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가진 엄마들에게선 종종 아들이 나중에 연애하게 되면 .... 이러이러 할 것이란 각오를 듣지만
같은 딸을 키우는 엄마들에게선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아직 없는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을 보면 유독 딸의 연애에 대해서는 대화의 주제로 삼고 싶지 않아 했던 것 같다.
오히려 딸 가진 엄마들에게서 종종 듣게 되는 말들 중엔
딸이 크면 결혼을 안 했으면 좋겠다라던지... 내가 손주를 봐줄 테니 일을 그만두게 하지 않겠다라던지...
하는 말들이 많았다.
가끔은 이런 말들이 나에겐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전업맘이 된 본인들이 포기해야 했던 것들을 상기하며 스스로 하는 결연한 다짐처럼 들린다.
나 역시 나중에 두 딸들이 크면 결혼이라는 걸 꼭 할 필요 없고 외롭다면 대체 가족을 꾸려 살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정도로는 생각하고 있지만 솔직히 이 문제는 아이들에게 100% 선택권이 주어진 미래이기 때문에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이 부질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사실 그보다는 아이들이 크면 어떤 연애를 할 것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 것인지에 대해 더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 것인가 ,내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 같은 것들을 조언해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이 있는데 그때가 되어서 아이들이 이런 나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것인지도 사실 걱정이다.
어쩌면 나중에라도 꼰대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묵묵히 지켜만 봐주는게 정답일지도 모르고.
서로 좋을 때야 다 잘해주기 마련이라고... 잘해 주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상대방이 너희를 존중하는지 아닌지를 보라고, 두 사람의 마음과 상황들 사이에서 서로가 동등하게 위치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잘 지키고 살피며 연애를 하라고.. 언젠가 연애를 시작한 딸들과 길모어 걸스의 두 모녀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응원하는 관계가 되고 싶다.
막상 그때가 되면 본인들 연애 이야기를 같이 나누자는 엄마가 주책맞다며 나를 피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그저 나의 로망이자 희망사할일 뿐이다.
딸들이 커서 내가 거쳐온 인생의 경험들 앞에서 방황하거나 우물쭈물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언제나 좋은 길잡이,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곁에 있고 싶다. 그것이 내가 부모로서 해내야 할 과제이기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