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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위에 뿌리내린 자기 극복 의지 <뷰티풀 마인드>

씨네아카이브 53. 천재로 산다는 것 Part.2

by 마리 Nov 29. 2024

중차대한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면 “아인슈타인 IQ의 절반이라도 갖고 싶다”라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넋두리 삼았던 적이 있다. 특히 모태 수포자라 이과의 두뇌를 타고난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 어떤 동경심 같은 것이 생기도 하고, 미적분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은 탓에 ‘7살에 미적분을 풀었다’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저런 두뇌로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영재를 넘어 천재로 불리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골라봤다.


씨네아카이브 53. "천재로 산다는 것" 전문 읽기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론 하워드, 2001년 개봉


(이미지 출처: 네이버)(이미지 출처: 네이버)

<뷰티풀 마인드>는 1949년 발표한 박사 논문으로 신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실화를 그린 작품으로 실비아 네이사의 전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천재성으로 인해 점차 영혼이 황폐해져 가는 존과 그를 치유하기 위해 헌신하는 아내 알리샤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영화는 전기 소설에 가까운 원작에 ‘미스터리적인 구성’을 더한 각색이 돋보이는데 “치밀한 심리 묘사와 예기치 못한 반전을 통해 실존 인물인 존 내시의 삶을 토대로 새로운 픽션 세계를 만들어 냈다”는 평을 받으며 제74회 아카데미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존 내시(John Forbes Nash)는 게임 이론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린 천재 수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게임 이론에서 사용되는 개념 중 하나인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을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존 내시는 학업적 성취와 동시에 오랫동안 정신분열증에 시달린 비운의 천재로도 알려져 있는데 괴짜 천재의 면모와 정신병을 앓는 불안한 내면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존 내쉬 역은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로 깊은 인상을 남긴 러셀 크로우가 맡아 섬세한 표현력을 더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참고로 게임 이론 여러 경제 주체가 모여 의사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경제 주체들이 상호 의존성 아래에서 전략적 고려를 할 때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 탐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이자 응용 수학의 한 분야”다. 존 내시가 정립한 내쉬 균형 게임 이론에 사용되는 개념으로 게임의 경기자 모두가 상대방의 전략에 대해 최선의 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상황”을 지칭하는 것으로 “경쟁자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면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균형 상태로 상대방이 현재 전략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나 자신도 현재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해당 내용은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 사전을 참고했다. 평범한 나의 두뇌가 받아들이기로는 어떤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모두 최선의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면, 즉 모두가 내쉬 균형 상태라면, 해당 균형에서 이탈하여 다른 전략을 택하지 않는다는 말 같은데... 사실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ㅠㅠ)


(이미지 출처: 네이버)(이미지 출처: 네이버)

엘리트만 모이는 프린스턴 대학원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의 한 천재가 캠퍼스를 술렁이게 만드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존 내시다. 명석한 두뇌에 수려한 용모를 지녔지만 내성적이고 오만할 정도로 자기 확신에 가득 찬 괴짜 천재이기도 한 존은 자신의 기숙사 유리창을 노트 삼아 하나의 문제에만 매달리는데 바로 자신만의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 어느 날 친구들이 금발의 미녀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섬광처럼 스친 직관에서 ‘균형 이론’의 단서를 발견, 1949년 27장 분량의 논문을 발표하며 학계의 스타이자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떠오른다. 이후 MIT 교수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듣던 물리학도 알리샤와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결혼한다. 동시에 존은 비밀리에 진행된 소련의 암호해독 프로젝트에도 투입되지만 비밀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점점 소련 스파이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고 존의 삶은 예기치 못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뷰티풀 마인드>는 존 내쉬가 프린스턴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부터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되는 순간까지 다루고 있다. 플롯의 일부는 실화와 다른 부분도 있지만 학업적 성취가 정점에 이른 순간,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 순간, 암흑 속에서 고군분투하던 순간, 의지와 사랑으로 다시 일어서게 되는 순간까지 존 내쉬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은 모두 담겨 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들은 ‘현실과 망상’이라는 두 축으로 나뉘어 전개되는데 두 개의 축이 빚어내는 긴장감은 비운의 천재로 낙인찍혔던 존 내쉬의 내면에 집중하며 그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으로 다시 복권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마리’s CLIP:

“어쩌면 기적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일어나는 것일지도 몰라요.” - 알리샤

영화는 존 내시의 천재성 보다 정신분열증으로 황폐해진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에 집중하는데 평생을 시달린 환각과 환청에도 그가 학자의 길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천재성이 아닌 ‘의지와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존 내시는 아내 알리샤의 말처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정신병을 극복해 나가는 기적을 만들었는데 경제학을 비롯한 학문 전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던 연단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발견은 어떠한 논리나 추론이 아닌 사랑이라는 신비한 방정식이었다” 말한다. 어쩌면 영화의 제목이 이야기하는 ‘뷰티풀 마인드’는 사랑 위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자기 극복 의지가 아닐까.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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