하고 있으나, 수련생에게 수련비 명목의 돈 수십만 원을 별도로 받아요. 또 어떤 학교는 교내 상담센터에 수련생을 위한 자리가 없으며, 수련 경험 또한 극히 일부만 제공하고요. 또 다른 어떤 학교는 수련비를 내지 않고도 교내 상담센터에서 수련생 신분으로 개인상담을 진행할 수 있게끔 하고 있으나, 수퍼비전이나 공개사례발표 등은 외부에서 따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대학원에서 제공하는 상담 수련 경험의 양은 곧, 학교 밖에서 보충해야 하는 수련 경험의 양과 직결됩니다. 학생에게 수련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학교에 가게 되면, 대부분의 수련 요건을 학교 밖에서 채워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돼요. 여기에 드는 돈과 시간은 오로지 수련생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고요. 이렇듯, 대학원 과정 안에서 제공되는 상담 수련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를 아는 것은 지원자 입장에서 매우, 매우 중요하지만… 정작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대학원은 전무한 수준입니다. 그렇기에, 해당 대학원의 재학생이나 졸업생에게 그곳에서 상담 수련 경험이 얼마나 제공되고 있는지 확인한 후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바랍니다. 


사전에 확인할 것: 취득하고자 하는 자격증의 수련 요건을 확인한 후, 대학원에서 이와 관련해 어떤 경험을, 얼마나 제공하는지 파악하기. (가능하다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원의 재학생, 또는 근시일에 졸업한 졸업생에게 정보 구하기.




학회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추가적인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학회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기본 요건 중 하나인 수퍼비전(supervision)을 예로 들면, 수퍼비전은 대개 학교 밖에서 스스로 자기와 잘 맞는 수퍼바이저를 찾아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일정량의 수퍼비전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지만, 학회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에 필요한 요건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학교 밖에서 수퍼비전을 받으려면 보통 회당 5-1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상담심리사 기준) 2급의 경우 최소 8회, 1급의 경우 최소 50회를 받아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요. 즉, 수퍼비전을 받는 데에만 최소 수십에서 수백에 이르는 돈이 필요한 셈이죠.


수퍼비전 말고도, 집단상담 참여(집단원 경험)에는 각 집단에 최소 20만 원 내외, 상담심리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공개사례발표에는 회당 최소 25만 원 내외의 돈이 들어요. 학교 내 설치된 상담센터에서 수련을 진행할 수 있다면, 내담자를 구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간혹, 상담센터에서 수련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사설 상담센터에 수련생으로 들어가 내담자를 배정받거나, 인터넷 등지에서 개인적으로 내담자를 구해 상담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어요.
돈도 돈이지만, 시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수퍼비전은 보통 1시간쯤 진행되고, 이를 위한 서류를 준비하는 데에는 최소 2-3배 이상의 시간이 들어요. 집단상담 참여(집단원 경험)는 대개 15시간을 기준으로 하고요. 개인상담, 심리검사, 접수면접 각각에 드는 시간 또한 2급 기준으로도 수십 시간에 달하며, 상담심리사 2급 자격증은 개인상담 경험을 최소 1년간 지속할 것을 요구합니다. (52주간 상담을 가급적 공백 없이 매주 1회 이상 진행해야 함)


2급 자격증은 상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자격에 해당하기에, 이를 취득하지 못하면 졸업 후 상담사로 취업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요. 이때는 보통 모자란 요건을 채우기 위해 대학교 상담센터의 무급 수련이나, 사설 상담센터의 유료 수련 프로그램(약 100-200만 원 가량)에 등록하게 됩니다. 거칠게 말해, 뭘 해도 돈이 든다고 생각하면 돼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간 예상치 못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도 있겠죠. 그러니,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에 드는 별도의 시간과 돈을 어떻게 충당할지 생각해두기 바랍니다. 


사전에 확인할 것: 최소한 2급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적 비용을 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이를 어떻게 충당할지 생각하기.




향후 몇 년간 굉장히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대학원은 학부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연구’를 배우는 곳이라고들 해요. 한편 특수대학원, 전문대학원과 같은 곳에서는 연구보다 실무에 초점을 둔 교육이 이루어지는 편이지요. 대부분의 상담 대학원은 과학자-임상가 모델(scientist-practitioner model)에 입각해 연구와 실무 둘 모두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상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따라서, 상담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기본적인 상담 수련과 더불어 학업, 상담 연구 수행을 동시에 요구받게 됩니다. 상담도 하고, 수업도 듣고, 연구도 하고, 논문도 쓰고, 수퍼비전도 받는 삶이 대학원 생활 내내 이어지는 셈이지요. 그러다 보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백문여 불여일견.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울 테니, 몇 년간 이어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 필요한 체력과 시간관리 기술이라도 잘 갖춰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현재 교내 상담센터에서 개인상담 3사례를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매주 4시간씩 이루어지는 집단상담에 코리더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교내 상담센터 데스크에서 주당 15시간씩 일하고 있고요. 그 외에도 외부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젝트 하나, 내부에서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 하나를 동시에 수행하는 중이에요. 학기중에는 이 모든 일정에 더해 4개의 수업에서 주어지는 과제와 시험 등을 모두 소화해야 했습니다. 그 외에 수퍼비전, 공개사례발표 참관, 각종 교육과 워크숍 참여, 기타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는 데에 드는 시간을 합하면… 평일의 전부, 주말의 일부(혹은 대부분)를 대학원 생활에 쓰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네요.  


사전에 확인할 것: 학업과 수련,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체력과 시간관리 기술을 갖추고 있는지, (갖추고 있지 않다면) 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 혹 생계를 위해 일이나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 시간과 에너지 안배에 대한 계획을 꼼꼼히 세워두기.




대학원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상담사로서 공부해야 할 내용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상담사는 상담 역량을 증진하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야 합니다. 차라리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라면 남 탓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대개 상담 과정에서, 또 수퍼비전을 받으며 스스로 역량 부족을 느껴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마저도 불가능하지요. 수련과 관련 없는 알짜배기 교육이나 자발적 책 모임, 교육집단 등을 순회하다 보면, 언젠가 전문가로 훌쩍 성장한 나를 마주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후 상담사로 취업한 후에는 해당 조직의 특성에 대해 배우고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기업상담, 학교상담, 군상담 등과 같은 특화 분야에 대한 공부가 죽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지요. 내담자 특성 또한 대학원이나 수련 경험만으로는 배우기 어려운 것에 속합니다. 청소년, 아동, 다문화가정 자녀, 성소수자 등과 같은 내담자 집단의 고유한 특성을 잘 알고 있어야 상담 또한 잘 진행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워크숍과 교육을 꾸준히 찾아듣게 될 수밖에 없어요. 또한, DBT와 같은 비교적 최근의 상담 이론과 기법을 제대로 배우려면, 완수하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요구하는 전문 워크숍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하고요.


물론, 취업 후 공부를 놓고 상담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 변화가 빨라진 만큼 지식 또한 너무나도 빨리 변하기에 예전에 맞다고 여겨졌던 것들도 지나고 보니 틀린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지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그에 맞는 상담을 제공할 수 있을 텐데… 글쎄요. 더군다나,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도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담사가 이미 차고 넘치게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현명한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공부는 곧 상담사 정체성의 일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므로, 상담사가 되고 나서도 적당량의 돈, 시간, 에너지 등을 공부하는 데에 쓰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사전에 확인할 것: 자신이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상담사로 활동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돈과 시간, 에너지를 갖추고 있는지 점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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