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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전 Sep 23. 2019

해군 장교 이야기 #16 삶의 전환점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깨닫다

다시 얻은 삶의 여유

  국군 정보사령부에서의 나의 직책은 주요 업무였던 장비 인수와 공정회의 참가, 지침서, 교안 작성과 관련된 업무를 제외하고는 바쁘지 않았다. 장교 생활 4년 차에 얻을 수 있었던 생활의 여유는 해군사관학교의 순항훈련과 같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삶의 태도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주었다.


  처음 두 달간은 다른 것을 시도할 겨를도 없이 바빴던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가 생겼다는 생각에 마냥 좋아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쉬는 것도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따분해졌다. 바쁜 생활 속에서 휴식은 삶의 건강과 활력을 주지만, 휴식이 지속되면 삶은 나태해지고 무력해진다. 바쁘게 사는 삶이 오히려 삶을 더욱 활기차고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운동

  다시 찾은 삶의 여유 속에서 시작한 다양한 시도 중 첫 번째는 운동이다. 잠수함 교육을 받던 시기에 헬스, 수영, 골프 등 여러 운동을 꾸준히 했고 그 운동의 효과로 삶에 나타났던 활력과 가벼워진 몸에 대한 긍정적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잠수함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하지 못했던 운동을 다시 해보기로 했다. 나는 달리기, 웨이트를 꾸준히 하면서 그 양을 조금씩 늘려나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신체적으로 좋은 몸과 건강을 얻을 수 있었고, 가벼워진 몸과 자신감은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며, 조금씩 강도와 양을 늘려가면서 얻는 성취감 또한 내 자신감과 자존감을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운동 후에 흘리는 땀은 상쾌함과 보람을 주었고 나태해지는 마음을 이겨내며 꾸준히 하게 된 운동은 나 자신을 이겨내는 자기 관리이자 나 자신을 통제하는 경험이 되었다.


  사람은 건강한 신체 속에서 건전한 사고와 긍정적인 생각, 마음의 여유를 키워나갈 수 있다. 이때 시작한 운동은 전역 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습관이 되었고 나는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변화하는 내 일상의 변화와 선순환을 직접 실감하면서 평생 꾸준히 운동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UDT 훈련 사진,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공부

  나는 두 번째로 공부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취업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공부를 한다. 취업 이후에도 공부는 지속되는 경우가 많지만, 공부를 하는 이유가 나 자신의 개인적인 발전과 성장보다는 시험이 있어 공부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공부로 집중되어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고 직장에 취업하게 되면 오랜 시간 공부를 해야만 했던 상황에 질려버린 사람들은 소모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더 이상 공부를 통한 자기 계발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관학교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공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상과 다르게 공부는 다시 내가 해야만 하는 의무가 되었으며, 임관하여 장교로 근무하는 동안에도 해야 하는 공부는 지속되었다. 꾸준히 공부를 했지만 나를 위해 공부한다기보다는 해야만한다는 의무감이 더 컸었던 것 같다. 해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순항훈련을 하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해 준비를 다짐했었던 것을 상기하며 나를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학습은 미래에 선, 면, 공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하나의 점이 된다.


  나는 다양한 분야에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사 자격증, 한국어 능력 평가, 컴퓨터 활용능력, 워드프로세서, 토익 등 여러 자격증과 성적을 얻기 위해 하나씩 공부했다. 이런 자격증과 성적이 미래에 나의 스펙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것은 내 사고력을 확장에 도움을 주었고 이는 또다시 호기심으로 이어져 더 많은 학습으로 이어졌다. 때로는 모르는 부분을 찾아 천천히 공부를 하기도 하고, 재미없는 부분은 넘기기도 하면서 공부 자체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다.


  학습을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지식은 현재 사용될 수 있는 지식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어느 순간에 언제든지 활용될 수 있다. 많이 안다는 것은 그만큼 더 넓은 폭에서 다양한 변수를 토대로 사고를 가능하게 하며, 꾸준한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사고는 마음의 여유와 자신감으로 승화된다. 내가 자격증을 따면서 얻을 수 있었던 조그만 성취감들은 삶의 활력과 자신감을 가져다주었고, 평생 학습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책과 강연

  이어지는 세 번째 시도는 내가 책을 읽고 강연을 듣게 된 사실이다. 책과 강연은 한정되어있는 우리의 삶 속에서 여러 삶을 느끼고 체험하며 살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는 책과 강연을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나간다.


난 어느 순간부터 부대 안의 강연에서 졸지 않게 되었다.


  책과 강연은 다른 사람이 오랜 시간을 거쳐 얻을 수 있었던 삶의 교훈과 통찰력을 배울 수 있도록 해준다. 다른 사람이 책을 쓰고, 강연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만들고, 대사를 쓰고, 공부하는 그들의 노력은 적게는 수시간에서 많게는 수일, 수십 년, 평생에 걸친 경험과 학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과 강연을 통해 그들의 오랜 투자를 통한 재산을 겨우 몇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며, 반복적으로 읽음으로써 내 삶에 녹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내 삶에 적용시켜 변화시키느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책과 강연을 통해 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때 이후로 나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와 관심 있는 주제와 관련된 책과 강연 영상을 종종 본다. 세상의 훌륭한 사람들이 책을 항상 가까이했다는 사실은 나에게 귀감이 된다.



메모

  네 번째는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학습과 독서, 강연을 듣는 것을 시도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 중 하나는 사람의 기억력은 유한하며 금방 망각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후로 항상 공책을 들고 다니면서 겪은 일이나 느낀 점을 일기로 쓰기도 하고 문득 떠오른 생각에 대해서 적거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서 적게 되었다. 나는 책과 강연을 보고 정리를 하면서 꾸준히 공책에 내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며 채워나가기 시작했고, 이렇게 한 장씩 채워나갔던 공책은 어느새 여러 권이 되어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나의 재산이 되었다.


해군들이 사용하는 해군 수첩, 업무 중 항상 활용했다.


  메모를 통해 종이에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나의 생각과 감정은 더욱 정리되고 구체화된다. 그리고 나의 깨달음과 생각을 적어놓고 이를 다시 읽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메모는 정립된 생각을 장기기억과 무의식의 영역으로 전환시키는 기회를 준다. 메모는 내가 얻은 지식을 담아두는 것과 동시에 내가 얻은 지식을 통해 내가 변화하도록 만드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축적되어온 산물이다. 과거의 나에게 일어난 다양한 사건과 경험을 통한 지식과 생각은 하나씩 쌓여 현재의 내가 되었다. 그리고 메모는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와 대화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소통방식이다. 나는 과거의 내 메모를 통해 과거의 나에 대해서 알고 이를 통해 현재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과거에 문제였던 부분이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것에 스스로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으며, 과거와 현재의 나 사이의 충돌 속에서 새로운 사고의 확장과 함께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는 곧 사람에 대한 이해이며, 사람에 대한 이해를 지칭하는 인문학은 우리 삶의 인간관계, 사업, 투자, 심리 등 사람에게서 이루어지는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인문학을 가장 잘 공부할 수 있는 표본은 나 자신이다. 우리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기를 수 있으며, 다양한 경험 속에 나를 노출시키고 이를 되돌아보는 과정을 통해서 끊임없이 성숙하게 된다. 메모는 정보의 저장 역할이 아닌 지혜의 실물이다.



삶의 전환점

  생활의 변화 속 내가 얻을 수 있었던 시간과 여유는 내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고 운동과 학습, 독서와 강연, 메모 등을 꾸준히 하면서 생기는 꾸준한 자극은 내 사고의 폭을 확장시키고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내 무의식에 반영되어 내 말과 행동의 변화로 이어졌으며, 내 언행의 변화는 외부의 피드백의 변화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나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내 삶에 활력이 생기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체감하면서 이를 지속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는 선순환이 생기게 되었다.


  내가 새롭게 시도했던 요소들은 내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핵심 습관이다. 그리고 이 습관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은 내 인간관계와 삶, 건강과 부, 행복을 이끌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정보사령부에서 얻을 수 있었던 생활 속 여유는 앞으로의 내 인생에 중요한 요소들에 대한 가치를 정립하고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내 삶을 바꾸어주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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