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15 댓글 17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 작가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작가의 마음과 걸음

by 송혜교 Apr 07. 2023
아래로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연재한 지 딱 두 달 정도 되었다. 오늘은 내 브런치북이 '요즘 뜨는 브런치북' 1위의 자리에 오른 날이다. 이 영광스러운 날을 기념하여, 브런치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주 소소했다. 비록 원고료를 주는 플랫폼은 아니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공개하는 습관만 들이더라도 성공이라는 소박한 생각이었다.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매일 자연스럽게 브런치에 들어와 글을 끄적거렸다. 비록 발행하지는 못하더라도, 작가의 서랍에라도 저장해 두는 게 목표였다.





이혼은커녕 결혼도 안 했지만요


사실 처음에는 쓸 얘기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생각했다. 에세이를 출간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데다 아직은 그리 오래 살지도 않아서(?) 다음 에세이를 쓰려면 최소 다섯 살 정도는 더 먹고 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첫 에세이인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를 집필할 당시, 원고량을 꽤나 넉넉하게 쌓아뒀었다. 즉, 마른걸레 쥐어짜듯 일상 속 소재를 짜냈다는 뜻이다. 무려 2년 동안 그렇게 지낸 것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니, 이제는 정말이지 더 이상 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가 처음 글을 집필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브런치북 인기 순위 20개 중 절반 이상이 이혼 얘기였다. 흥미진진한 소재와 필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브런치의 스타 작가님들은 언제나 인기순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고 나의 유치한 일상글이 끼어들 틈 따위는 없어 보였다. 


나는 이혼은커녕 결혼도 안 해본 데다, 그 외에 눈길을 끌 만큼 독특하고 대단한 소재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도 주눅이 들 때가 많았다. 다른 작가님들은 모두 연륜과 경험이 대단했다. 그럴 땐 친구에게 "글감을 위해 나도 급하게 결혼을 추진해 볼까?"라는 농담을 던지며 소재 없음의 슬픔을 해소하곤 했다.




마이웨이로 가겠습니다


새로운 작가와 작품이 순위에 오르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현실을 깨닫자,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어차피 인기를 끌지 못할 거라면, 그냥 쓰고 싶은 글을 꾸준히 쓰겠다! 별 특이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시골에서 소박하게 살고 있는 내 일상을 공유해 보기로 했다. 온라인상에 시골살이에 관한 글은 많지만, 젊은 세대가 쓴 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늘 아쉬웠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분명히 은퇴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시골로 떠나고 싶을지도 모르는데, 참고가 될만한 글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Z세대의 시골살이'라는 컨셉을 잡고 내가 겪었던 불편함과 그 너머에 있는 행복을 적어 내려갔다. 잘난 지점이 없는 대신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기로 했다. 하루에 두 편의 글을 올린 날들도 있었다. 그렇게 꾸준히 글을 올리자 조금씩 독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글이 갑자기 에디터픽에 뽑히더니 구독자가 100명으로 쑥 늘었다.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글쓰기에 재미가 붙었다. 완성된 글을 엮어 브런치북을 만들자, 며칠이 지나지 않아 요즘 뜨는 브런치북 차트 17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이렇게 잔잔한 글이 인기 순위에 올라갔다고? 믿을 수 없는 마음에 동네방네 자랑을 했다. 다음날이면 다시 20위 밖으로 내려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떠있을 때 자랑해야지 싶었다. 아마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신 작가님들도 나만큼 자랑하고 다니시진 않았을 거다^^... 한마디로 호들갑을 떨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믿을 수 없는 일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17위였던 순위가 15위로 오르더니, 그다음 날에는 갑자기 4위를 달성했다. 그다음 날에는 3위, 바로 어제는 2위의 자리에 있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차트를 거슬러 오늘은 드디어 1위의 자리에 올랐다. 내 글이 1위에 떠있는 것을 본 나는 잠시 눈을 의심하고 몇 번이나 새로고침을 했다. 오류가 아니라 진짜였다!




브런치 작가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애초에 글을 써서 큰돈을 벌 생각이었다면, 내 글을 무료 플랫폼에 마구 공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브런치는 정말 독특한 플랫폼이다. 원고료 한 푼 주지 않는데도 신이 나서 자꾸만 글을 올리게 된다. 사실은 신문이나 각종 웹진에 칼럼을 기고해 원고료를 받았을 때보다, 브런치 누적 조회수 20만 뷰를 돌파한 것이 몇 배로 기뻤다. 통장은 조금 쪼들려도 마음만은 풍족하달까. 그때 느꼈다. 브런치 작가는 관심을 먹고 산다는 걸!



undefined
undefined


사실 다음 메인화면에도 몇 번이나 글이 올라갔다. 매일 확인해 본 건 아니지만, 조회수 증가 추이로 짐작해 보자면 <20대지만 깡시골에 삽니다> 글 10편 중 절반 가까운 글이 메인에 노출된 것 같다. 하지만 다음 메인에 글이 걸린 것보다, 브런치 내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과 '구독자 급증 작가' 섹션에 내 이름이 떴을 때가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드디어 나에게도 악플이!


브런치 작가님들이 악플로 인해 속앓이 하시는 상황을 몇 번 보았다. 브런치에서도 악플러들이 종종 활동한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참 부지런하기도 하지. 어느 순간부터는 악플이 남일이 아니게 되었다. 글이 여기저기에 노출되고 나니 악플도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인기쟁이가 된 기분이었다.


사실 나는 인터뷰 경험이 많은 데다 유튜브 채널도 운영해 보았기 때문에, 악플에는 별로 상처받지 않는 편이다. 지금 생각나는 악플은 반려동물들을 배려하며 살고 있다는 나의 글에 '개를 상전처럼 모시고 산다니 제정신이냐'는 식으로 구구절절 따지던 댓글이다. 잠시 고민했다. '어쩔티비'라고 답글을 달아볼까. 하지만 이내 나의 사회적 이미지와... 악플러를 대하는 올바른 행동수칙을 떠올렸다. 악플러에게 먹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조용히 댓글 작성자 차단을 눌렀다. 






브런치는 댓글이 엄청나게 활성화된 플랫폼은 아니지만, 악플보다 선플이 배로 많다. 게다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서인지, 달리는 댓글들도 눈에 띄게 따뜻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읽기만 해도 힐링이다'부터 '살아있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같다', '읽는 내내 웃느라 잇몸이 말랐다'는 내용이었다. 아, 가장 감탄했던 건 '글이 좋아서 욕 나왔어요.'라는 한 작가님의 댓글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가끔은 "뭐야, 오늘은 진짜 쓸 게 없는데?"라며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책상 앞에 앉아 어떻게든 글을 쓰고 고쳐낼 수 있었던 것은 다 이런 따뜻한 댓글들 덕분이다. 실은 멋진 댓글이 달릴 때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랑을 엄청나게 해댔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내일이면 다시 없어질 신기루 같은 1위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이 기쁨을 충분히 즐기려 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브런치북 1위 소식을 들은 친구들의 귀엽고 따뜻한 반응을 함께 공유한다. 비록 더글로리 중독자들처럼 이야기하긴 해도, 언제나 나의 집필을 지지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내가 조금 구린 글을 써서 올릴 때에도 아낌없는 칭찬을 보내준다.


이름이 송혜교인 덕분에 '멋지다'는 칭찬을 남들보다 배로 많이 듣게 되는 요즘이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소소한 일상과 각종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어요!

➡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이전 10화 진짜로 본명이 송혜교인데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