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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전 Aug 22. 2019

해군 장교 이야기 #2 DDH-979 강감찬함

바다 위에 서다

희망 함정 조사

  나는 초등군사교육 과정을 수료하기 전 승조를 희망하는 함정으로 구축함 DDH-2급에 지원했다. 생도생활과 초군반 실습 교육 등을 통해서 여러 함정을 경험해봤던 소위들은 각자 자신이 근무해보고 싶은 함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소위들은 장교로서 군 생활의 시작을 함께하는 첫 함정이기에 각자 자신의 원하는 함형과 원하는 근무지역을 양식에 맞추어 제출했으며, 자신이 희망하는 함정에 탑승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간절함에 바다가 응답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지원했던 DDH-2급 구축함 강감찬함에서 전기 부분을 담당하는 전기관의 직책을 수행하게 되었다.


바다 위를 항해 중인 해군 구축함의 모습, 다양한 구역에서 경비와 훈련을 실시한다.


  우리나라에서 '바다의 방패'인 이지스함 다음의 전력으로 구분되는 구축함은 많은 동기들에게 타고 싶은 경쟁의 대상이었다. 구축함은 대한민국 주요 해상전력으로서 최신 무장들과 과학기술로 도배된 해군의 주력함정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배울 수 있는 부분도 많고 개인의 경력 부분에서도 큰 강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강감찬함을 타보니 규모가 큰 함정이었기에 시설과 근무환경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었고 나는 개인적으로 함정에 걸맞훌륭한 간부들 많아 함정과 조직이 운영되는 시스템 또한 체계적이었기 때문에 배울점이 많아 좋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두 명의 동기들과 함께 강감찬함에 배치되었기 때문에 좋은 동기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것 또한 행운이었다. 함정이 결정되고 난 뒤 설레는 마음과 함께 나의 첫 실무 생활은 시작되었다.



구축함 지원

  내가 다른 많은 함정들 중에서도 구축함에 지원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해외로 파병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유엔 안보리 결의에 근거하여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에 청해부대를 지속적으로 파견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또한 청해부대로 파병 중인 최영함이 이루어낸 성과 중 하나다. 해외 파병 경험은 군 생활을 알차게 하고 싶었던 나에게 좋은 경험이자 경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며, 수당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배정받은 강감찬함은 초군반 수료 당시 청해부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중에 있었기 때문에 '청해부대'로서의 파병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나는 강감찬함이 대한민국으로 복귀하는 두 달 정도의 기간을 같은 급의 대조영함에 배속되어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운명의 장난인지 대조영함은 다음 청해부대로 결정되어 내가 강감찬함으로 복귀한 뒤 한 달 후에 소말리아로 파병을 떠났다.


소말리아 해상, 훈련중인 UDT 대원들


첫 실무 생활

  내가 분대장으로 있었던 전기직별은 함정의 운용과 동력을 담당하는 기관부에 속해있었고 기관부에서 전기직별은 함정에서의 발전 및 전기 관련 장비를 담당했다. 나는 강감찬함 전기관이었고 대조영에는 이미 내 동기가 전기관으로 배정받았기 때문에 나는 내 동기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우리 둘은 장비와 관련된 지식과 전기관의 업무에 대해 함께 배워나갔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환경이었지만,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동기가 항상 곁에 있다는 사실은 마음의 위안과 함께 즐거운 함정생활 여건을 마련해주었다.


  대조영함의 선배들은 내가 단기간 근무하고 강감찬함으로 돌아갈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같은 직책에서 일하는 동기와 함께 다니며 일을 배우고 처리하긴 했지만 새로운 일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정신없고 바쁜 동기와는 다르게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여유가 있다 보니 자발적으로 선배들의 업무를 도와주기도 하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알아가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선배들은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오히려 좋게 생각해주어서 어느 순간 의도치 않게 내가 대조영함 내에서 세가 훌륭한 소위로서 거듭나게 된것은 행운이었다.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동기가 있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이었는데, 실제 고생은 동기가 훨씬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상황이 잘 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나의 대조영함 생활이 그에 해당되었던 것 같다.


강감찬함 행사 중 찍은 사진, 얼짱각도


  대조영함의 선배들은 모두 재미있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업무를 하면서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항상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퇴근 후에는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선배, 동기들과 즐겁게 생활다. 나는 그렇게 대조영함 생활을 마치고 강감찬함으로 복귀했다. 나는 대조영함에서 업무를 조금씩 배웠기 때문에 강감찬함에서의 생활에 상대적으로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강감찬함의 선배들 또한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항상 웃으면서 생활할 수 있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두 함정의 분위기와 업무 스타일을 모두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들게 느낄 수도 있었던 나의 첫 함정생활은 과분할 정도로 좋은 추억을 많이 남긴 채 행복한 기억으로 마무리되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행복의 열쇠가 된다.



첫 출동임무

  나는 대조영함에서 내 인생의 첫 출동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생도 시절부터 함정을 타고 항해를 해봤고 초군반 교육을 통해서도 실습을 하면서 항해를 해봤지만, 확실히 나의 직책을 부여받고 항해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정상적으로 함정이 운용되기 위한 나의 역할과 책임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기관부로서 함정의 아랫부분에 위치한 기관부에서 당직을 섰다. 기관의 추진을 담당하는 주기실장, 보수를 담당하는 보수관 선배와 함께 3직제로 번갈아 당직 임무를 수행해가면서 새로운 생활리듬에 몸을 맞추어야 했고 경비임무를 수행하며 다양한 상황 속 전투배치 훈련을 지속적으로 연습하면서 나는 조금씩 함정생활에 적응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관식사와 함정문화, 부서원 관리 등 직책과 맞물려 부하를 지휘하는 장교로서 가져야 하는 마음과 태도 또한 실제 함정생활과 출동임무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해군 기동전단 구성도, 독도함을 중심으로 이지스함, 구축함, 잠수함, 헬기, 항공기가 배치된다.


  처음 출동을 나가면서 앞으로 내 인생에서 배를 얼마나 오래 타게 될까라는 궁금증을 가졌던 적이 있다. 해군으로서 배를 탄다는 것은 일상과 같은 것이지만, 육지가 아닌 바다 위의 구조물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오랜 시간 해군 생활을 한 선배들과 전우들이 대단하다고 느다. 그리고 이제는 나 또한 그런 함정 생활에 적응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앞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할 바다와 함께 나의 시간은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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