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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뉴이얼

by SseuN 쓴

2025년에 첫날이 밝았다.


'뭔가 외국에서 맞이하는 새해가 특별하다'라는 말을 쓰고 싶었지만 정말로 새로운 해는 별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생각보다 새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 또는 가게들 때문에 오히려 불편한 것이 더 많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일본도 양력설을 주요한 명절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전날 저녁부터 준비를 하며 꽤나 분주한 모습이었다. 역시나 1월 1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주변 가게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우리의 숙소는 아침을 준비해 주지 않는 숙소이기 때문에 아침을 먹어야 하는 우리는 꽤나 곤란한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뭐라도 먹기 위해 우린 짐을 싸두고 일단 숙소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숙소에서 먹을 공간도 없었기 때문에 음식을 사 올 수는 없었고 그저 식당에서 먹거나 편의점 안에서 아침을 해결해야만 했다.

Google 지도에 나오는 수많은 식당들은 가게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표시했고, 영업시간이 표시되지 않는 곳 중에서는 막상 도착해 보면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발길을 편의점으로 돌려야만 했다.


그렇게 발걸음을 돌리던 중에 찾아낸 조식이 맛있는 식당이 있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 식당은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로 가는 열차 플랫폼 같이 숨어있었다. 편의점으로 향하던 길 오른쪽엔 사람 한 명 정도가 넉넉하게 들어갈 작은 골목이 있었다. 유난히 그림이 많이 그려진 골목이 왠지 느낌이 좋았다. 망설임 없이 우린 그 골목으로 걸음을 향했다. 몇 걸음을 들어가자 거짓말처럼 그 골목 끝에는 아주 넓은 정원을 포함한 작은 식당이 있었는데 심지어 영업을 하고 있었다.


1. 오 카페 교토


일본에 오면 일본식 아침을 먹어 볼 것을 추천한다

일본식 아침이라고 해봐야 숙소에 조식처럼 간단하게 팬케익과 달걀 프라이, 적은 양의 샐러드와 요구르트를 챙겨 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커피. 이 한 잔이 일본 아침 문화에 정수이다. 아침에 커피 먹는 문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전문가처럼 알 수는 없지만 이미 몸에 배어 버린 습관은 자석에 이끌리듯 커피잔에 손이 이끌려 버린다


두 장의 팬케익과 요구르트는 속을 달래기 충분했고 달걀 프라이와 샐러드는 든든한 느낌까지 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이 아침에 가장 중요한 의식은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곳에 커피는 직접 사장님이 로스팅 한 원두로 선별하여 커피를 내려 주는 곳인데, 포장된 커피를 보니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인 듯 보였다.


커피가 아주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커피라는 확신이 들자 또 한 번 여행하는 맛이 들었다. 집에선 대충 손에 잡히는 아무런 커피 봉지를 '탈탈' 털어 봉지 위를 따고 머그컵에 흩은 후 정수기에서 나오는 대충 맞춘 온도에 뜨겁지도 않은 그저 온기 있는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이 전부지만 이렇게 여행하다 만나는 특별한 가게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은 확실하게 내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2. 1월 1일이다.


시내에는 관광객 밖에 보이지 않고 문이 열린 식당도 아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새해 첫날만큼은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싶었을 것이고 손님들도 새해 아침부터 나와서 장을 보거나 선물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다들 건강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닫힌가게들 사이로 들어왔다. 텅 빈 사진 몇 장 찍고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와 걷고 또 걸었다. 교토를 완전하게 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토는 단 하루 정도로 일정을 잡았고 ‘신정’(새해)의 설렘과 새 날을 맞이하기 위한 장소로 교토를 선택했다. 물론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청수사에서 만난 해넘이와 낯선 다다미 방에서 일어나 25년 새로운 해를 보는 것도 생각보다 좋은 경험이었다.

나에게 수없이 많은 날들 중에 하나라고 여기던 새해는 이렇게 특별한 곳에서 시작되었고, 어느 곳 보다 조용한 새해 아침의 시장을 둘러보며 교토 여행을 마무리했다.


3. 오사카는 마지막 여행지


사실상 이번 이동이 우리의 마지막 이동이다. 우린 이제 오사카로 이동하게 된다. 오사카로 이동하면 그곳에서 하루를 묶고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간다. 오히려 오사카로 입국했지만 막상 돌아볼 시간은 없어 궁금증만 더해졌다.


오사카는 한국 사람들이 아주 많이 가는 도시로 써 유명한 놀이공원도 가장 번화한 곳도 모두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에 하나이다. 물론 내가 놀이공원에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었다면 오사카에 묵었던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졌을 텐데 전혀 관심이 없는터라 오사카에 일정은 짧아도 그것으로 만족할 만한 일정이었다


마지막 날이라 사실 그렇게 일정을 분주하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교토에서 오사카 까지는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기차에 속도가 조금 낮은 열차를 선택했다. 오사카는 대도시인 만큼 다양한 교통편으로 이동이 가능했고 우리 또한 교토에서 이동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1월 1일에 한적한 교토에서 사람 많은 오사카로 이동하니 마치 드라마의 반전처럼 전혀 다른 모습에 도시를 경험하게 되었다. 오사카는 일단 사람이 아주 많았다. 역에서부터 사람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역을 나와서도 물론 사람은 많았다.

우선 숙소를 먼저 소개해 본다. 우리의 숙소는 중심지에서는 조금 벗어난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토요코인호텔이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토요코인을 자주 이용 했기 때문에 토요코인 시스템이 조금 익숙했다


역에서 걷기에는 조금 멀고 차를 타기에는 너무나 가까워 짐까지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걷기로 결정했다. 여행을 하면 꽤 많이 걷는 편이다. 교통편을 잘 모르기 때문에 평소 같으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할 거리도 여행지에선 주로 걸어가는 편이다. 특히나 여행지에서 걷는다는 건 주변을 둘러보며 그곳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비교적 위험하지 않는 낮에 걸어 다니는 것은 생각보다 낭만 있고 기분 좋은 일이다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도시 오사카에 도착했다. 곧바로 오사카 여행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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