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날 이렇게 키웠어?

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육아서

by 송혜교


어릴 적,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인 줄 알았다. 비록 부자는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 풍족한 정서적 교류를 주고받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집을 생각하면, 가족을 떠올리면 언제나 든든해졌고 그 감정이 내 모든 성취의 원동력이 되었다.


누구나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건 아니라는 걸 학교에 입학해서야 깨달았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고 나의 행복은 모두 엄마의 피나는 노력에서 시작됐다는 걸. 어린 시절의 경험이 좋은 양분이 되어서, 지금 나는 교육 분야에서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나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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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그 누구도 선뜻 정답을 내놓지 못한다. 여전히 서점에 가면 육아서가 인기를 끌고 육아 예능은 시대를 막론하고 부모들의 공감을 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부모가 육아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아이를 정말 잘 키워냈다고 자부하는 부모들도 있다. 우리 애는 학원에 안 다니고도 서울대에 갔다거나, 토종 한국인인데도 원어민급으로 영어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책도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수많은 육아서에서는 당사자의 입장이 빠져있다. 육아의 대상이 되는 아이는 그럴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 솔루션들이 결국 아이의 정서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래서 새로운 버전의 육아서를 써보려고 한다. 두 딸을 키워낸 50대 엄마의 육아 비법 뒤에, 당사자이자 교육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나의 입장을 덧붙여서. 나는 어떻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던 걸까? 엄마는 왜 날 이렇게 키웠을까? 아래부터는 우리 엄마, SUNNY가 작성한 글이다.





육아에도 공부가 필요한 이유


내 눈앞에 아이가 나타나기 전까진 육아가 뭔지 실감하지 못했다. 그저 낳으면 어떻게든 남들처럼 잘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모든 걸 책으로 배우길 좋아했던 터라 임신 중에도 임신과 육아에 관련된 책을 읽곤 했지만, 아이를 낳은 직후에 깨달았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걸. 이런 상태로 아이를 낳는다는 건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걸.


갓난아이가 울면 기저귀를 살피고 배가 고픈지 살피고 열이 있나 살펴봐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걸 다 확인했음에도 아이가 계속 울면, 당황스러운 마음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증상과 내가 어떤 처치를 했는지 설명하는 동안에도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어댔고 내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이걸 살펴봐라, 저걸 살펴봐라 하던 엄마는 '혹시 아이가 누워있는 곳이 너무 뜨거운 건 아닌지' 확인해 보라고 했다. 허겁지겁 이불 밑에 손을 넣어보니 너무 뜨거웠다. 산후조리를 한다며 방바닥이 뜨거울 정도로 보일러를 올려놓은 상태에서 내 옆에 아이를 뉘어놓았던 것이다. 두꺼운 이불을 매트리스처럼 깔고 그 뒤에 아이를 누이니 아이가 언제 울었냐는 듯 잠이 들었다. 먼저 지나온 사람의 지혜였다.


나를 비롯한 세 아이를 키워낸 경험이 있는 엄마에게 수시로 도움을 받았지만, 언제나 의견이 통일되는 건 아니었다. 엄마는 아이가 약한 화상을 입었을 때 감자를 갈아서 붙여야 한다고 말하거나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걸 모두 주려고 했다. 내가 반박하면 "옛날엔 다 그렇게 키웠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아는 게 없으니 부모님의 주장에 맞설 논리가 부족했다. 그래서 육아를 더 제대로 공부하기로 했다.




결국 답은 내가 찾는 거니까


그날부로 육아 기술, 아이들의 심리, 부모교육까지 육아서를 섭렵했다. 사실 읽다 보면 비슷한 내용이 훨씬 많았지만, 그 사람만의 독특한 경험과 그에 따른 육아노하우가 한두 개씩은 있었기 때문에 좋은 책, 나쁜 책 가리지 않고 가능한 많은 육아서를 읽었다.


요즘에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육아 관련 영상들이 쏟아져 나온다. 예전에 비해 정보가 많으니 좋은 일이다 싶다가도, 막상 생각해 보면 '이렇게나 많은 정보 속에서 나와 내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사례를 분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잘못된 방법으로 다이어트하다간 건강을 잃을 수 있는 것처럼 내 아이에 맞지 않는 육아방식을 적용하면 나와 내 아이 모두가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


따라서 좋은 영상을 많이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만이 늘 정답은 아니다. 나는 부모라면 많은 육아서를 읽으며 책의 내용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공부하고 또 공부하면서 교육가치관을 세우고 또 끊임없이 보완해 나가는 것이 낳은 사람으로서의 도리일지도 모른다.






육아서에도 결말이 있다면


내가 아이들을 키울 당시 읽었던 육아서들은, 대체로 아이의 성취를 자랑하는 글들이었다. 당시 베스트셀러 육아서들은 하나같이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해서 의사가 됐다거나 서울대에 갔다는 결말을 자랑했다. 하지만 나는 그 책들을 읽으며 '그런 성취를 이루기까지 그 아이는 부모의 육아방식에 만족했을까'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 책들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입장에서만 쓴 글이니까 말이다. 결과가 좋다고 과정이 다 좋은 것은 아니고 부모가 생각하는 좋은 부모와 아이가 생각하는 좋은 부모의 기준이 다를 수도 있다.


육아란 갓 태어난 한 생명을 반듯한 한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육아서에도 결말이 있다면, 아이가 어떤 대학에 갔는지가 아니라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얼마나 행복하게 기억하고 있는지가 담겨야 한다. 그래서 딸과 함께 조금 다른 육아서를 써보기로 했다. 50대인 내가 아이들을 키웠던 방식을 기록하고 육아의 대상자였던 20대 딸이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장단점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부모의 일방적인 시선으로 판단하는 육아서를 넘어, 나의 행동이 우리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살짝 가늠해 볼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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