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나답다. 나답게 보내는 암투병.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했는데, 과연 내게 온 암이라는 존재, 나보다 더 힘을 내어 나를 잠식하려는 그를 떨쳐내기 위해 대응해야 했던 우리 둘만의 동행, 그것들 모두 아름다웠다 할 수 있는가? 이전에 느껴봤던 아름다움과는 차원이 다른 언어가 필요하다.
방사선치료가 종료되었고, 이틀이 지났다.
봄비를 흠뻑 맞은 뒤 성큼 자라난 창밖의 연두초록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인생에 터닝포인트는 아무런 예고 없이 준비되지 않은 채로 닥쳤다. 그 덕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또는 하지 않던 일을 해야 했고 하고 싶은 것을 참아내야만 하는 시기였다.
길은 만들어졌고, 나는 그저 어떤 방식으로 그 길을 갈지 선택하면 되는 거였다.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일을 중단했고(할 수 없었고), 브런치로 나를 공개했으며 이제 주고받고의 공식 없이 살기로 했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어슬렁 거리기를 택하기로 했다. 손에 익지 않아 마음먹은 대로 쉽게 태도를 장착할 수 없었지만 시도는 좋았다.
인지되기 전 진입해 버린 ‘유방암’이라는 터널을 지나며 기댐과 기다림을 다시금 알게 되었고 죽음 아니 삶에 대해 숙고하고 더욱 감사하는 기회가 된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그런 마음 없이 살아온 것이 아니다 보니 무언가 억울하다.
기존사고에 의한 주고받고 공식이라면 쨔잔! 하고 새로운 걸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새로울 것은 ‘통증’과 그에 대한 ‘나의 대처양식’이었다. 그래도 죽음과 삶에 대한 고찰과 같은 인생의 깊어짐을 긍정으로 꼽을 수 있는데, 이거로 퉁치려니 뭔가 손해다 싶은 맘이 드나 보다.
아름답다에서 ‘아름’의 어원이 ‘나’이므로 진정한 아름다움은 나다움이라 했던가?
죄충우돌이 난무하고 연신 모자람의 극치를 달리고 있으나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차원적인 경험과 감정을 마주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며 나답게 암과 동행하고 있으니 허용되는 언어 중 ‘아름답다’를 써도 무방할 것 같다. 이렇게 조곤조곤 꼽아가며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쉬이 ‘아름다웠음’을 입에 올릴 수는 없으니 아마도 머리는 허락했으나 아직 마음이 이 단어를 허락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쓴 마음을 쓰면서 달래요.“
치료실에서 자주 쓰던 말이긴 했는데 저도 해봤어요.
아직은 일수 찍듯이 항호르몬 약을 정한 시각에 5년동안 매일 먹어야 하지만, 이쯤에서 연재를 마치려 합니다.
첫 브런치 연재인 <이제, 네일관리는 못 받아요>는 지극히 경험에서 느껴진 제 개인적인 생각들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어요.
건강하던 내가 유방암임을 알게 되고, 빠르게 수술을 결정하며 물 흐르듯 진행된수술 전 그리고 후의 일상입니다. 항암과 방사선치료까지 하느라 약 6개월의 기간이었어요. 가족력도 없는 내겐 너무 큰 이벤트였기에 충격완화 차원에서 나를 다독이는 글을 쓰기로 했고, 그 글을 연재로 돌리며 규칙적으로 내 쓴 마음을 달래기로 했어요. 이 연재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했지만, 실상은 제가 위로받고 힘을 얻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 긴긴 터널을 함께 해주시고 아낌없이 응원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여전히 ’ 항암 중‘이긴 하지만 내밀어주신 마음촛불 덕분에 어질러진 치료기를 추스르고 조금씩 일상으로 나아가보려 해요.
연재를 마치려니,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만 한가득이에요. 그마저도 ’나‘로 인정하기로 했으니 고요하게 앉아 큰 숨을 쉬며 연재를 내려놓습니다.
아직 피로감은 높지만 운좋게 기회가 닿아 새로운 배움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곧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이로저로함을 연재로 이어가 볼게요. 암환자도 일상에서 힙할 수 있으니까요. 아 물론 여전히 좌충우돌의 부족함 투성이겠지만 말예요.
그래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
당신의 터널 도처에 촛불이 있음을 잊지 말기를!
내일도 그 다음날도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아! 추가로,, 누군가 저에게
유방암 수술 전 꼭 체크할 것을 꼽으라면,
‘대상포진예방주사 맞기‘입니다.
저는 설마 했다가 된통 당했어요.
여전히, 터널 속입니다만!
패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