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소녀 같은 원장님
우리 가족은 4개월 전에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왔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다 보니 새로운 곳에서도 적응을 하고 있다. 자주 가는 슈퍼마켓 사장님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이사 가서 제일 불편한 것은 미용실을 고르는 일이었다. 여섯 살 둘째 아이는 머리카락이 길어지면서 고무줄로 항상 묶어줬다. 어느 순간 묶는 머리가 아프다면서 머리방울을 빼기 시작했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미용실로 딸아이와 외출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70대 중반의 나이가 있으신 원장님이 계셨다.
"원장님, 단발로 잘라주세요."
"알았어. 애기엄마."
원장님은 면도칼을 들고 와서 아이의 긴 머리를 숭덩숭덩 잘랐다. 그리고는 이발기로 단발머리로 만들었다. 참. 신기했다. 이발기에서 소리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낯설고 무서웠는지 딸아이는 큰소리로 울기시작했다. 단발머리를 대충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00 미용실에 가지 않기로 딸아이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그런 사건이 있고 또, 다시 미용실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큰아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줘야 할 때가 되었다. 새로운 미용실로 들어갔다. 8평 정도의 미용실에는 50대 중반의 노란 파마머리의 원장님이 계셨다. 밝은 미소와 아이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았다. 결혼 전 소아과에서 근무도 해봐서 아이들 다루는 건 아주 쉽다고 하셨다. 아이도 편안해하고, 손도 빠르신 원장님이 좋았다.
원장님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자주 찾아간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제일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마음공부를 수년간 하셨다고 이야기했다. '감사합니다와 행복해~'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녀 덕분에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잠깐 미용실에 다녀왔다. 작년에 출간한 공저도서 한 권을 선물하고 왔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우리 원장님의 모습이 예쁘다. 나도 그녀처럼 더 밝은 모습,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
원장님 덕분에 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