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라봉 Aug 27. 2019

어쩌다 마주친 미니멀 라이프(feat.맛만 봤다)

한달살기 여행과 함께 찾아온 미니멀 라이프의 기회


한달살기 여행을 하미니멀 라이프를 맛볼 수  회가 어졌다. 어쩌면   여행의 짐을 싸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다.

넘칠 정도로 물건을 사고, 주변에 물건을 늘어놓았던(+전시했던) 남편과 나는 미니멀 라이프는커녕 미디움 라이프도 기대한 적 . 실 우리 라이프스타일은 맥시멀 라이프에 가깝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미니멀 라이프 흉내는 내볼 수 있겠지만, 속에서 우러러 나오는 마음으로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와 맞지 않다.


그렇기에 미니멀 라이프를 자발적으로 시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생활에서 배운 점이 있다.

  

 - 생활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많은 물건 아니다. 하지만 물건이 주는 안정감 무시할 수 없다.

 - 필요 없는 물건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공간의 여백마음의 여유를 주지만 꼭 필수는 아니다.

 - 적은 물건으로도 어지를 수 있는 걸 보면, 나는 정리정돈 소질이 없다.(여태까지 나름 잘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한달살기 여행 초반에는, '아 이것이 바로 미니멀 라이프인가! 나도 발을 살짝 넣게 되는 중일까' 하 살짝 설렜지만, 지금은 명확히 안다. 

이건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야. 미니멀 라이프가 이런 것 일리가 없어- 라는 걸.


한달살기 여행으로 이해한 미니멀 라이프
최소한의 물건 + 신중한 소비 습관

미니멀 라이프는 그저 물건 줄이기가 아니라, 최소한의 물건으로도 충분해야 한다. 불편함을 참고 억지로 할 수는 없다. 여행 짐을 쌀 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물건을 캐리어에 넣었던 것처럼, 어떤 물건을 남기는지 중요 이유이다. 하지만 생활해보니 물건만큼 중요한 것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소비 습관이었다.

여행 중 물건을 구입할 때는 두 번, 세 번 고민했다. 후에 캐리어에 담아 한국으로 돌아갈 때, 구입한 물건은 모두 짐이 다. 그걸 생각하면 노력하지 않아도 신중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필요한 것인지, 가지고 싶은 것인지를 생각했다.  덕에 첫 번째 한달살기가 지나 두 번째 한달살기를 하는 동안에도 자연스럽게  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랑은 왜 맞지 않는 것 같냐고?



  동안 한 번 쓸까 말까 한 물건이지만 없앨 수는 없어


한달살기 여행을 한다고 캐리어 하나 채워 짐을 쌌다. 많은 것넣을 용량은 아니었다.

놀라운 건, 그 안에 쓸데없는 짐이 있다는 것이다. 많이 생각해보고 챙겼다고 자부했는데, 떻게 한 번을 쓸까 말까 한 물건이 있을 수 있을까?

여행을 하며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아래와 같다.


  - 여행 영어회화 책(여행영어가 필요할 때 틈틈히 보려고 챙겨 왔지만 한 페이지도 펼치지 않았다)

  - 색색의 볼펜(7개 있지만 결국 사용하고 있는 볼펜은 검은색  개)

  - 선글라스(귀찮아서 안 가지고 다녔다)


선별하여 가지고 왔는데도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이 있다니. 필요 없는 물건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것들을 버리지 못한다.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선글라스, 언젠가는 찾을 것 같은 볼펜, 있으면 보겠지 싶은 책. 없어서 아쉽고 불안할 것 같다면 차라리 갖고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슬그머니 든 생각. 아 이런 게 미니멀 라이프는 확실히 아니겠네.



내 기준은 '캐리어에 넣지만 않으면 되잖아?'였다


여행 중 생활의 질을 결정 것은 디테일한 몇 가지였다. 화장실&테이블&주방의 존재 여부, 에어컨, 노트북, 충전기 여분선 같은. 그 외 숙소에 기본적으로 구비되어 있는 물품 덕에 크게 불편하다고 느 것은 없었다.

'아, 이게 없어서 아쉽다' 하는 것은 음식을 만 때 부족한 조미료 정도일까. 그마저도 대부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커버되었다.

 

하지만 내 생활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예비용 재고들.  자주 먹는 초콜릿, 와인, 맥주, 물 등은 항상 넉넉하게 사두었다. 특히 술과 물은 저장고처럼 많이 사두곤 해서, 그것들만 올려놓는 선반을 따로 지정했다.

무언가 살 때 고려한 것은 그저 '최종적으로 캐리어에 넣고 이동을 하는지 아닌지'였다. 다 먹으면 결국 캐리어에는 들어가지 않을 니 논외라고 생각했다. 만 아니라 부족함 없 넉넉 재고는 마음 안정을 주었다.



물건이 적어지면 당연히 정리정돈도 잘 될 줄 알았지


별로 들고 온 것 없는데, 어떻게 이 쉽게 어질러질까?  빈 공간 자체 어지럽히지 못한다. 하지만 테이블, 소파, 침대 위 등 물건을 놓을 수 있는 곳은 적은 물건으로도 충분히 지저분해.


별개로, 미니멀 라이프가 이끌어 내는 텅 빈 공간의 여백 자체는 명백히 좋았다.

사계절 옷, 여름에만 사용하는 선풍기, 손님용 토퍼, 겨울에만 쓰는 장판, 계절 이불이 없는 한달살기 숙소는 충분히 쾌적했다. 공간의 여백은 머물고 싶은 집으로 만들었다. 하루 종일 숙소에 있어도 답답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돌아다니는 물건을 정리하여 여백을 넓히지 않냐고?

손안에 들어오는 편리함이 좋다. 필요한 물건을 손 닿는 곳에 둘 때, 나의 생산성은 더 높아졌다. 타자를 치고 있는 지금도 테이블 위에 물 한잔, 와인  잔, 바로 앞 바나나 두 개, 에어컨 리모컨, 휴대폰 충전기, 스케치북, 연필, 화장지가 항상 그렇듯 자리하고 있다.

늘어진 물건들은 숙소에 있는 시간을 또 다른 의미로 편안하게 만들었다.

한창 집중하고 있을 때 물건을 찾으러 일어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 손을 뻗는다. 멀리서 이것저것 뒤섞여 있는 것만 보이지만 바로 앞에 앉아 있을 때는,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소파, 침대 테이블, 작업 테이블 등 각 위치에는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나름의 질서도 있었다.


렇게 정리정돈과는  걸음쯤 멀어졌다. 아직 어지르지 않았던 여행 초반에는, 치우고 다시 전시하고 반복했다. 결국 나중에는 깔끔한 환경보다 내가 편한 환경을 선택했다.



한쪽 선반에 가득한 식품들. 이블 널브러진 물건. 나는 이 두 풍경이 계속 필요할 것 같다.

미니멀 라이프 단어 자체는 근사하지만, 안 맞는 모양에 억지로 맞추지 말고 나답게 살아야겠다.





프라하 한달살기 + 크로아티아 한달살기 = 총 두 달의 한달살기 여행을 하며 느낀 것들을 글로 표현하였습니다.

당당히 어지르기..

다행히 남편도 비슷하게 어지릅니다

서로에게 잔소리가 없어 좋네요.


* '한달살기'를 명사처럼 쓰고 있습니다.


*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래 전자책에서 완성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 휴직하고 떠난 유럽 한달살기 여행(프라하, 크로아티아 유럽 한달살기 여행 지침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