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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쥬디 Oct 17. 2024

이가 빠진 9살의 기도

아침의 시작은 평범했다. 나는 평소처럼 일어나 늘 먹던 대로 아이들에게 삶은 계란과 방울토마토, 귤, 오이, 감, 사과등 야채와 과일을 주었다. 늘 맛있게 먹지만 오늘은 더욱 맛있다며 웃으며 먹고 있던 첫째의 눈동자가 커졌다. 갑자기 공포에 휩싸인 토끼눈으로 변했다. 소리를 지르며 울려고 하길래 무슨 일인지 물었다.


“엄마, 흔들리는 이를 꽉 깨물었어. 너무 아파. 힝.”

“그래? 어디 봐봐. 뭐야. 피가 많이 나는데? “

피가 나고 있었다. 내 말에 아이는 다시 한번 겁에 질렸다.

“엄마, 어떡해. 이거 뱉어?”

입을 벌리고 씹고 있던 토마토를 나에게 보여줬다.

“아니야. 그냥 다 씹어먹어. 피도 먹어도 되는 거야. 먹고 물로 우물우물 해봐."


아이가 입에 있던 음식을 다 먹고 나는 손가락으로 흔들리는 이를 만져보았다. 아주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동안 한 번도 집에서 아이의 이를 뽑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아이는 내가 흔들리는 이를 만지지도 못하게 하였다. 조금 만져보니 아예 뿌리가 들려 이가 곧 빠질 것 같았다. 집에 솜도 없는데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며 할 수 없이 휴지를 가져왔다.

얼마나 흔들리는지 다시 한번 흔들어 보고 손가락으로 잡아당겨 올려보았는데 놀랍게도 이가 빠지지 않는 것이다. 아이는 아프다며 다시 울기 시작했다. 나는 어쩔 줄 몰랐다.


"어떡하지. 그럼 지금 병원에 갈까?"

"병원에 가면 더 안 아파?"

"엄마 생각엔 아닐 것 같은데. 지금 엄청 많이 흔들리고 뿌리까지 거의 다 들려있어서. 아마 똑같을 거야. 실로 묶어서 해볼까?"

"으악 아니야. 싫어 싫어."

"알겠어. 그럼 엄마가 다시 한번 해볼까?"


아이는 다시 입을 벌렸다. 하지만 나는 너무 무서웠다. 그래도 이번엔 꼭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에 손가락으로 이를 꽉 잡고 위로 세게 당겨 올렸다. 흔들면서 올리고 올렸더니 우두둑하면서 이가 빠졌다. 휴. 너무 무서웠다. 아이는 이제 됐다는 얼굴로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휴지를 뭉쳐 이가 빠진 부분에 놓고 꽉 깨물라고 했다. 빠진 이는 한번 보여주고 쓰레기통에 바로 버렸다. 아래쪽 송곳니였다.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하니 사진이라도 찍을걸 그랬나.

치과에 가면 귀여운 쥐 모양의 플라스틱 케이스에 빠진 이를 담아준다. 첫니가 빠졌을 때엔 신기해서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계속 주니 제발 안 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바로 버렸다. 그때 받았던 이가 지금 집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끙.

여동생은 조카의 머리카락, 빠진 이 모두 안 버리고 가지고 있는데 나는 정말 그게 이해가 안 갔다. 탯줄도 신랑이 도장으로 만들어서 가지고 있긴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큰 의미가 생기지 않았다. 어떨 땐 그런 부분에 너무 감정이 없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아이의 이가 빠진 부분에 벌써 하얀 새 이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이는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오늘 오전에 내가 약속이 있었는데 무사히 학교에 가서 다행이었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둘째는 조금 놀랐는지 언니에게 이가 빠진 부분을 자기에게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자기는 절대 이를 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35개월이라 아직 멀었다.


학원을 마치고 저녁에 집에 온 아이에게 오늘 하루 괜찮았는지, 이는 어땠는지 물으니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오히려 흔들리던 이가 빠져서 좋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영어책을 읽어주고 잠자기에 들기 전에 기도를 했다. 기도의 시작부터 내가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감사에 감동을 받았다.


"하나님, 제가 오늘 아침에 이가 빠졌습니다. 이가 있어서 씹어먹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몸을 소중히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아.

맞다.

씹어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오늘도 참 많이 씹었다. 할머니가 되어도 잘 씹어먹고 싶다. 어제 선생님께 받은 대추가 떠올랐다. 대추는 보자마자 먹어야 젊어진다는 말에 아삭아삭 잘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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