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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본명이 송혜교인데요

작가의 마음과 걸음

by 송혜교 Apr 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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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엔 내 이름이 싫었다. 학교에 입학한 날부터 전교생이 나를 알게 된 것도, 어디서 큰 소리로 이름을 불리는 날에는 모두가 나를 돌아보는 것도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머리카락으로 명찰을 가리고 다니곤 했다. 김혜교도 이혜교도 안혜교도 아니고 송혜교라니! 어쩌다 이렇게 튀는 이름을 갖게 된 걸까.




연진아,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송혜교입니다."
"송혜경 님이요?"
"송혜교요."
"송... 혜교요?!"
"네에, 이름이 똑같아요."
"어머! 정말요?"


어쩌다 통화로 이름을 말해야 할 때면 늘 이런 대화를 하게 된다. 가끔은 "에이, 가명 말고 진짜요!"라며 웃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는 "진짜로 본명이 송혜교인데요..."라고 해명해야 한다. 애초에 흔한 이름이 아닌 데다, 톱스타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으니 놀라는 사람이 많다.


배우 송혜교 씨의 히트작이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도 조금씩 바뀐다. 태양의 후예가 한창 방영될 때는 사람들이 틈만 나면 나에게 다가와 "의사면 남친 없겠네요. 바빠서." 같은 대사를 쳤고 요즘엔 모두들 나만 보면 연진이에 빙의한다. 이제는 나도 익숙해져서 이렇게 응수한다.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어쩌다 슈퍼스타의 이름을 가졌나


종종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이름이 '송혜교'인 것이 우연이냐고. 그냥 송혜교로 살고 있었는데, 웬 배우가 혜성처럼 나타나 송혜교의 대표주자 자리를 선점한 거냐고. 만약 그랬다면 조금 억울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송혜교 씨는 이미 유명한 스타였다.


슈퍼스타와 같은 이름을 갖게 된 계기는 이렇다. 우리 집안의 돌림자는 '혜'였고 나는 처음부터 '송혜0'의 이름을 가질 운명이었다. 선생님인 우리 아빠는, 제자들에게 딸 이름을 무엇으로 짓는 게 좋겠냐고 물었다. 혜진이, 혜미, 혜정이, 혜린이, 혜수 등 얼마든지 붙일 이름은 많았다. 그러나 송혜교 씨는 당대 최고로 핫한 스타였다. 학생들은 당연하다는 듯 "송혜교!"를 외쳤고 그렇게 나는 송혜교가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놀라운 사실은 내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송혜교 씨가 꾸준히 톱스타의 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이건 우리 부모님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덕분에 나도 가을동화의 은서부터 더글로리의 동은이까지 수많은 작품의 히트를 덩달아 실감할 수 있었다.

  



송혜교라서 좋아요


앞서 말했듯 학창 시절에는 내 이름이 싫었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송혜교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건 큰 행운이었다. 비록 영원히 두 번째로 유명한 송혜교의 자리에 머물겠지만, 멋진 사람과 이름을 같이 쓴다(?)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니, 이름이 주는 좋은 이미지를 덩달아 누리곤 한다. 손 안 대고 코 풀기다.



tvN '놀라운 토요일'

둘째로, 나만의 짤을 가질 수 있다. 톱스타인 만큼 예능에서 종종 자막으로 송혜교 씨를 언급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홀랑 가져다 활용한다.  친구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내게 할 말이 있을 때 "송혜교 씨 없어요?" 짤을 보내면, 나는 "송혜교가 나야?" 짤로 답변한다.




나는 핑크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누군가 "무슨 색 고를래?"라고 물으면 '혜교는 핑크' 짤을 보내기도 한다. 정말 별 것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일상 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전국의 태희, 혜교, 지현이들은 이런 나의 마음에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송혜교 에세이'입니다만?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사람들이 내 이름을 쉽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보통 유명인이 쓴 에세이가 아니고서야 잘 눈에 띄지도 않을뿐더러 사람들이 작가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 책의 독자들은 오히려 책 제목보다 작가 이름을 더 잘 기억한다.


출판사에서 표지에 대문짝만 하게 '송혜교 에세이'라고 적어두신 덕분에, 작가 이름만 보고 책을 펼쳐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초보 작가로서 이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는 작가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비슷한 예로 서점에서 '전지현 에세이'라고 적힌 책을 우연히 마주친 적 있는데, 그 책의 작가님은 작가 소개 첫 줄에 이렇게 적어두셨다. '본명이다.'






과하게 유명한 내 이름이 부끄럽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내 이름을 정말로 사랑한다. '이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내가 태어날 때부터 유명했던 송혜교 씨가 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최고의 자리에 있기를 응원한다. 앞으로도 "생각하셨던 송혜교 씨는 아닐지 몰라도, 이것도 송혜교 에세이입니다. 읽어보시면 나름 괜찮아요."라는 식의 뻔뻔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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