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마주한 세 번째 직업! 집념 있는 97년생의 도전기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단, 소속 없이 자신을 설명해 주세요!
일복 많고 부지런하면서도 고집 있는, 97년 소띠에 황소자리입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이른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는 등 부지런하게 살아왔어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최근 경찰공무원 공채에 합격해 시험보직기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1년간의 수습 공무원 느낌이에요.
공채로 들어오면 3년간 지구대 파출소에서 근무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 현재는 조용한 파출소에서 순경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여유 시간이 많이 생겼어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그리고 어떻게 무르익어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Q. 경찰이라는 직업은 참 흥미롭게 들려요. 경찰이 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처음 경찰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 건 중학생 시절이에요.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을 보며 막연하게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게 제 이상향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경찰이라는 직업에 푹 빠져서, 학교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빨리 경찰 시험을 보기로 결심했어요. 고등학교 자퇴를 두고 가족과 투쟁할 정도로 심각한 '경찰 덕후'였습니다.
하지만 삶이 늘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더라고요. 자퇴 후 경찰 시험을 보는 대신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열아홉 살에 청소년 관련학과에 진학해 청소년지도사가 되었고요. 학부생 시절 청소년 관련 업무를 꽤 오래 했어요. 졸업 후에는 마케팅과 출판일도 하게 되었습니다. 편집자로 3년간 일하며 수십 권의 책을 만들었어요.
처음 최연소 경찰이 되겠다며 고등학교를 자퇴한 게 2013년 상반기의 일인데요. 10년이 지난 2023년 6월에 퇴사하며 다시 경찰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그로부터 딱 1년 만인 2024년 6월 최종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Q.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한다는 게 참 용기 있는 일이에요. 꿈을 이루기까지 10년이라는 공백이 있었는데, 이게 나의 진정한 꿈이라는 걸 깨닫게 된 일화가 있나요?
학부생 시절에도 경찰 시험 준비를 진지하게 고려했어요.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하고 취업했습니다. 처음에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슬펐는데,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 봐요. 점점 즐거움을 찾았어요. 편집 일도 재미있었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았거든요. 사회 초년생으로서 운이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적응이라는 게 곧 사람을 단조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책을 향한 제 사랑이 부족했던 탓일까요…? 어느 순간부터는 '이 길이 맞을까'하는 고민이 계속되었죠. 이때 재미 삼아 사주 카페를 열심히 들락거렸습니다. 신점도 보고요.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삶에 새로운 자극을 주라고 하더군요. 아주 마음에 드는 설루션이었습니다.
Q. 회사원에게 갑자기 공부하라니! 여러모로 타이밍이 맞는 조언이었네요?
맞아요. 처음에는 마케팅이라든지, 편집이 아닌 다른 직무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을 안고 사주를 본 거였거든요. 그런데 하고 싶은 공부를 하라는 말을 들으니 잊고 지내던 과거의 꿈이 떠올랐어요. 마침, 가족이 학원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고요.
딱 4시간 고민하고 바로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과거 고등학교를 자퇴할 때도 그랬지만, 마음먹으면 총알처럼 쏴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용감하다기보단, 충동적인 행위였지요. 하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충동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물론 꿈을 이루겠다는 순수한 마음만이 전부는 아니었어요. 저는 결혼과 출산 계획이 있는데, 사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육아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경찰이라는 녹슨 꿈을 찾아낸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았죠. 꿈을 단순히 경찰이라는 직업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려워요.
Q. 수험생활도, 경찰학교 생활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지나왔나요?
수험생활은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오랜만에 다시 공부한다는 게 꽤 즐거웠습니다. 더불어 이전에는 금전적인 문제로 압박감이 무척 컸는데, 직장 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이 있었던 데다 학원비와 생활비를 가족이 지원해 주니 마음 편히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에게 감사함을 아주 많이 느꼈어요.
더불어 필기를 준비하면서 주 3회 체력 학원에 다녔는데, 공부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푸는 느낌이 들었어요. 확실히 건강해지기도 했고요. 물론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건 힘든 일이지만, 사무실 책상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그 상황이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퇴사 후 8개월 만에 필기시험에 합격했어요.
경찰학교에 교육생으로 입교하고 나서는 강인한 정신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7월 말에 입교해서 적응 훈련 기간 내내 정말 더웠거든요. 특히 입교식 때 운동장에서 팔벌려뛰기를 1,315회 한 것과 기동훈련 중 스쿼트 1,000개를 한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느껴졌는데, 동료들과 함께라면 다 해낼 수 있더라고요.
저는 고등학교를 자퇴했기 때문에 또래 친구가 많지 않았는데, 경찰학교에서 또래 친구를 많이 사귀게 되어서 기뻤어요. 힘든 훈련 사이 쉬는 시간에 간식을 나눠 먹으며 수다 떨던 것도 좋은 추억이에요.
Q. 당신의 ‘보통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교대근무를 하다 보니 일과가 매일 달라지곤 해요. 사실은 넷플릭스나 유튜브 보면서 시간 허비할 때도 많고요. 그래도 중심을 잃지 않고 주도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특히 아침에 사과 반쪽 먹기와 주 2~3회 운동은 꼭 지켜요.
휴무일 오전 시간은 여유롭게 보내는 편입니다. 집안일도 하고, 핸드폰도 보고요. 특별한 약속이 있는 게 아니라면, 식사는 꼭 집에서 차려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저녁에는 주로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밤에는 동네 산책로를 달립니다. 처음에는 3km 달리기도 버거웠는데, 날마다 달리다 보니 이제는 매일 평균 8km를 뛰게 됐어요. 이와 별개로 주 3회 정도 고강도 근력 운동을 하고요.
최근에는 도파민 디톡스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핸드폰 사용이나 불필요한 연락을 줄이고 종이책을 매일 30분 이상 읽습니다. 이 인터뷰를 하다 보니 두 달 전에 발급 받은 도서관 대출 카드가 떠오르네요. 발급 이후 사용을 안 했는데 이번 주에는 꼭 도서관에 가야겠어요.
Q. 20대에 벌써 여러 직업을 거쳐왔어요. 그 여정을 한 단어로 표현해 보자면요?
집념. 원하는 게 있으면 끝내 이뤄내거든요. 꽁꽁 넣어놨던 경찰이라는 꿈을 10년 만에 이룬 것처럼요. 약점을 깨달으면 고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경찰 시험을 준비하며 제 체력이 부족하다는 걸 자각했어요. 시험에 합격해 경찰이 된 지금도 체력 증진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는 러닝을 좋아해요. 주로 혼자서 집 근처의 산책로를 달리는데요. 힘들어서 멈추고 싶은 순간이 계속 오지만…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뜁니다. 처음 목표했던 만큼요. 이런 집념이 저의 주된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Q. 보통 'MZ하다'라고 표현하는 특성들이 있잖아요. 스스로 MZ하다고 생각하세요?
아니요. 오히려 스스로 젊꼰(젊은 꼰대)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 편입니다. 다만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일을 하다 보니 가끔은 부자연스럽게 행동하거나 실수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면 친구 사이에서 쓸 법한 단어를 일터에서 사용해 버린다거나, 분위기를 띄워 보려고 과도하게 리액션을 한다거나….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뚝딱거리는 거죠. 이런 순간에는 가끔 제가 MZ 같다거나, 아직은 조금 미숙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하게 됐어요. 요즘에는 MZ스럽다며 비판받는 상황이 다양하잖아요. 그중 일부는 사실 당사자의 의도와 전혀 달랐던 건 아닐까요? 어쩌면 의욕 넘치는 행동이 부적절한 환경에 잘못 전달된 건 아닐지, 혼자 생각해 보곤 합니다.
Q. 10년 전의 나와 10년 후의 나, 어떤 모습일까요?
10년 전의 저는 불같은 모습이었어요. 늘 도전하고 투쟁하면서, 대단해 보이는 일은 다 내가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1년 일찍 대학에 입학하고, 새로운 진로를 탐색하며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어요.
현재의 저는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익숙함 속에서 안정감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10년 후에는 서른아홉이 되는데요. 지금 제 앞에 놓인 상황을 잘 정리한 뒤 더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내 가족을 지킬 줄 알고, 직장에서는 성실히 일하며, 업무 중 만난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온기를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몇 가지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데요. 우선 비긴급 신고 및 민원 상담은 182로 전화하시면 된다는 점! 112는 긴급 신고 번호거든요. 다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182를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또 132로 전화하시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 법률 상담을 받으실 수 있고요. 금융사기 방지 서비스인 '더치트'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시면, 중고 거래 전 사기 신고 전력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dited by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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