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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못난인형 Sep 09. 2020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몇 년간 큰이모 가족이 우리 집에 세 들어 살았다. 이모부는 당시 마을에 있던 육군 부대 부사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성격이 밝고 귀여운 얼굴이던 이모부는 개구쟁이처럼 장난기가 가득했다. 사랑이 넘쳐 자기 자식만큼이나 조카들도 고루 예뻐하고 가끔 부대 내 PX에 데리고 가서 맛난 과자를 사주기도 했다. 

"영숙아, 이리 가까이 와봐. 이모부 엉덩이에 뭐 묻었나 봐줄래?“

가까이 가면 여지없이 "부우웅~"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엉덩이에서 풍겨 나오던 고약한 방귀 냄새를 맡아야 했다. 가끔은 신기하게도 걸음을 뗄 때마다 "북 북 북…." 규칙적으로 소리를 내기도 했다.      


어렸던 우리와 젊었던 이모부의 모습이 엊그제같이 또렷한데 울 아버지 포함 이모부들이 하나같이 건강이 안 좋아 세상을 등졌으니 야속한 세월이다. 


지금은 내가 그때 이모부 나이를 넘었다. 이제 어느 한 곳 멀쩡한 곳 없이 노화가 뚜렷하고 괄약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아이들 앞에서 실수하면 아이들은 괴성을 지르며 각자 방문을 닫고 도망간다. 아이들은 기겁하고 나는 놀리는 재미에 강도가 세진다. 어렸을 적 이모부가 그랬던 것처럼. 밖에서는 조심하지만 가끔은 정신력으로도 통제 안 될 때가 있다. 나란히 걷던 딸아이가 나 대신 주변을 둘러보며 옆구리를 찌른다. 그리고는 조그맣게 핀잔을 준다. 

"엄마~"


오난산에 올랐는데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만 들릴 뿐 주위가 고요하다. 이때다 싶어 큰소리로 "뿡~" 후, 걸음을 걸을 때마다 "북 북 북 북…." 소리도 맘껏 낸다. 장난기 많고 사랑 많던 큰 이모부를 생각하며. 

'거참, 시원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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