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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25. 2019
해군 장교 이야기 #3 인간관계 능력
모든 능력의 기반 '인간관계'
실무 생활
나는 생도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해군 생활을 접해볼 수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실무에서의 해군 생활은 많이 달랐다. 공문처리, 문서작성, 부하에 대한 업무 지시 및 확인, 상관에 대한 보고, 직장동료와의 관계, 당직, 장비운용 등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업무들이 지속적으로 마주했으며, 새로운 환경 속에서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었다.
실무에서는 업무처리능력, 전문성, 의사소통능력, 문제 해결 능력, 리더십 등 다양한 종류의 역량이 요구된다. 내가 첫 실무생활을 강감찬함에서 일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은 큰 행운이었다. 대한민국 해군의 주요 전력인 구축함에서 근무하는 선배들은 능력을 인정받아 구축함으로 발령받은 장교들이었기에 그들의 업무 처리능력, 업무 태도, 상관과 부하 대원들과의 관계, 성품 등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그들이 어떻게 해군 장교로서 인정받고 부하로부터 존경을 받는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통해 배운 중요한 가치들은 이후 내가 다른 직책을 수행하며 해군 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실무 생활에서는 전문성, 문제 해결 능력과 같은 업무능력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 리더십과 같은 인간관계 능력이 자연스럽게 요구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모든 업무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관계 능력은 모든 능력의 가장 기반이 되는 자질이 되며, 업무능력 또한 인간관계 능력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인생에서도 인간관계 능력은 행복한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는 인간관계 능력을 키워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강감찬함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장교로서, 후배로서, 분대장으로서 함 승조원들과 나의 역할과 위치에 맞는 관계를 정립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노력하게 되었다.
사관학교는 인간관계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정신과 시간의 방'이다.인간관계 능력을 갖추고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독립적인 영역 안에서 내가 스스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기에 반드시 타인과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문제점을 찾고 이를 해결해나가야 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 관계와 관련된 문제는 개개인의 다양한 가치관과 성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매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스무 살 때부터 사관학교에서의 조직생활은 내가 인간관계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부딪히면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훈련장이었다. 그래서 나는 해군사관학교를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가장 큰 가치가 인간관계라고 말한다.
인간관계의 종류
우리가 학창 시절을 살아오면서 형성하는 인간관계는 주로 감정을 공유하는 '감정적 관계'다. 가족과 친구들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가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접하게 되는 '업무적 관계'는 감정적 관계에 이해관계가 추가되어 조금 더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는데, 업무적 관계와 같이 공동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형성된 관계에서는 성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그 관계가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감정적인 관계와 업무적인 관계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발휘 하는 것이 중요한데, 상황에 따라 이를 적절하게 발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인간관계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관계를 지니고 태어나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사회초년생을 비롯한 많은 직장인들은 감정적 관계에 익숙하기 때문에 업무적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의 사회초년생들은 학창 시절까지 공부를 제외한 영역에서 타인과 이해관계로 얽힌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업무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서툴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감정적인 관계로 상대방을 대하지만, 상대방은 나를 업무적인 관계로 대하는 경우가 생기면 상호간의 인식의 차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고 힘들게 하는 상사이지만 개인적으로 대화하면 나쁜 사람 없는 이유가 이런 관계를 대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동의 목적을 성취하면서 조직 내에서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감정적 관계와 업무적 관계의 기준점을 잘 정립하고 얼마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 중요해진다. 내 감정과 행동의 주체는 나 자신이기에 내가 직장 동료들과 감정적으로, 업무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이를 적절하게 조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 속에서 개인이 기준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경우, 마음의 상처를 받아 사람을 불신하고 회피, 배척하거나 반대로 모든 것을 이해타산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하는데, 둘 중 어느 경우도 조직원 간 좋은 인간관계 형성과 조직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힘든 일도 웃으며 이겨낼 수 있다.업무가 아무리 힘들어도 같이 일하는 사람과 좋은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면 잘 이겨낼 수 있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힘들다고 느끼는 경우는 대부분 일이 힘들다기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정서적인 교감이 주가 되는 감정적 인간관계를 토대로 그 위에 직책과 조직의 성격에 따라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형성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업무를 꾸준히 성실하게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일을 행하는 주체의 자존감과 인정, 감정적인 풍요로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긍정적인 인간관계는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플립'의 한 장면, 인간관계는 궁극적으로 행복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