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서칭부터 인터뷰까지
※ 기존에 발행했던 글을 좀 더 간결하게 다듬었습니다.
※ 추후 이어질 연재글에서 각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예정입니다.
미국에 가본 적 없는 토종 한국인으로서 유학을 가는 데에 유리한 구석이라곤 전혀 없었던 나. 그럼에도 남들보다 석사과정을 늦게 시작했다는 이유로, 대학원 생활과 유학 준비를 동시에 병행하는 길을 섣불리 선택하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지만… 비슷한 길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전체적인 타임라인을 톺아보고자 한다.
2023년 1월 초 – 9월 말
미국에 있는 상담심리학과 상담사교육 프로그램의 수를 합치면 얼추 170개가 넘는다. 이 많은 프로그램 중 지원할 프로그램을 정하려면, 각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다음 나와 fit이 잘 맞는지 판가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프로그램 서칭이라 하는데, (따로 시간을 들이지 말고) 뭔가가 잘 안 될 때 기분 전환 겸 동기 부여를 위해 틈틈이 하는 것을 권장한다.
프로그램마다 정보를 제시하는 방식이 천차만별로 불친절한 까닭에, 마치 사혼의 구슬을 모으는 느낌으로 웹사이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1) 나의 연구 관심사에 부합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교수가 있는지, 2) 지원 시 충족해야 할 요건이 무엇인지, 3) 프로그램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확인했다면, 프로그램 서칭을 잘 마쳤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1월 초 – 3월 초
GRE는 미국의 대학원 입학시험이며, Verbal(V), Quant(Q), Analytic Writing(AW)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Verbal으로, 대부분의 수험생이 평균 이상(보통 150점대 초중반)의 점수를 목표로 삼는다.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최소 3,000개 이상의 단어를 외우고 1,000개 이상의 기출문제를 소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녹록지 않은 탓에 대부분 학원을 다니며 스터디에 참여하는 편이다.
GRE 준비 기간은 최소 2개월이며, 영어에 대한 기본이 부족할 경우 3개월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 할 수도 있다. 한편 요즘은 지원 시 GRE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7-80%에 달하는 상황이라, GRE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영어에 자신이 없다면 TOEFL을 준비하며 기본기를 다진 후 GRE를 준비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을 권장한다.
2023년 3월 초 – 4월 초
TOEFL은 미국 유학 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공인 어학시험으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TOEFL 역시 대부분의 수험생이 학원을 다니거나 인강을 들으며 준비하며, GRE와 마찬가지로 스터디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GRE를 준비하고 난 후라면 TOEFL 읽기와 쓰기쯤은 껌으로 느껴질 것이기에, 추가로 준비할 필요 없이 듣기와 말하기 점수를 높이는 데에만 집중하면 된다.
2023년 5월
CV는 미국에서 통용되는 이력서다. CV의 내용과 형식에는 제한이 거의 없지만, 대학원에 지원할 때는 학업용(academic) CV 양식을 활용해야 한다. 관심 있는 교수의 CV를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유학 간 선배가 제출했던 CV를 참고하는 것을 권장한다.
2023년 6월 초 – 8월 말
컨택은 지원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의 희망 지도교수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는 절차를 지칭한다. 정해진 내용은 없지만, CV와 함께 1) 내가 누구인지, 2) 연구 관심사가 무엇인지, 3) 당신과 내가 어떤 면에서 fit이 잘 맞는지 설명한 후 이번에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정도면 충분하다. 나와 아무리 fit이 잘 맞는 교수여도 그 해에 학생을 선발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으므로, 컨택을 통해 학생 선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교수마다 답이 오는 속도에 차이가 있으나, 늦게라도 답을 주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꼭! 컨택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2023년 7월 초 – 8월 말
추천서는 지원자의 다양한 일면을 타인의 입장에서 전하는 증언과 같다. 그러므로 가급적 최근에, 최소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나와 뭔가를 같이 한 사람에게 추천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래야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지원자를 잘 그려내는 구체적인 내용이 추천서에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서 각각에 담길 내용이 중복되지 않게 하려면, 추천인이 되어달라고 요청할 때 어떤 내용에 주안점을 둔 추천서가 필요한지 미리 설명하는 것이 좋다. 이때 추천인이 참고할 만한 추천서 초안 또는 들어가야 할 내용의 개요를 함께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2023년 7월 초 – 8월 말
SOP는 일종의 자기소개서로, 미국 대학원 입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서류다. SOP 또한 CV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나, 대개 1) 연구 관심사, 2) 이전 연구 경험, 3) 향후 희망 진로, 4) 해당 프로그램 지원 이유, 5) 희망 지도교수 및 포부와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다. 상담 관련 분야에서는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적 배경이나 임상 경험도 비교적 중요하게 여겨지므로, SOP에 이를 적절히 녹여내야 한다.
유학 간 선배에게 요청하거나 구글링을 통해 참고할 만한 SOP를 확보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나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영어로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한국어로 쓴 다음 이를 영어로 바꾸는 것 또한 가능하다. ChatGPT를 쓰고자 할 경우, 영어로 쓴 문장을 자연스럽게 다듬는 선까지만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2023년 8월 초 – 2024년 1월 말
인터뷰는 원서와 제반 서류를 바탕으로 입학할 자질이 있다고 판단되는 소수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최종 입학생을 확정하기 위해 진행되는 마지막 입시 절차다. 다른 지원자에 비해 스펙이 부족하더라도 인터뷰를 잘 보면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서류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대로 인터뷰 준비를 일찌감치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터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던 무렵, 학교에서 진행되는 박사과정 인터뷰 준비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프로그램은 1) 인터뷰 팁에 대한 강의, 2) 예상질문에 대한 답안 구성, 3) 말하기 연습 및 피드백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인터뷰에 대한 감을 단시간에 끌어올릴 수 있었다.
2023년 9월 초 – 10월 중순
미국 대학원 입시에서 SOP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기에, 여러 번의 검토와 교정을 거쳐 보다 나은 SOP를 만드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유학원이나 전문 교정 서비스, 원어민을 통해 SOP를 교정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기서는 내가 활용했던 Ringle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Ringle은 이용자와 원어민 튜터를 연결해주는 영어 학습 플랫폼으로, 영어 회화뿐만 아니라 영어로 된 문서를 교정받는 데에도 활용 가능하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SOP를 교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튜터마다 실력이 천차만별이라 교정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내가 정착한 튜터는 학부 때 심리학을 전공한 덕에 SOP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고, 원어민 입장에서 어색하게 느껴지거나 글의 흐름을 저해하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바꾸는 데에 도가 튼 사람이었다. 과연 교정을 잘하는 만큼 인기 또한 대단해서, 2주 넘게 취소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교정과 별개로 유학 간 선배, 교수, 동료들에게 SOP를 보여주며 피드백을 구하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지원하고자 하는 과정에 재학하고 있는 선배가 전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해당 프로그램이 원하는 SOP를 작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23년 9월 초 – 12월 초
9월이 되면 차년도 입시를 위한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원서 마감일은 빨라도 11월이지만, 원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 어마무시하게 많기에 9월부터 원서 작성을 시작해야 한다. 프로그램마다 원서 마감일이 다르므로 이를 잘 체크해야 하며, 학교로 직접 보내야 하는 서류가 잘 도착했는지, 추천인의 추천서가 잘 접수되었는지 수시로 챙겨야 한다.
2023년 12월 중순 – 2024년 2월 초
원서 접수가 마무리되면, 미루지 말고 곧장 인터뷰 준비에 매진해야 한다. 원서 접수 마감 직후 인터뷰 요청을 보내는 프로그램도 있고, 공식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 희망 지도교수와 사전 1:1 인터뷰를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마다 인터뷰 절차와 일정, 진행 방식이 천차만별이므로, 요청을 받자마자 해당 프로그램에 재학중인 선배 또는 한국인에게 연락해 입시와 관련된 정보를 구하는 것이 좋다.
2024년 2월 초 – 4월 중순
프로그램마다 인터뷰 요청을 보내는 시기가 천차만별이듯, 결과 통보 시기 또한 천차만별이다. 이때는 The GradCafe라는 사이트를 밥 먹듯이 드나들며 결과 통보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게 된다. 인터뷰 요청조차 없었는데도 3월이 되어서야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경우도 있었고, 인터뷰를 본 후 이틀 뒤에 합격 통보를 받은 경우도 있었으므로…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매년 4월 15일은 전미대학원협의회에서 정한 결과 통보 데드라인으로, 대부분의 지원자가 그날까지 합격 offer를 수락할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 합격/불합격이 아닌 waitlist 통보를 받더라도 대개 이날까지 합격 여부가 결정되므로, 이때쯤 입시 절차가 마무리된다고 봐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