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 높은 아이로 키우는 법

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육아서

by 송혜교



'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육아서'는 두 딸을 키우며 수십 권의 육아서를 탐독한 50대 엄마와 심리학을 전공하고 교육계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딸이 함께 쓰는 시리즈입니다. 양육자로서 부모의 시선만으로 쓰인 육아서를 넘어, 그 육아의 대상자였던 자녀의 후기까지 담아보려 합니다.

필자가 두 명인 만큼, 헷갈리지 않도록 엄마는 ♣, 딸은 ♬로 표기합니다.



♬: 최근 들어 '어휘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이 우리 아이의 어휘력을 길러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말 잘하고 글 잘쓰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지는 모든 양육자의 관심사일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글 쓰고 말하는 걸 아주 좋아하는 아이였다. 처음에는 이게 나의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황에 적합한 단어를 찾고 말을 풀어내는 건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서만 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그 훈련의 과정에서 어떠한 압박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는 엄마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내가 어휘력을 기르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저 행복하게 웃고 떠들고 읽고 쓰며 자랐다. 그 덕분인지 운이 좋게도 지금껏 글 쓰고 말하는 일로 먹고살고 있다.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지금부터 우리 엄마, SUNNY의 비법을 공개한다.






결정적 한 마디를 던질 수 있는 사람


♣: 말을 잘한다는 건 무엇일까? 통상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청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 정연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보면 말을 잘한다고 칭찬한다. 구사하는 어휘의 수준과 상황에 맞는 어휘를 택하는 능력과 비례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20대 중·후반인 두 딸은 어딜 가서나 말을 잘한다. 특히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능숙하다. 첫째 딸이 친구들과 스위스로 단체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인해 기차를 탈 수 없게 되었다. 꽤 비싼 금액을 날리게 된 셈이라 몇몇 친구들이 먼저 다가가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에서는 천재지변을 주장하며 환불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째 딸이 다시 티켓판매처에 방문해 환불 불가 규정과 현 상황의 차이점을 차분하게 설명했고 결국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까지 모두 환불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말 몇 마디로 백만 원이 넘는 금액을 돌려받은 셈이다.


요즘에는 수학 공식을 풀지 못해서가 아니라, 문제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오답을 내는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어휘력, 문해력은 국어나 영어 과목에서만 필요한 줄 알았는데, 수학이나 과학 문제까지 풀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어휘력 향상을 위해 논술이나 독서 학원을 보내는 학부모도 많다. 어휘력 향상을 위해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건 분명 정답이겠지만, 글보다 영상에 배로 많이 노출되고 있는 현대의 아이들에게 학원에서 두어 시간씩 독서를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변화를 바라기 어렵다. 어휘력이라는 건 단기간에 암기해서 높일 수 있는 능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적은 목표가 될 수 없다


: 물론 어휘력이 좋은 아이가 높은 성적을 받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아이들의 어휘력을 길러주는 과정에서 나는 다른 목표를 꿈꿨다. 수많은 육아서를 탐독하면서 좋은 성적, 좋은 결과라는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육아란 세상에 태어난 생명을 반듯한 한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부모의 도움 없이도 이 험난한 세상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어릴 적부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가정을 만들어야 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큰 의미를 둔 것은 '소통'이었다. 사람 간에 소통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대표 격인 '말'과 '글'. 이 두 가지는 가정에서 충분히 습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특히 말과 글에 필요한 어휘력을 향상하는 데 있어서 아이가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가정에서의 역할이 클 거라고 믿고 있었다.


활발하게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딸들을 보면,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키웠길래 둘 다 똑 부러지게 말을 잘하는 거냐"며 부러움 섞인 질문을 던지곤 한다. 책을 많이 읽어줘야 한다,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식상한 답변이다. 그래서 오늘은 독서 이외에도 딸들의 어휘력을 향상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어휘력 높은 아이로 키우는 시발점


: 임신 5개월 정도가 되면 태아가 주변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를 낳기 전부터 꾸준히 소리에 신경을 썼다. 고음보다는 저음을 잘 듣는다고 하니 나지막하게, 따뜻한 목소리로 꾸준히 말을 걸고 노래를 불러주고 엄마, 아빠가 대화하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움직임 하나하나, 옹알이 한마디에도 반응하며 꾸준히 이야기를 했다. 물론 책도 읽어주었지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아이가 잠들 때마다 불러주는 자장가였다. 매일 아이가 잠들 때마다 불러줄 수 있는 자장가를 다섯 곡 정도 정해놓고 항상 같은 순서로 불러주었는데, 그 반복이 아이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들은 자장가는 아이가 가장 빨리 배우는 노래가 되기도 한다.



: 내가 아기일 때부터 초등학생이 될 무렵까지, 엄마는 매일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아주 어릴 때의 기억이지만, 편안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들은 덕분인지 여전히 그 음악들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자장가는 <별>이라는 곡이었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게오.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면서도 쓸쓸함이 배어나는 다소 심오한 가사다. 만약 이 가사를 글로 처음 접했다면, 어린 시절의 나는 이해하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서산', '뜰', '초사흘달', '헤아리다'는 미취학 아동에게 조금 어려운 표현이니까. 하지만 나는 이 노래의 뜻을 이해하게 되기도 전에 이미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아름다운 가사를 통해 새로운 어휘를 접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아이가 나쁜 말을 했을 때


: 어린아이가 어른의 말을 쓴다며 자랑 반, 걱정 반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다. 어른들의 말을 쓰는 게 다른 아이와 달라 어쩐지 자랑하고 싶긴 하지만, 아이가 계속 쓰면 안 될 것 같은 말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 말을 계속 쓰면 안 되는데 싶은 말을 아이가 사용하는 걸 처음 들었을 때 '그 말은 나쁜 말'이라고 알려주었다.


이때 절대 과도한 리액션을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그런 말 누구한테 배웠어? 응? 어머 얘 좀 봐!"와 같은 반응은 금물이다. 아이는 자기가 한 말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관심'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한다. 또한, 자신이 관심받았던 말을 기억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기회가 되면 기억에 남았던 그 말을 또 사용하려고 할 확률이 높다.


같은 이유로, 아이가 그런 말을 사용했다는 게 너무 귀엽고 신기했더라도 누군가에게 얘길 하고 싶으면 아이가 듣지 않는 곳에서 했다. 아이들이 직접적인 대화 속에서만 말을 배우는 건 아니다. 저쪽에서 정신없이 노는 것 같아도 이쪽에서 엄마와 아빠, 엄마와 할머니 등 가족들끼리의 대화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수도 있다. 심지어 엄마가 친구와 통화하는 중에 내뱉는 말도 충분히 스캔 가능하다. 그런 어른들의 대화 속에서 들었던 신기한 말을 습득해서 다시 뱉었을 때 어른들이 보이는 과도한 리액션이 아이의 잘못된 어휘 습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이 앞에선 말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 아이가 이게 나쁜 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일단 '말은 주고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즉, 아무리 어리더라도 한 명의 화자로 존중받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만약 아이는 아이대로 말하게 두고 어른은 어른끼리 대화한다면, 아이는 자신이 나쁜 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내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존중해 주었기 때문에, '말은 내 맘대로 내뱉는 게 아니라, 대화 중인 한 명의 사람으로서 상대의 반응과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만약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이들은 원하는 바를 혼잣말처럼 말하게 된다. "파란색으로 바꾸고 싶어요."라고 정확히 말하는 게 아니라 "파란색이 갖고 싶은데..."라며 혼잣말을 흘리는 식이다.






아이들은 대화하고 싶어 한다


: 결혼 후 전업주부로 생활하던 시절이 길었다. 그런데 둘째가 중학생이던 시절, 사정이 생겨 남편의 사무실에 함께 출근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출근이 결정되고 가장 걱정했던 점은 둘째 딸이 하교 후 집에 왔을 때 재잘재잘 떠드는 걸 들어줄 상대가 없다는 거였다. 퇴근을 하면 오후 10시가 훌쩍 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혼자 집에 들어와야 하는 둘째에게 진지하게 의견을 물었다. 딸은 어차피 학교 수업이 늦게 끝나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와 배웠던 내용을 복습하면서 기다리면, 혼자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거라고 답했다.


출근했던 첫날, 10시 반쯤 귀가하고 나니 둘째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쉴 새 없이 얘기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맞장구를 쳐주고 있는데 야간 자율학습을 끝낸 고등학생 첫째가 집에 왔다. 첫째도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둘째는 내일 등교 준비를 한다며 제 방에 들어갔고 첫째는 내가 클렌징을 하는 내내 교복을 입은 채로 욕실 앞에 주저앉아 계속 수다를 떨었다. 난 세수를 하면서도 또 대답을 했다. 첫째도 한참을 얘기하더니 그제야 교복을 벗으러 갔다.


다 씻고 첫째에게 먼저 잔다며 굿나잇 뽀뽀를 해주고 안방에 갔더니 둘째가 우리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더 할 얘기가 남은 모양이었다.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엄마가 먼저 잠들지 모르니까 미리 뽀뽀하자."하고 작은 아이를 껴안았다가 손만 잡았다가 하다가 먼저 잠이 들었다. 잠결에 아이가 살며시 불 끄고 나가는 기척을 느꼈다.


아이들은 대화하기를 원한다. 누군가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길 정말 원한다. 그 대상이 부모인 나라는 건 정말 큰 기쁨이다. 만약 부모가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입을 꾹 닫고 친구들에게만 속마음을 털어놓을 것이다. 아이가 다가와 수다를 떤다면, 부모는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 얘기를 들어주려 노력해야 한다.


아이는 얘기하지 못해 답답하고 부모는 얘기를 듣지 못해 답답한 상황으로 변하는 건 정말 순식간이다. 그래서 몸이 조금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아이들이 나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싶어 한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끝까지 들어주려 노력하는 엄마가 되고자 했다. 말을 안 하던 아이가 갑자기 말을 잘하게 될 확률은 높지 않다. 어휘력도 꾸준한 대화 속에서 향상되는 것이 당연하다.



: 어릴 적부터 가족과 대화를 많이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어휘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자녀의 언어능력은 부모의 소득에 비례한다는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도 있다. 일반 가정 아동에 견줘 빈곤 가정 아동의 어휘력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통계는 단순히 재산을 넘어 부모가 지닌 시간적, 심적 여유의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부모가 더 많은 시간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더 많은 어휘를 들려줄수록 아이의 어휘력도 성장한다.


늘 집에 함께 머물던 엄마가 출근을 하게 되었을 때, 우리 집의 경제적 상황은 분명 어려웠다. 하지만 나에게는 퇴근 후 30분, 1시간이라도 엄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게 더 중요했다. 가장 중요한 건, '보호자가 나에게 언제나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 하나만 잘 알고 있어도, 아이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자립심이 강한 것과 기댈 곳이 없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언제나 기댈 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 때, 아이는 더 주체적이고 용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비유하자면, 초보운전자가 일반적인 차량을 혼자 몰 때와 조수석에도 브레이크가 달려있는 주행 연습용 차량에 숙달된 운전자와 동승할 때의 차이 정도는 된다. 내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비로소 과감해지는 법이다.


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늘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현명한 조언가였다. 그래서인지 이십 대 중반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엄마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늘 가방을 정리하기도 전에 엄마에게 하루 일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 이유도 없이 전화해 엄마가 뭘 하는지 물을 때도 많다. 나는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이런 대화의 과정들이 얼마나 큰 동력이 되었는지 모른다.






다정하게 말하는 사람이 되기를


: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남편과 나는 서로를 비판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조심했다. 심지어 육아 문제로 의견이 갈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주 어린아이 일지라도, 자신 때문에 부모가 다툰다는 느낌은 마음속에 쌓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더라도 부부간에 서로 힐책을 하게 되면 집안의 분위기는 엉망이 된다. 엄마 아빠가 서로를 위하면 부모 위주로 가정의 분위기가 형성되지만, 부부가 서로보다 아이를 위하는 가정에서는 아이가 서열 1위가 된다.

가정은 부부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 부부의 삶에 아이가 함께 해서 더 행복한 가족이 되는 것이 아름다운 가정이다. 부모와 자식은 핏줄로 이어진 관계지만 부부는 사랑만으로 이어진 관계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 아이를 위해서든, 배우자를 위해서든 서로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말을 쉽게 뱉어선 안된다.


내가 남편을 만만하게 보고 말하면, 아이도 머지않아 내 남편을 만만하게 보며 말하게 된다. 내가 아내를 무시하듯 말하면, 아이도 머지않아 내 아내에게 무시하듯 말을 던지게 된다. 말하는 습관은 그 무엇보다도 가정에서 제일 많이 배우게 된다. 난 '아'하지만 넌 '어'해야 돼. 이런 말은 교육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을 늘 상기했다. 아이가 좋은 말을 많이 배우기 원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밝고 편안하고 따뜻한 대화를 하려 노력했다.


아이의 잠재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가정과 자신을 믿어주는 보호자라고 생각한다. 믿을 수 있는 존재와 부담 없이 또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때 아이는 비로소 스스로를 존중하고 믿을 수 있게 된다. 그런 믿음이 자신감이 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 부모가 서로 다정한 대화를 나누려는 노력이 단순히 아이의 연애관, 결혼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다정한 부모의 모습은 삶의 모든 지점에 영향을 준다. 인간관계부터 어휘력, 화법까지. 반대로 어릴 적부터 모든 대화가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환경에서 자란다면, '비판과 비난으로 흘러가는 말하기' 방식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대화라고 보기 힘든 공격적인 상황이 자꾸만 반복되면, 자녀의 입장에서는 그냥 입을 꾹 닫게 된다. 그게 부정적인 상황을 끊어버리는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풍부한 어휘력보다 갖추기 어려운 건, 다정하게 말하는 능력이다. 사회가 척박해질수록, 다정하게 말하는 사람은 줄어든다. 톡 쏘는 불쾌한 말을 접하는 게 훨씬 쉬운 세상이다. 어려운 한자어를 척척 읽어내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 "봉투 필요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그럼 이걸 다 들고 가라는 거예요?"라는 식으로 쏘아붙이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조금 단순한 문장이라도 다정하게 말하는 법을 먼저 알게 된다면,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사람이 되어 더 풍부한 대화를 나누며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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