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 그리고 치매 극복의 날
2021년 9월 21일 추석명절.
명절이면 몇 달 전부터 스케줄을 물어보시는 부모님이다. 작년에는 코로나19 1년 차였기에 상황적 두려움에 몸을 사리느라 뵙지 못했는데 올해는 백신도 맞았겠다 용기 내어 코빼기만이라도 비추고 오기로 했다.
몇 시간을 들여 꼭 가야 하나 싶다가도, 유럽여행 때 중간도시 일정을 잡을 때를 생각하면 이 정도 번거로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모드가 정해지면 사고의 방향이 일정해지고 행동이 수월해진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러하다. 그래서 어렵고 부담스러운 상황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려 한다.
그래서 이번 명절에도 여행자의 마음을 장착한다.
여행자의 모드가 되면 작은 것에도 감동하게 되고 호기심이 생긴다.
실로 2년 만이니, 오랜만에 뵌 부모님의 모습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일흔을 바라보고 있고, 훌쩍 넘긴 두 분의 굽은 어깨와 빠진 이, 왜소해진 체구는 어느 여행지에서 뵈었던 어르신의 모습이다.
그만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간신히 참는다.
내 부모를 여행지의 어느 노인처럼 바라보기란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다 보니 내 부모와도 거리두기가 자연스러워졌다.
여행자의 모습을 한 젊은이를 앞에 둔 두 노인은 당신의 자녀가 생각이 나는지 부쩍 부산스럽다.
- 아, 그게 어디 있더라?
- 아이고! 내가 그거 해준다고 꺼내놓은걸 잊었네!
- 저 냥반, 손맛이 이제 예전 못하네. 참 맛있었는데.
깜빡 잊은 것을 깨닫고 놀라는 모습, 서로의 예전 모습 같지 않음을 아쉬워하는 모습은 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9월 21일은 1995년 세계 보건기구(WHO)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와 함께 가족과 사회의 치매환자 간호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정한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8월 4일에 제정된 「치매관리법」에 의해 세계 알치하이머의 날인 9월 21일을 ‘치매극복의 날’로 지정하여 치매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국가에서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공교롭게도 2021년 9월 21일은 추석명절이자, 치매극복의 날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치매안심센터 임상심리사에겐 진단 관련 sign만 보이나 보다.
여행자의 모드로 다시 한번 둘을 바라본다.
또르르.
눈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