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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1아들의 받아쓰기

소소한 일상

어제는 몸이 안 좋아서 회사에 결근하려고 이른 아침에 실장님과 통화를 했다. 실장님은 그래도 출근했다가 조퇴처리를 하라고 했다.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회사라서 실장님의 말을 따랐다. 출근해서 막상 조퇴하려니 귀찮았다.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했다. 퇴근길에 큰아이의 전화가 왔다.

"엄마, 받아쓰기 100점 맞았어요. 집에 올 때 바나나랑 사과 사 와요. 먹고 싶어요."

"알았어. 빨리 갈게. 00아!! 오늘 잘했네. 우리 00 이가 쇠고닷!"


잠깐 시장에 들러서 큰아이가 먹고 싶다는 바나나와 사과를 샀다. 그리고, 시장 근처 둘째 아이의 어린이집에 들렀다. 아이를 하원시켰다. 한 손에는 과일봉지를 다른 손에는 둘째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왔다. 둘째가 아파트 벨을 눌렀다. 큰아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들어가자마자 큰아이는 받아쓰기 노트를 보여준다.

"엄마, 오늘 받아쓰기 시험 본 거예요. 오늘 100점 맞았어요."

"와!! 우리 00이 너무 잘했다. 매일 연습하니깐 좋아졌네. 잘했어. 우리 00이"


올봄에 큰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이는 한글을 반절정도 깨쳤다. 나머지는 학교에서 깨치겠지 하고 마음을 편히 먹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남편 덕분에 마음이 편했다. 올봄에 담임선생님과의 학부모면담을 하고 나서 다시 마음이 조급해졌다.

"00 어머니 이번에 입학한 아이들은 작년에 비해서 학습속도가 너무 빨라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글을 깨쳤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끼리 구구단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보이더라고요. 00 이는 1학년 수준인데, 다른 아이들이 빠르다 보니 00 이가 쳐지는듯해요. 가정에서 쓰기 연습을 많이 시켜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무거웠다. 유치원 때 00 넷공부방을 보냈지만, 피곤해서 자다 와서 석 달간 다니다가 끊었다. 지금은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매일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주말에는 쉬고, 평일에만 받아쓰기와 일기 쓰기를 시켰다. 많이 틀리던 글씨가 이제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아이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아이가 가는 길에 힘들고 어려울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서 갈 수 있는 아이. 나도 하면 되는구나를 느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항상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엄마는 우리 00 이를 응원해. 사랑한다."

잠자는 큰아이의 얼굴에 입맞춤을 해줘야겠다.


사랑한다. 진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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