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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여행하며 블로그로 돈을 법니다

로망을 현실로 만드는 98년생의 방랑기

by 송혜교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단, 소속 없이 자신을 설명해 주세요!


말하고 싶어도 소속이 없군요! 저는 '노마드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98년생 임소은입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어요. 지금은 디지털노마드로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데요. 그동안 서울, 경기, 천안, 강릉, 부산, 제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머물렀어요. 짧게는 남해와 고성,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지낸 적도 있고요. 남미와 동남아시아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Q. 디지털노마드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한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디지털노마드란 특정한 직업이라기보다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디지털 기기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생활이죠. 저는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경험하고,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디지털노마드로 살고 있어요. 11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퍼스널 브랜딩을 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블로그를 기반으로 각종 SNS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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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블로그 강사이자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데요. 디자인을 넘어 브랜딩까지 책임지는 것이 저의 주된 업무입니다. 웹을 기반으로 로고, 홈페이지형 블로그와 카페, 상세 페이지, 명함까지 한 브랜드의 디자인을 전부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블로그가 커리어의 시작점이 됐군요?


네, 처음에는 기록용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청소년기에 꿈을 찾는 대안학교에 다녔는데, 그때의 생활을 기록하지 않으면 휘발될 것 같았거든요. 초반에는 단순 기록에 가까운 이야기를 많이 적었지만, 블로그를 키우다 보니 체험단을 알게 되고, 또 블로그를 수익화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어요.


디자인은 독학으로 시작했는데요. 이 또한 블로그를 통해 외주를 받기 시작했어요.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얻은 노하우 덕분에, 블로그 강의도 하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는 저에게 아주 중요한 비즈니스 채널이에요. 현재 체험단으로 연에 700만 원어치가량의 서비스를 받고 있어요. 디지털노마드로 브랜딩을 해왔다 보니, 다양한 워케이션 서비스에 초청받기도 해요.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 같은 프로그램들이요.


물론 이러한 혜택도 빼놓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블로그가 자아실현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이에요. 제가 살고 싶은 삶을 살게 해 주는 수단이죠. 제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에 공감하는 이웃들과 소통하는 아주 소중한 공간을 만든 셈이에요.






Q. 꿈을 찾는 대안학교라니 흥미로운데요. 어떤 성장기를 보냈는지 궁금해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라는 1년 과정 비인가 대안학교에 다녔어요. 갭이어를 가진다는 콘셉트의 학교예요. 교실, 시험, 성적이 아예 없고요. 다양한 활동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명상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주고, 다양한 동기부여 연사를 초청해 강연을 들려주는 것이 주된 커리큘럼이었어요.


20250618_182917.png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외치는 자기 선언


사회를 학교 삼아 아르바이트하거나, 운동을 배우고, 언어를 공부하는 등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주 1회 오프라인 수업에 참여했어요. 또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워크숍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나눴고요. 학교에 다니는 1년 동안 자기만의 프로젝트를 하나 기획하고 추진하는 과제를 줬어요.


저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얻고 싶었어요. 그래서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댄스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습니다. 엄청난 한 해였죠. 그때 쌓은 경험이 졸업 후 혼자 배낭여행을 떠나거나, 마라톤에 도전하거나, 대외 활동과 회사 인턴을 하는 등 다양한 도전의 기반이 됐어요.






Q. 넓디넓은 이 세상에서 어디에 머무를 것인지 정하는 노마드쏘만의 기준이 있나요? 일반적으로 여행지를 고르는 것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경험과 기회를 우선으로 삼아요. 예를 들어 '부산 한 달 살기' 국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면, 부산으로 갑니다. 주로 이런 지원 프로그램이나 체험단, 숙박 지원 등의 기회가 있을 때, 또 그 지역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들 때 그곳으로 향하는 것 같아요.


해외의 경우 지원 프로그램이 없으니, 디지털노마드로 유명한 지역을 우선 고려해요. 함께 떠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기회가 달라질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최근에는 다른 노마드 워커들과 2주 동안 푸켓으로 워케이션을 다녀왔어요. 디지털 노마드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인데요. 여행과 일을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Q. 보통의 일과가 궁금해요. 그 배경은 다양하겠지만, 변함없이 유지되는 루틴이 있나요?


일요일마다 한 주를 돌아보는 주간 일기를 쓰고 있어요. 다만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게 워낙 많아서 루틴이 많지 않아요. 거주하는 곳에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어떤 운동을 어디에서 할지, 인프라는 어떤지 고려해 봐야 하죠. 어떤 날에는 하루 3~4시간 정도만 일하고, 어떤 날은 밤늦은 시간까지 종일 일합니다. 취침이나 기상 시간도 제각각이고요.


그래도 가벼운 산책이나 요가, 러닝 같은 운동을 주 4회 이상 하려고 노력해요. 운동하는 시간에도 편차가 커요. 예를 들어 남해에 살 때는 주로 아침에 운동했는데, 늦은 시간에는 거리에 사람이 없어서였어요. 하지만 서울에서 지낼 때는 근처에 청계천이 있어서 밤에도 무리 없이 운동할 수 있었죠. 다양한 도시에 머무니 이런 차이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끔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게 참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Q. 여행하며 사는 삶, 많은 이의 로망이잖아요. 디지털노마드로서의 현실은 어때요? 정말 상상처럼 근사한가요?


보기에는 근사하지만, 사실 그 뒤에는 다 장단점이 있죠. 익숙해지면 점점 감흥이 없어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제 기준에서는, 회사에 다닐 때보다 멋진 일이 훨씬 많이 일어나요. 회사에 묶여 있을 땐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거의 다 포기하고 일에만 매진해야 했거든요.


페루 이카.jpg 페루 이카의 사막에서


지금은 다양한 기회를 붙잡으며 살아요. 가족이 보고 싶으면 언제든 만나러 가고,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떠나죠.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이런 근사함을 누리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해요. '내 일'을 직접 꾸려나가는 거니까, 그만큼 비즈니스를 위한 공부를 많이 해요. 브랜딩과 마케팅을 넘어, 세금 처리 같은 행정도 직접 해야 하니까요.






Q. 프리랜서이자 디지털노마드로서 매번 자신을 다잡는 게 쉽지 않을 듯한데요. 시간 관리 비결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저는 MBTI 'P'형 인간이에요. 저처럼 계획 능력이 부족하고 즉흥적인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은 팁인데요. 저는 필수적이지 않은 운동, 독서 등의 일들을 오전에 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을 오후에 합니다. 일을 먼저 하다 보면 운동이나 독서 같은 건 미루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의지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본인에게 맞는 장치를 여럿 만드시는 걸 추천해요. 저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서, 오전에 기상할 수밖에 없게끔 운동 모임에 가입하거나 센터에 등록하곤 해요. 지인들과 목표 인증 모임을 함께하기도 하고요. 업무적으로는 가능한 많은 것을 시스템화하려 합니다.






Q. 10년 전의 나와 10년 후의 나는 각각 어떤 모습일까요?


열여덟은 혼란이 가득한 나이였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몰랐고, 내면이 시끄러웠어요. 자책도 많이 했죠. 하지만 그때의 저에게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잘했다고, 대단하다고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지난 10년 동안 저는 정말 다양한 도전을 해 왔거든요.


티웨이이벤트20160225여자친구.jpg 광화문 광장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친구'


길거리에서 댄스 영상을 촬영하다가 걸그룹 '여자친구'를 만나 함께 춤추기도 했고, 정부로부터 전액 지원을 받아 모로코에도 다녀왔어요. 한여름에 일주일간 도보여행을 하거나, 배낭여행자로서 3개월 동안 남미를 돌아본 것도 기억에 남아요. 10km 마라톤을 완주했고, NGO와 스타트업에서도 근무했었죠.


10년 후의 저는 서른여덟인데요. 현재 꿈꾸는 것처럼 1년 중 8개월은 한국에서, 4개월은 해외에서 보내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키우고 있겠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아요. 10년의 경험이 더 쌓였을 테니까, 정말 잘하고 있을 거예요.






Q. 길에서 춤을 춘다거나, 배낭을 메고 세상을 돌아보는 건 분명히 흔치 않은 경험이에요. 이렇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결핍이 제 원동력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성장기는 참 척박했거든요. 집안 환경이 그리 화목하지 않았고, 자존감도 낮은 아이였어요.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죠. 지금 내가 아는 세상을 벗어나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떠올렸던 것 같아요.


늘 이렇게 다짐했어요. 어른이 되면 정말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지는지 그 방법을 모르잖아요. 행복해지는 법을 찾기 위해 일단 다양한 일에 뛰어든 거죠.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틀을 산산이 조각낼 수 있도록요.


볼리비아 우유니 (1).HEIC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마다 전에는 모르던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복이 바로 거기에서 왔어요. 특히 스무 살에 혼자 오른 여행길에서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접했어요. 은퇴 후 혼자 세계를 여행하는 백발의 할아버지부터 항해사 일로 돈을 벌어 베트남에 게스트 하우스를 차린 사장님까지…. 소수 민족이 사는 마을에 갔다가 저와 같은 나이인데 이미 만삭인 소녀를 만난 적도 있고요. 이렇게 다채로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 답을 찾고 싶었어요.






Q. 삶에 찾아오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군요. 도리어 기꺼이 뛰어든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네요. 이런 진취적인 탐험가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한데요. 스스로 MZ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럼요. 주변에서 MZ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특히 제가 가진 자유로운 분위기나 삶의 방식이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흔히 지어둔 사회적인 틀에 저를 가두지 않아요.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저만의 기준과 생각을 만들어 나가요. 주어진 환경에 늘 순응하기보다는 부당한 것을 찾아내고,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의견을 내는 편이에요. 개척자 타입이라고도 볼 수 있죠.






Q. 자기 자신을 오롯이 책임지는 삶을 사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무슨 재미로 사나요?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기준이나 지혜가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내면의 감각에 집중하고 이를 분석하는 일이 가장 재밌어요. 문득 '결이 잘 맞는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들어서, 안 맞는 사람들과 일부러 시간을 보내보기도 했어요.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떠올려보기도 하고요.


이전이라면 쓱 보고 지나쳤을 전시회 속 그림 앞에 오래 머물러요. 어떤 게 느껴지는지 곱씹으려고요. 작품 뒤에 어떤 역사나 의미가 있는지 찾아보기도 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채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게 재미있어요.






Q. '블로그나 브런치, 유튜브 등에 도전해 볼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기만의 온라인 공간을 꾸려가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퍼스널 브랜딩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금 내 모습을 보여주며 나아가는 것이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한 모습, 이미 완성된 모습만을 보여주려 너무 애쓰지 마세요. 지금은 유명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일지라도,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정말 미약했던 시작점이 있거든요.


퍼스널 브랜딩이란 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쌓아가는 거예요.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나는 것과는 거리가 멀죠. 멀리 내다보며, 그 과정을 즐기고, 마음을 편안하게 먹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꼭 알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노트북 하나로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마음껏 꿈꾸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제 블로그의 슬로건이에요. 제가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도 이와 같은 맥락이에요. 꿈이 있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어요. 저는 많은 사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볼리비아 코파카바나.HEIC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과 저의 일상을 인스타그램블로그를 통해 공개하고 있어요. 제 인터뷰가 흥미로우셨다면, 위 링크를 눌러 팔로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dited by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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