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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전 Aug 21. 2019

해군 장교 이야기 #1 해군 교육사령부

새로운 시작

초등군사반 교육

  나는 해군사관학교에서 4년 간의 장교 양성과정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했다. 해군 장교로 임관한 모든 소위들은 장교로서 기본 소양과 지식을 갖추기 위한 교육과정인 초등 군사반 교육을 실시한다. 초군반 교육은 해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 후에 바로 이어지는 첫 교육이자 직업군인인 소위로서 실무에 배치되기 전 실시하는 정규 교육이었다. 함께 임관한 동기들은 합동 임관을 마치고 며칠간의 휴가를 보낸 뒤, 진해에 위치한 해군 교육사령부에 들어가 교육을 받았다.


모든 해군은 교육사령부에서 교육을 받으며 탄생한다.


  교육사령부는 해군의 교육 및 교육발전을 담당하는 부대로서 해군이라면 반드시 모두가 거쳐야만하는 해군 양성부대다. 해군 교육사령부에서는 장교, 부사관, 병의 기초교육 및 정규 교육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나를 포함한 소위들은 교육사령부 내에서 교육을 받으며 숙소를 배정받아 또다시 영내 생활을 시작했다. 생도생활과 같은 영내 생활이었지만 장교들 자체적으로 운영이 되는 시스템이었으며, 결과에 대한 지적이나 훈련이 생도시절만큼 많지 않았기 때문에, 4년 간의 해군사관학교 생활과 비교하면 편했다. 초등 군사반 교육은 약 3개월 간 실시되었다.



해군의 교육제도

  우리 소위들은 교육사령부에서 초군반 교육과정을 통해 해군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배우고 공부할 수 있었다. 우리들은 해군의 작전, 기관, 조함, 무장, 군수, 정보 등과 같은 다양한 내용들을 각 분야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교관들에게 교육을 받고 실습하면서 해군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 쌓아갈 수 있었다. 나는 초군반 교육을 받으며 확실히 생도 시절 배웠던 해군에 대한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생도 시절에 배웠던 지식들은 개념적인 부분의 비중이 좀 더 컸다면, 초군반에서는 실무와 관련된 지식을 더 많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같은 내용에 대해 배운다고 하더라도 실무생활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소위들은 실제 배운 지식을 써먹어야 하는 입장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다보니 습득량의 차이도 있었다. 시험을 앞둔 학생이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집중력이 올라가듯이, 흐리멍덩했던 나의 집중력은 실무배치가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향상되어갔다.


초임장교들이 교육받는 모습, 실무 배치가 가까워질수록 집중력은 향상된다.


  해군 장교의 정규 교육은 기간도 짧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해군에서는 소위로 임관한 장교들을 대상으로 3개월 간의 초등 군사반 교육을 실시하며, 대위가 되면 해상전 고등군사반 교육을 약 4개월간 실시한다. 그리고 소령이 되면 해군대학에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상위 계급으로 올라갈때마다 교육은 계속되는데, 해군 장교들에게 공부는 실무능력을 배양하는 좋은 수단이자 장교로서 능력 계발을 위해 꾸준히 해야 하는 의무가 된다.


해군대학 전경, 공부는 끝이 없다.


  현실적으로 교육과정에서의 성적은 군인들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며 이후 진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초군반 시절부터 성적을 관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도 한다. 특히 소령 진급을 앞둔 대위들의 해고반이나 중령 진급을 앞둔 소령들의 해군대학 교육의 경우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경쟁이 첨예하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초군반에서는 함께 임관한 동기들끼리 경쟁하지만 해고반과 해군대학에서는 동기들을 포함하여 선후배들과 함께 경쟁하기 때문에 선배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보고 싶다는 마음과 후배보다 못한 성적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경쟁의식이 더해져 더욱 학업에 정진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선의의 경쟁은 서로를 발전시키는 좋은 양분이 된다.


  초군반에서 같이 교육을 받았던 ROTC 동기들의 경우, 직업군인으로서 군 복무를 계속하기를 희망하는 동기들과 전역을 희망하는 동기들 사이의 간극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장기 근무로 분류되는 사관학교 출신의 동기들과 장기 복무를 희망하는 ROTC 동기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편이었으며, 단기 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생각하는 동기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학업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ROTC 동기들의 경우, 기본 의무복무기간은 2년이기 때문에 장기 자원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장기복무를 신청해야 했고 이 또한 경쟁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생활의 변화

  장교가 되고 초군반 생활을 하면서 생활은 크게 변화했다. 항상 주어졌던 밥을 사 먹어야한다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부대 안에서 걸어다닐 때도 대열을 갖출 필요 없이 편하게 걸어다닐 수 있었일과가 끝난 후에는 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영내 생활을 하면서 주말에 외출, 외박을 나가는 상황은 변함없었지만 사관학교 내에 있던 3금 제도로부터 해방되어 주말이 되면 동기들과 맥주를 한잔 마시고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나에게는 큰 행복으로 다가오곤 했다.



사관학교 3금제도, 금주, 금연, 금혼


  사관학교의 3금제도는 술, 담배, 결혼을 금지하는 사관학교의 규율이자 전통이다. 이 중에서 술과 담배를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긴 하지만, 장교가 되면서 공식적으로 규율에서 벗어나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자유롭게 음주를 할 수 있었다. 생도 시절 담배 피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었는데, 초군반 생활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동기들이 상당수가 되는 것을 보면서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와 그들이 그동안 고생했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현실성에 대한 부분 때문인지 사관학교에서도 음주 금지 제도는 사라졌다고 한다.


  사관학교 출신의 소위들은 학군단 출신의 동기들과 같은 방에 배정되어 생활하게 되었다. 새로운 동기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내게는 새로운 자극이었내가 초군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즐겁게 느꼈던 점 또한 그들과 함께 생활한 부분이었는데, 그들과 함께 방을 쓰면서 다양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들을 그들로부터 듣고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통해 학군단 생활과 대학생활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대학생활을 해본 적이 없기에 대학교에서의 자취생활과 아르바이트 경험, 수업방식과 연애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물어보고 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일반 대학생활을 조금이나마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나는 학군 동기들의 자유로운 사고가 좋았다. 어쩌면 그들의 자유로운 사고라기보다는 사관학교 출신의 획일적인 사고로 인한 상대적인 차이를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지만 그들과 대화하면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며,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고 3개월의 교육기간이 끝날 즈음에 우리는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초군반 기간동안 나와 함께 같은 방을 사용했던 동기는 현재 내 삶에 가장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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