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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는 어렵다.

큰아이는 올봄에 초등학교1학년에 입학했다. 아직도 아기 같은 큰아이가 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1학기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을 것이다. 2학기가 되니 적응이 되어서 등교하고 하교하는 모습이 신통하다. 


올 4월 즈음에는 같은 반엄마들의 모임이 있었다. 자기 계발모임에만 참석했던 나는 두근두근. 어떤 엄마들일까? 궁금했다. 같은 반엄마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5년 전 남편친구의 와이프인 p는 엄마들 모임에 푹 빠졌다. 낮에는 엄마들끼리 브런치타임을 즐겼다. 저녁에는 엄마들이랑 술도 가끔 마신다고 했다. 5년 전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던 나는 그 모습이 부러웠다. 

'나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엄마들이랑 만나서 브런치도 즐기고, 가끔 술자리에도 가야겠다.'


드디어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서 p엄마랑 함께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둘째 아이를 키우는 p엄마는 지혜로웠다. 육아면 육아. 요리면 요리. 살림이면 살림.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전업주부였다. 그녀와 함께 도착한 곳에 10명남짓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아이이름을 말하면서 "나는 00 엄마입니다." 순서대로 돌아갔다. 이런 자리가 좋았다. 아이반친구엄마들이랑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신이 난 나는 그때 말을 많이 했다. 3월에는 유치원연계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들었는데 차량기사님의 부상으로 우리 아이는 다른 수업을 신청해야 할 시점이었다. 친구엄마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니는 학원을 물었지만, 다닌다고만 할 뿐.. 더 이상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씩 만나는 S엄마가 돌봄을 추천해 줬다. 초등학교에 문의했지만, 신청기간이 끝났기에 중간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할 즈음 P엄마가 연락이 왔다. 엄마들끼리 이상한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의 근원은 미용실이었다. 5년 전 네일숍을 운영하면서 고객으로 방문했던 00 미용실 원장이었다. 언니처럼 생각하고 고민거리나 가족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내가 공부하는 것들, 내가 하는 일들 등등을 이야기하면서 친한 언니, 동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닌듯했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그렇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마음이 아펐다. 남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 근처 가까운 미용실은 다니지 말어. 그 여편네들! 할 일 더럽게 없네. 참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또 한 가지를 배웠다. 첫 만남에서 너무 좋다고 말 많이 하지 않기. 나 먼저 사람이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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