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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진 Jul 24. 2019

행복해서 불안하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행복해서 불안하다     



요즘의 나는 여유롭고 활기차다.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이뤄 나가는 나를 보며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나는 ‘나’라는 풍선을 내가 넣고 싶은 것들로 가득 채워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지금이 너무나도 행복해 마음 한편으로는 이 행복이 사라질까 봐 두렵다. 행복과 불안. 이런 정반대의 감정이 공존해서 불편하다. 행복하다가도 불안하고, 불안하다가도 행복하다. 파도가 치기 전이 가장 고요하다는 말처럼 편안하고 안정적인 지금의 상태가 마치 전조증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을 놓치기 싫어 두 눈을 질끈 감고 두 귀를 닫아버린다. 항상 행복해서 불안하다.     


이러한 내 상황이 마치 단편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같다. 나는 항상 유토피아 같은 오멜라스에서 살고 있다. 마을 한 곳에는 모든 사람이 누릴 행복을 위해 고통받는 한 아이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부정적인 것을 한 곳에 몰아넣고, 최대한 보지 않으려 애를 쓴다. 이렇게 한 곳에서는 절규하고 있는데, 나는 이를 외면하고 저 멀리 떠나버렸다. 부정적인 감정을, 오멜라스에서 갇힌 아이를 살피는 건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갇힌 아이가 감옥에서 나온다면 오징어 먹물 터지듯 나는 패닉 상태가 될 것이다. 행복한 나와 부정적인 나. 보통은 ‘행복한 나’가 나를 관할하지만, ‘부정적인 나’가 나를 지배하는 날은 치명적이다.      


가끔 굳은 의지로 부정적인 나를 파헤치려는 때가 있다. 항상 어두운 면을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을 찾아 하나하나 살펴본다. 해결하려고 애를 쓰지만, 아예 ‘0(Zero)’의 상태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을 모조리 없애려는 노력을 멈췄다. 없어지지 않으니, 두 가지의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방법을 익히려고 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 떨쳐내려고 애를 쓰기보다는 품고 있다가 때가 되면 하나씩 놓아주는 연습. 지금의 내가 찾은 최선의 해답이다.  


나의 고민과 부정적인 감정은 백날 머리를 싸맨다고 해결되는 간단한 게 아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한 자리에서 3시간, 4시간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자주, 가볍게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탁하고 엉켰던 실마리가 풀리며 답이 나오는 것처럼, 나의 고민도 자주, 여유를 가지며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이러한 고민은 행복이라는 감정을 잠깐이라도 누려봤기 때문에 생긴 고마운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돈도 써본 사람이 더 잘 쓴다는 말처럼, 행복도 누려본 사람이 그 어떤 행복도 잘 누리는 것 같다. 지금 나에겐 너무나도 어려운 이 복잡한 감정들을 쉽게 다뤄 행복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을 때, 한 뼘 더 성장해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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