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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라봉 Aug 26. 2019

매일 여행을 계획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봤다

차라리 '게으른 하루' 계획하기


무슨 일을 하기 전 습관적으로 사전조사를 한다. 충분하지 않으면 시작 자체를 잘 못한다. 실제로 계획만 짜 놓고 실행하지 못한 문서들이 여전히 컴퓨터 안에 다.

유럽 한달살기 하고 있는 지금내 안의 찌질함이 넘치는 시기다. 어딘가를 가기 전에는 무조건 검색을 하고, 책을 살펴본다. 조사가 덜 된 곳은 들어가기 전 한동안 머뭇머뭇 한다.



매일 여행을 계획하는 내 마음 들여다보기


한달살기 여행을 하 많은 일정을 체크하고 방법을 알아보았다. 계획은 완성이 아니고 시작일 뿐인데, 마침표를 미리 찍어놓은 것 마냥 그렇게 흘러가기를 기다. 그러다가 계획이 어긋나면 어김없이 초조해졌다. 여행의 즐거움과는 별개로, 원활하지 않은 언어 나를 쭈구리처럼 만들었다. 남편은 한껏 예민해진 나를 성격파탄자처럼 바라봤다.

그뿐만 아니었다. 너무 사소한 것도 일일이 알아보고, 규모를 헤아렸다. 예를 들면, 장보기 전 어느 마트를 갈지, 그 마트는 충분히 큰 곳인지, 몇 시까지 하는지, 거기서 무엇을 살 건지와 같은. 

'왜 이런 작은 것도 굳이 이렇게 계획을 짜지?'라는 물음과 함께, 스스로가 쫄보처럼 느껴졌다. 이런 상태를 해결하고 싶었다.

사전조사를 하고 계획을 하것에는 어떤 마음이 있는지, 진지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1. 잘 모르는 분야, 미지의 영역은 불안하다.
2. 경험이 없어도 당황하고 싶지 않다.
3. 실수하고 싶지 않다. 그럴듯해 보이고 싶다.

바로 떠오르는 생각은 이런 종류였다. 약간의 허세가 양념처럼 얹어있었다. 조금 더 들여보았다. 이번에는 세보다 더 요상한 마음을 발견했다.

4. 계획을 짜면 '그래도 무언가를 하고 있으니 뒤쳐지고 있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계획을 짜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멍청한 상태처럼 느껴진다.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업무의 '실적'처여기나를 발견했다. 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금 충격이라, 느낌표 두  정도가 머리를 때린 것 같았다.


 '내 인생이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있다'는 느낌에서 시작했다.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는 문장. 들에겐 잘난 척 굴었지만,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발전이 없다는 . 다가오는 대로, 닥치는 대로 받아들여 회사생활 하고 결혼 했다. 하지만 내 안의 나는 아직 내 세상이 온 것 같지 않았다.


프로젝트 진행하듯 일상도 사전조사를 하고 체, '그래 무언가 진행되고 있어' 작은 안도감이 들었다. 일종의 마음의 위안처럼. 고 나면 실행에 대한 압박을 가졌다. 매일 자기 전 늘은 업무 외 무엇을 했는지, 일상 진도(?)는 얼마나 나갔는지 체크했다.(이렇게 하면 뭔가 있어 보이지만, 아주 사소한 내용들이었다)

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단한 날에는 죄책감 고, 그 기분에 잠들지 못했다. 또 어떤 때는 계획 짠 것만으로도 '예비 실적'처럼 느 마음이 너그러다. 회사생활 7년 동안 나만의 무언가를 찾지 못한 마음이, 일상의 계획을 짜는 것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달살기 여행 중에도 때로는 너무 많은 일정을 준비하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 그 날의 일정을 체크하면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생각만으로도 피곤했다. 러지 않으해도, 자동적로 계획을 짰다. 요리를 하거나 길을 걸으면서도, 정보를 되새김질하고 시간 순서를 나열다. 제가 없면 좋겠지만, 이런 마음은 나를 예민보스로 만들었다.


일정 짜는 습관이 없는 사람에게 매일 아침 계획을 짜 하면 쉽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계획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어려웠다.


다행히 나는 한달살기 여행 하는 백수, 고민시간이 넘쳤다. 계획에 대한 강박적인 생각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차라리 '게으른 하루'를 계획하기로 했다.



'게으른 하루' 계획하기란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야."

라고 선포하면 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날로 정해도, 하루는 잘 흘러갔다. 날씨와 기분에 따라서 집 밖에 나서지 않는 날도 있었다. 배고프면 즉흥적으로 맛있는 것을 먹었. 계획이 없어도 일상은 잘 흘러갔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느낌 덕분에 실천에 대한 긴장감이 해소되고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그렇게 한달살기 동안 일주일에 이틀씩,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만들었다. 이전보다 마음이 편.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기다리기도 했다. 습관처럼 마음이 혼자서 저만치 달려가고 있으면, '오늘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붙잡다. 가끔은 남편이 저 인지하고 후다닥 중재하기도 했다.



준비안 끝나... 시작하기 어려운 마음


근본적으로 인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문제라면,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기로 했다. 사실 어떤 방법이 맞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우선 선택한 것은 아하는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하기. 

눈여겨봤던, 브런치 작가를 게 된 계기이다.


사전조사를 다 하고 방문하고자 하는 마음은 종종 출발도 지연킨다. 가려는 곳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기 전에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기 문이다. 그런 과정은 어딘가를 갈 때뿐만 아니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할 때도 적용되었다.


'브런치와 글쓰기 좀 더 공부하고 준비 시작해야지'

당장 글을 쓰는 것 대신, 나름의 준비가 시작됐다.

'글쓰기 책도 읽고, 소재도 찾아보고, 실제 글쓰기도 좀 해봐야 할 것 같고... 브러치 작가 신청에 쓸 말도 적어보고 컨셉도 정해봐야겠어.'


준비하기 리스트는 주루룩 이어졌다. 초짜지만 그렇게 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글쓰기 준비는 당연히  보이지 않았다. (글쓰기 준비를 완벽히 하려면 평생 해도 끝나지 않을지도) 최적의 시간을 기다렸지만, 그런 날이 계속되자 열정이 조금 느슨해졌다.

 날은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 들었다. 이틀 정도 쓰기 준비에 손을 뗐다.

조금 거리를 두니, 불현듯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최적의 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었다.


여행과 일상 사이,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시간. 시 회사에 복귀한다면 이런 여유는 없었다.

'꿈이었던 해외 한달살기도 하고 있는데,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하는 게 맞는 거 같아.'

잠시 모습을 감췄던 의욕고개를 내밀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눌렀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동안 다듬기만 했던 문구들을 입력했다. 신청만 했을 뿐인데 속이 아주 시원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패배감이 숨어있다. 브런치를 한다고 해서 내 삶이 극적으로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하기 전과 후는 크게 차이 없을지도 모른다. 글을 써서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솔직히 앞길이 구만리다.

지만 나만의 무언가를 한다는 건 몰입의 행복을 알게 한다. 마음 한껏 차있 날도 있을 만큼. 



프라하 한달살기 + 크로아티아 한달살기 = 총 두 달의 한달살기 여행을 하며 느낀 것들을 글로 표현하였습니다.

첫 번째 한달살기를 끝내고 이제야 글을 쓰는 이유.. 입니다


* '한달살기'를 명사처럼 쓰고 있습니다.

* 좋아하는 일을 '글쓰기'로 선택한 과정은 이전 글에 있습니다. <일상의 근심이 없는 곳에서 할 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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