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목욕탕은 많이 있지만, 왠지 외국에서 가 보는 목욕탕은 특색 있고 재미있을 것 같아 광수가 짠 계획 속에서 가장 먼저 찬성을 했던 곳이다. 왠지 그런 느낌도 있었다. 일본에 목욕탕이라고 하면 만화책에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남탕과 여탕이 낮은 벽 하나만 두고 서로 목욕을 하는 그러한 장소가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들어간 오사카의 목욕탕은 목욕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우나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한증막 사우나, 소금 사우나, 핀란드식 사우나 등등 쉽게 접하지 못하는 스타일의 사우나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각각의 사우나실은 특색이 있었고 다양한 사우나실을 들어가는 것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릴 정도로 즐거웠다.
우리가 갔던 사우나는 우리가 먹는 숙소에서부터 꽤나 거리가 먼 곳이었다. 지하철을 타고도 한참이나 가야 했고 그곳에서 내려서도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한 목욕탕이었다. 목욕탕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마음엔 쏙 들었다.
목욕탕은 건물 전체를 사용했다. 마치 호텔 사우나처럼 입구부터가 휘향 찬란한 사우나는 이용방식이 우리가 알고 있던 한국의 사우나와 아주 흡사했다. 다만 '일본' 스럽지 않게 들어가는 방식이 조금은 세련 지다는 것에 흠칫 놀랐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일본에서 키오스를 본다는 것은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모습의 일본을 실시간으로 경험하는 것 일 정도다. 일본의 낯선 키오스크에서 언어를 바꾸고 성인 남자 세 명의 요금을 지불했다. 기계 아래쪽에 떨어진 팔찌는 앞으로 우리가 사우나를 즐기는 동안 우리의 신분증과도 같았다. 마치 우리가 사우나에서나 찜질방에 들어가면 목욕탕 열쇠를 주면서 그걸로 결제해서 밥을 먹는 것과 아주 유사했다.
목욕탕에 들어와서도 상황이 조금 웃긴 게 우리나라랑 전혀 다를 거 없는 목욕탕이 신기하다고 사진을 찍어 대는 내 모습도 웃기고(입구만 찍었습니다. 기대하지 마세요) 노천탕을 재현해 놓은 탕에 들어가 보겠다고 분주하게 움직인 모습에 실소가 지어졌다. 목욕탕은 정말이지 우리나라 찜질방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에 무슨 성분이 들어가 있는 것까지 설명되어 있어 정말이지 우리나라 목욕탕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그저 특별할 것 없고 특이한 점 없는 일본에 오사카에 목욕탕은 그저 1월 1일 첫날에 감회를 새롭게 다지는 요소일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이 운동을 하고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다 보면 서로 친해진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우리도 같이 여행을 하고 홀딱 벗고 목욕탕에 들어와 뜨거운 물에 앉아 있으니 그저 그렇게 편할 수밖에 없다.
목욕탕과 사우나를 다 했다면 찜질방 건물처럼 다른 층에 놀거리와 먹거리와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그렇게 다양한 놀거리들이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을 지겹지 않도록 해 준다. 진지하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판기에 바나나맛 우유가 없어 콜라를 꺼내 먹어야 했다는 점이다. (목욕엔 빠질 수 없죠?)
목욕탕에 온 목적과는 조금 다른 쇼핑을 하게 되었다. 여행을 나오면서 여기저기 신세를 지게 되었다. 수업도 부탁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기도 해서 그분들께 조금이라도 선물을 하기 위해 쇼핑을 해야 했다. 목욕 후 간단한 맥주를 마실 생각이었지만 이 지역으로 오니 큰 쇼핑몰이 보여 온 김에 선물 몇 가지를 사기로 했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저녁 끼니 시간도 잊은 채 돈키호테 건물 안으로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갔다. 건물이 크고 넓어서 그런지 이곳 역시 많은 수의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다.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고 분주했다. 우리 역시나 일정에 막바지에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선물 들과 내가 필요한 주류등을 카트에 담기 시작했다.
저녁을 놓쳐버린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먹을 음식을 숙소로 들고 들어가서 먹기로 했다. 돈키호테 식품관에서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담고, 술도 담았다. 음식들은 금방 먹을 수 있는 조리가 다 된 것들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포장이 되어 있는 상품으로 담았다. 우리가 가지고 온 음식들과 편의점에서 구입한 맥주를 놓고 여행에 대한 이야길 늘어놓기 시작했다.
1월 1일은 새해의 시작 일이고, 동시에 우리가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기 때문에 우리가 못했던 것이나 필요한데 못 산 것이 있다면 내일 시간을 정해 구매를 해야 했고, 못 가본 곳이 있다면 그곳에도 방문을 해야만 했다. 최종적으로 일정을 마무리하고 내일 일정을 짜며 라면과 즉석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일본이 점점 익숙해지는 시간에 우린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아쉽기도 하고 빨리 가고 싶은 마음도 동시에 들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이건 신기해서 남겨둔 사진인데 일본의 리모컨은 순수 일본어로만 적혀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몰라 버튼을 여러 번 놀러 봐야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찍으면 바로 한국어가 버튼 위에 적힌다. 생각보다 편한 세상에 여행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