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꼬노미야끼는 교토의 맛은 아니다.
교토에서만 파는 음식도 아니고, 원조 맛집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 중 하나이다.
오꼬노미야끼는 양배추부침개와 비슷하다. 특히나 오사카와 가까운 이곳 교토는 확실히 오사카 오꼬노미야끼와 아주 흡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아직도 일본 안에서는 오꼬노미야끼가 오사카 원조인지 히로시마가 원조인지를 가리려 하고 있다. 아무래도 원조라는 타이틀을 가지기 위해 다투는 것은 그 지역을 조금 더 명품스럽게 보이게 한다거나 특산물로 만들어 관광객을 조금 더 유치하고자 하는 욕심에서부터 생기는 것이다.
일본 여행에서 먹은 오꼬노미야끼는 그 원조가 어디든 아주 맛있는 한 끼 식사였다. 오꼬노미야끼를 파는 곳은 무수히 많이 있지만 우리가 간 곳은 꽤나 인기가 높은 식당이었다. 들어가면서 바로 먹을 줄 알았는데 식당 입구에서 대기를 하면서 인기를 실감했다. 물론 찾아보고 간 곳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원래 가려던 곳은 이미 사람들이 많아 손님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고 해서 이 가게로 들어온 것인데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식당이라 놀랐다. 여태껏 일본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생각해 보면 그저 지역에서 혹은 일본에 한 구역에서 맛있는 음식을 파는 정도였다면 여기는 한국 사람에게도 꽤나 인기가 많은 식당이었다.
양배추 부침개와 비슷하게 생긴 오꼬노미야끼는 그 위에 올라가는 것이 그 어떤 것이라도 몇 가지더라도 쉽게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파전 위에 오징어를 얹으면 '오징어 파전' 새우를 얹으면 '새우 파전'이 되는 것과 비슷한 결의 음식인 것 같다. 그렇게 오꼬노미야끼 위에 토핑을 갖가지 올려놓고 주문을 마치니 종업원은 우리가 앉은 테이블 위에 있는 철판에 온기를 넣어준다.
별의 별게 다 올라가는 오꼬노미야끼는 딱 2가지 주된 토핑으로 주문했다. 첫 번째는 해산물이다. 아무래도 오꼬노미야끼가 오사카 지방에서도 많이 먹는 스타일이라 해산물을 올리면 특히나 더 맛있는 음식이 되곤 하니까 말이다. 두 번째는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어 우리나라 녹두 빈대떡 같은 오꼬노미야끼를 주문했다.
이미 우리가 주문했을 때부터 잘 달궈진. 철판 위에 은박지에 올려진 오꼬노미야끼가 나란하게 들어왔다. 오꼬노미야끼의 특징은 철판 요리라는 것이다. 철판 위에서 온도가 식지 않아 언제나 첫 입부터 마지막 한 입을 넣은 순간까지도 그 따뜻함을 유지하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오꼬노미야끼를 먹는 동안도 우리는 쉴세 없이 이야기를 나눴고 몇 차례 나오고 가던 한 잔 한 잔의 술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12월 31일.
2024 년을 몇 시간 남겨둔 채 우리는 식당에서 1년 동안 있었던 일들과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철판에 올려진 음식들이 젓가락에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금씩 은박지에 눌어붙는 느낌의 냄새가 났다.
잠시 뜨거웠던 대화는 식혀 두고 너무 뜨거워진 오꼬노미야끼에 면을 추가해서 볶아 먹기로 했다. 가까운 나라라서 그런지 음식 문화도 참으로 비슷한 것 같다. 디저트로 볶음밥을 먹는 우리나라처럼 남은 오꼬노미야끼에 추가로 면을 시켜 남은 음식에 볶아 먹었다. 처음에는 몇 점 만 먹겠다던 술잔은 벌써 쌓여있고 기어코 배가 불러야 젓가락을 놓을 수 있었다.
우리 셋은 서로 다른 토핑을 가지고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토핑은 오꼬노미야끼처럼 그 인생 특유의 맛을 낸다. 그러한 맛은 누가 더 맛있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고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한 번씩 때로는 가끔씩 그 친구의 삶이 무척이나 궁금하고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번 여행처럼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거나 짧은 시간 그간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안부를 물어볼 때가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한 번쯤은 만나서 거하게 맥주 한 잔드리키며 살아온 이야기를 엿보는 것도 큰 재미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나'라는 반죽 위에 어떠한 토핑이 올라가 내가 무엇으로 불리는지는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내 위에 '책'이 놓여 있다면 나는 '작가'가 되는 것이고 내 위에 '무대'가 놓여 있다면 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내 위에 '운동화'가 있다면 나는 어쩌면 2025년 가장 중요한 일이 '달리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오꼬노미야끼에 맛은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맛있었다. 아마 우리도 이처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멋있는 삶이지 않을까? 저물어가는 2024년에 마지막 날을 오꼬노미야끼집에서 25년의 토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조금은 취기가 올라 붉어진 볼을 차가워진 손으로 어루만지며 숙소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핸드폰을 들고선 열두 시라는 글자를 기어코 보고서야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