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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 나오면 월급 80만 원 받는다고요?

일자리가 없다면 직접 만든다! 01년생과 한국사의 러브스토리

by 송혜교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단, 소속 없이 자신을 설명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사학을 전공한 01년생 최민희입니다. 학부 수료 후 졸업을 유예한 채 창업에 도전하고 있어요. 액설러레이팅이라는 초기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기간 저만의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사업을 꾸려갈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조급해하지 않는 법에 관심이 많아요. 아무래도 졸업반이다 보니 인턴이나 취업에 매진하는 친구들을 볼 때도 많고, 프로그래밍을 뚝딱 진전시키는 동료 창업가들도 곁에 많아요. 그래도 저만의 방식으로 서두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려고 해요. 아직은 모르는 게 많지만, 도전의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헤매는 중입니다.






Q. 지금 하는 일에 대해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학부에서 국사학과 도시사회학을 전공했는데요. 전공 수업 중 '한국사를 활용해 1원이라도 돈을 벌어보기'라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그게 창업의 계기가 됐어요. 당시 저는 전통 컨셉의 플리마켓에서 지폐 속 인물들을 활용한 포토카드를 판매했는데, 운이 좋게도 초기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한 고객이 올린 리뷰가 트위터에서 150만가량의 리트윗을 달성했거든요! 그 덕에 온오프라인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졌어요.


과제에서 시작된 작은 프로젝트지만, 지금은 '시선:력'이라는 회사로 발전했어요. 포토카드에서 더 나아가 비녀나 머리띠 같은 다양한 한국 전통 소품을 판매하고 있고, 한국 전통 소품과 조선왕조실록을 엮어 소개하는 뉴스레터 발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최근에는 사무실도 차리셨다고요. 아직 학부생 신분인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이 추진력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우선 온라인상의 반응이 좋아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고요. 마침 창업에 대해 공부할 환경이 주어졌어요. 경기관광공사가 주최하는 '경기 청년기회 여행감독' 대회에 참여하게 됐거든요. 경력과 노하우가 탄탄한 창업 선배들을 많이 만났어요.



사실은 대외 활동 목적으로 가볍게 참여한 첫 공모전이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창업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어요. 좋은 동료도 많이 만나고, 결과적으로 제 프로젝트가 동상을 수상하게 되어 창업 지원금도 받았고요.


사무실도 창업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얻었어요. 안양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청년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합격해 창업 교육과 보조금을 지원받았고, 1년 동안 사무실을 무상 임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자본금이 전혀 없는 대학생이지만, 다양한 공모전과 지원사업을 잘 활용해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요즘에는 전공을 살리지 않는 청년들도 많잖아요. 사학과 전공자로서 분명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사학과 박사까지 수료해도 달에 80만 원씩 벌면서 산다." 전공 교수님이 농담 반 진담 반 들려주신 말이에요. 그만큼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전공이에요. 취업을 생각하기엔 너무 폭이 좁다고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일단 사학에 대한 애정이 정말 커요. 학부에 다니는 내내 진짜 재미있게 공부했어요. 배울수록 오래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학문입니다.


저는 사학의 매력이 저평가됐다고 생각해요. 동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잖아요. 우리 역사 속에는 정말 재밌는 이야기도 많고, 한국만의 개성과 매력도 탄탄하게 담겨있어요. 한국사의 매력은 정말 엄청난데, 비주류로 여겨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시장이라고 생각했어요. 알고 보면 한국인 중에 한국 문화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시장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겁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창업을 통해 한국사의 매력을 더 널리 알리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만약 제가 실패하더라도, 언젠가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이 메이저한 분야로 여겨질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해요.






Q. 청년 창업가로서 할 일이 정말 많을 텐데요. 보통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개인적인 일은 오전 중에 모두 끝내려고 노력합니다. 오후 시간은 모두 회사를 위해 투자하고 싶어서요. 보통 11시 30분이 되면 집에서 이른 점심을 챙겨 먹고, 30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근해요. 오후 2시까지는 지원사업이나 공모전을 서칭하고, 지원 서류를 준비합니다. 3시까지는 회사의 확장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에요. 최근에는 새로운 뉴스레터를 준비하고 있어서, 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에 시간을 많이 쏟고 있어요.



3시부터 6시까지는 플리마켓 참여를 준비합니다. 상품을 제작하고, 사진을 찍고, 홍보하는 시간이에요. 신제품 개발과 시제품 제작도 하고요. 요즘에는 비단 머리띠와 레진으로 된 비녀를 제작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써요. 플리마켓이 끝나면 뉴스레터 제작에 조금 더 몰두하려 합니다.






Q. 워커홀릭에게도 취미는 있겠죠? 요즘 무슨 재미로 사나요?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해요! 최근에는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또 보면서 엉엉 울었어요. 스트레스가 많이 풀렸죠. 나와는 다른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고,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워낙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다 보니, 이전에는 영상 분야의 직업을 꿈꿨어요. 고등학생 때 방송부원으로 단편영화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거든요. 그때 만든 첫 영상이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라는 나름 큰 대회에서 상을 받았는데, 시작부터 운이 좋으니 재미가 붙었어요.


단편영화 촬영 현장에서


이후에도 작가와 연출로서 단편영화 3편 정도에 참여해 봤어요. 더운 여름에 야외촬영을 하며 땀을 뻘뻘 흘려도, 촬영할 때면 심장이 뛰더라고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이건가?" 고민을 거듭하면서 경험을 쌓아봤어요. 다만 워라밸 문제가 좀 있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지게 됐어요. 애매하게 발끝 정도만 담갔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르는데, 충분히 매진했기에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시청자로서의 삶에 만족해요.






Q. 좋아하는 일을 찾아나가는 데 마음을 다하는군요. 나를 대표하는 단어를 하나만 뽑아본다면요?


이 인터뷰를 하며 생각해 보니, '겁 없는'인 것 같네요! 돌이켜보면, 더 깊이 고민했더라면 놓쳤을 기회가 많아요. 어쩌다보니 전부 해 본 것 같은데…. 이렇게 겁 없이 도전한 시간이 모여 지금의 제가 됐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렇게 용기 있게 도전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Q. 나이가 믿기지 않는 담대함이 있어요. 독자들에게 반전을 선사할 나의 MZ모먼트가 있다면?


사실 저는 일상이 MZ인데요. 음, 일단 해리포터를 너무 좋아해요! 제 기숙사인 래번클로 망토를 가지고 있을 정도고요. 행사에 필요한 물품을 작업하는 동안에는 핸드폰으로 짱구를 시청합니다. 티 묻지 않은 짱구와 친구들의 모습이 저를 웃게 만들어요.


귀여운 것을 워낙 좋아해서, 저희 시선:력의 마스코트인 '하찮대왕'을 어디에나 달고 다녀요. 그립톡으로도, 키링으로도요. 친구들을 만나면 마라탕, 엽떡, 요아정을 코스처럼 먹는 MZ 입맛이기도 해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소식은요?


한국 소품 제작으로 시작된 브랜드, '시선:력'을 알리고 싶어요. 아름다운 자개 반지행운의 비단 머리띠, 도깨비의 요술 곰방대까지! 조선시대부터 한국에서 살아온 사랑스러운 도깨비가 만드는 한국 소품들을 만나실 수 있어요.



시선:력의 뉴스레터도 곧 고객을 찾아갈 예정이에요. 다양한 한국 전통 소품 상점을 소개와 조선왕조실록을 재해석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어요. 장난스럽고 매력적인 도깨비가 들려주는 한국의 아름다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여기를 누르시면 6월부터 격주로 발송될 무료 뉴스레터를 구독하실 수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지금까지 한국과 역사를 사랑하는 시선:력의 대표 최민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dited by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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