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명소
우리는 일본에서 가장 빠르다는 신칸센 열차를 타고 나고야에서 교토로 넘어왔다. 2024년에 마지막 그리고 2025년에 새로운 날을 도쿄에서 보내기 위해 우린 나고야에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교통수단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싶어 오사카에서 나고야로 가는 길엔 완행열차를 탔었고, 나고야에선 일본 KTX인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넘어간다. 다소 높은 금액으로 타는 기차지만 신칸센을 타 본다는 경험을 하는 건 여행에서 좋은 기회였다.
여행 오기 전 친구에게 들었던 도쿄에 관한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도쿄는 일본 내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로 꼽히는 곳이라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 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관광객에 대한 불편함도 있고 오히려 많은 관광객을 맞이해서 그런지 특유의 친절함도 불친절함도 없는 곳이라고 했다.
누가 뭐라고 했던 나는 나의 여행을 하고자 들었던 이야기는 있고 잊어버리고 도쿄를 즐기기로 했다. 12월 31일 2024년에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교토는 생각보다 조용한 분위기의 도시였고 사람들이 자기 할 일만 하며 바쁘게 걸어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고야를 먼저 여행하고 도착한 곳이라 그런지 나고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교토에서 묵을 숙소는 일본 전통식 가옥을 연상시키는 바닥에서 잠을 잘 수 있는 형식의 가옥이었다. 이런 형식을 '다다미'라고 부르는데 교토는 대부분 역사와 전통을 중요시하는 도시라 그런지 숙소도 이러한 구조를 따르고 있었다. 우리가 조금 늦게 도착해서였는지 아니면 예약할 때 미이 방이 정해진 건지 모르지만 꽤 높은 층에 배정을 받았다. 아마 건물에서 가장 높은 층이었던 것 같다.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데 꽤나 힘이 들었다.
우리 방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보니 생각보다 작은 방에 테이블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래도 일본 전통의 주택 모양을 모방하고 있어 나름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
일본 여행 중에 만나게 된 24년의 마지막 날은 청수사에서 해넘이를 보기로 하고 숙소에 가방을 두고 바로 나왔다. 버스 정류장까진 아주 가까운 거리라서 바로 정류장에 다 달았다.
청수사는 1633년에 새롭게 지어진 절이다. 원래는 778년에 만들어진 오래된 절이지만 아무래도 긴 세월을 이기진 못했나 보다. 여러 번의 화재로 소실되어 버려 마지막으로 1633년에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진 절이다. 청수사의 이름은 맑은 물이 흐르는 절이 나는 뜻인데, 인근에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맑아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12월 31일엔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들었다. 아무래도 일본 대중 종교로 불교가 유명하다 보니 일 년의 마지막날인 12월 31일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니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여자분들이 많이 보였는데, 설날 한복을 입은 우리나라와 같은 풍습인 것 같았다. 현대적으로 해석 안 의상을 입은 사람들은 절을 올라가는 입구에서부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입장료를 내고 작은 종이표를 받아 들고 들어간 경내는 조용히 불경 오디오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꽉 차있었다. 부처가 있는 전으로 들어가는 사람들과 나처럼 도쿄를 한눈에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반반이 갈렸다. 같이 간 친구들도 서로 가고 싶은 곳으로 흩어졌다.
청수사 안에는 우리나라 절처럼 약수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오토와 폭포'에서부터 내려오는 물이 세 갈래로 갈라지면서 건강, 사랑, 학문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2가지까지는 마셔도 되는데 3가지 모두 마시면 오히려 악운이 따른다고 한다. 또한 절 안쪽에 신사가 있는데, 이곳은 한쪽에서 눈을 감고 걸어가 반대쪽에 다다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홈페이지에서는 언급하지 않는 이야기지만 많은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면서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다수의 커플들도 이곳을 찾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세계여행을 하면서도 스타벅스가 나오면 특별히 그곳을 방문했다. 낯선 나라에서 익숙함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청수사에 있는 스타벅스는 조금 특별한 건축물인데, 우리나라 경주의 어느 매장처럼 도쿄 전통가옥의 모습 그래도 매장을 꾸며둔 곳이 있다. 청수사에서 꽤나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넘어가는 해를 보고 내려오니 날이 어둑해졌다. 관광지의 특유의 빠른 폐점을 맞이한 청수사 입구에선 어떤 것도 쉽게 사 먹을 수 없었는데, 그나마 청소 중인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을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스타벅스가 있는 골목을 따라 내려오니 제법 불 켜진 매장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내려온 우리는 딱히 뭔가를 사 먹기가 애매해서 그냥 매장을 향했다.
특별한 외관을 가지고 있는 스타벅스는 주변의 전통적인 주택과 똑같이 생겨 이질감을 느낄 수도 없었다. 가게 매장으로 들어서니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주문을 하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섰다. 저녁을 먹을 시간에 특별히 맛있는 메뉴가 없다면 굳이 음료를 주문할 필요가 없어 매장만 둘러보고 나왔다.
매장은 2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2층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했고, 이 매장의 시그니쳐인 다다미 스타일의 공간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모두 핸드폰을 보느라 정신은 없지만 오랜 시간 청수사를 돌아보고 온 사람들이라면 안에서 쉴 수 있어서 좋은 공간이다.
2024년 행복한 저녁.
이렇게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일본에서 맞이하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이렇게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