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 역사 박물관에 아이들 없이 혼자 다녀왔어요. 저번에는 아이들과 청동기 시대 지하를 구경했고 이번에는 다른쪽 지하로 내려갔어요. 중세 시대 최후의 심판 조각상이 반기네요. 성경 이야기를 재밌게 읽고 있어 그런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이번에 읽는 서양미술사 책에서도 중세 미술 그림과 조각상은 당시 사람들에게 성경을 가르쳐 주고 알려 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성경 내용의 느낌을 조각상들이 잘 전달하고 있어요. 처음 맞이한 작품은 ‘열처녀의 비유‘였어요. 대강의 내용은 결혼 잔치를 기다리고 있던 열처녀 중에 지혜로운 다섯 처녀만 등잔에 쓸 기름을 가져가서 신랑이 왔을 때 준비를 못한 어리 석은 다섯 처녀는 기름을 사러 가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짐작하시겠지만 신랑인 예수님이 언제 올 지 모르니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비유이죠.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울고 있는 듯한 처녀상이 인상 깊네요.
이번에는 방 안으로 쑥 들어갔어요. 아무도 없는 ‘최후의 심판’ 방에서 혼자 있자니 살짝 무섭긴 한데 역시나 혼자와서 여유롭게 둘러 봤어요. 내용은 역시 최후의 심판이에요. 천국으로 갈 것인가? 지옥으로 갈 것인가? 기독교에서는 살다가 죽으면 심판대 앞에 선다고 믿잖아요. 중세 기독교인들 역시 인생은 긴 시험 기간이었죠. 세상의 끝날에도 역시 선한 사람들은 천국에 그리고 악한 사람들은 지옥으로 갈 것이라고 믿었구요.
방에서 처음 맞이하는 조각상은 정의의 여신(Justitia)이었어요. 한 손에는 저울,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네요. 죽고 나면 저울로 공평하게 죄를 저울질해서 심판하고 그에 따라 처리하려는 것일까요? 옆에 천사들이 성경 구절 뒷배경으로 부연 설명하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들어가 보면 6명의 선지자들이 구약 시대에 예수님과 함께 맞이할 하나님의 나라를 예언하고 있고 다윗왕과 구약 시대 제사장 에스라가 함께 최후의 심판 목격자로 총 8명이 조각상이 세워져 있어요. 누가 누구인지 한참 쳐다 보았지요. 그러나 조각상의 얼굴은 서로 비슷비슷해 보여요.
이어서 오른쪽 벽면에 지옥의 형상이 보여요. 지옥에는 공포와 고문, 절망이 지배한다고 하는데 조금 우수꽝스러워 보여요.
조금 더 들어가 보니 중앙에는대천사 미카엘 조각상이 보이네요. 인간의 영혼을 그들의 행위에 따라 저울에 달아 평가하는데 악마는 저울의 한쪽을 눌러 영혼이 가벼워져서 지옥에 떨어지게 하려는데 미카엘은 그의 칼로 악마의 옆구리를 칼로 쳐서 무고한 영혼이 구원받도록 돕는다는 내용이에요. 악마의 옆구리에서 터져나온 내장 기관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요. 이런 표현도 재미있네요.
미카엘 뒤편에는 천사들이 있어요. 천사들은 최후의 심판때 수난의 도구를 가지고 나타난다고 하는데 천사 조각상들 또한 예수님께서 순교하실 때 쓰셨던 도구들을 들고 있어요. (십자가, 못, 막대기와 채찍 등)
마지막 벽쪽에는 역시나 예수님 조각상이 있었어요. 양 옆에는 마리아와 예수님의 길을 준비하러 왔던 요한과 12제자의 조각상이 오른쪽 6명, 왼쪽 6명 사이좋게 나눠져 있었죠. 심판대에 앉으신 예수님 앞에서 마리아와 세례 요한은 중재자의 역할을 그리고 12제자는 조언자의 역할을 했다고 해요.
간만에 혼자 와서 여유롭게 둘러보았죠. 교회의 중요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던 조각상이었을 텐데 중세 사람들도 이 조각상을 보면서 착하게 살아야 겠다고 마음먹었을 것 같아요. 저 또한 조각상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성경의 최후의 심판 내용을 되새겨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