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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잔처럼 집라인~(Seil Park bern)

by 키다리쌤

도심의 숲에서 산책하다가 숲클라이밍 하는 아이들을 본 기억이 있어요. 매일매일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우연히 걷다가 스위스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는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우리 가족끼리도 좋지만 이번에는 지인의 가족과 함께 기회를 틈타 가 보았어요. (12살 남자아이 2명, 11살 여자 아이 2명, 어른 3명)


등록을 하기 위해 영상교육자료를 보고 문제 풀고 이메일 아이디에 (등록한 이메일에 온)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이름과 주소 등등 간단한 등록 절차를 거쳐 통과해야 돈을 내고 체험을 할 수 있어요. 처음이라 등록하는데 모르는 것도 직원들에게 영어로 물어보며 꽤 시간에 걸렸어요. (16살 이하 32프랑, 학생 37프랑, 어른 42프랑)


직원은 12살 이하 아이들은 어른들의 지도하에 해야 한다고 알려줬어요. 고리를 하나 걸면 다른 고리는 고정이 돼서 바닥으로 탁 떨어지지 않아요. 그러나 딱 보면 3~4미터보다 높은 곳에서 잘못하면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어 위험할 수 있어요.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해서 아이들과 같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다음 산악로프 전용 고리를 두 개, 집게형 고리 두 개가 달린 꽤 묵직한 조끼를 입고 장갑을 끼고 헬멧을

쓰고 안전 교육을 받았어요. 꽤 높은 곳에서 하는 체험이라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이라 고리와 집게고리를 잘 이용할 수 있는지 연습했어요.

이제는 실전! 아이들과 높은 곳에 올라갔죠. 1단계부터 7단계까지 있었는데 처음 코스로 2단계를 선택했어요. 이렇게 3~4m 정도 높은 곳에서 나무 사이를 오로지 고리와 줄에 의지해서 걷다 보니 저절로 긴장이 되더라고요. 아래에서 고리 연결 교육을 받았음에도 탁탁~ 연결이 잘 안돼서 뒤에서 따라오는 8~9살 되어 보이는 스위스 현지 아이에게 물어보았어요. 아이는 친절하게 고리 연결하는 법, 집라인 타는 법 등등을 알려주었어요. 아이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앞으로 겁이 많아 한걸음 한걸음 신중하게 걸어갔어요.

1~7단계 표시 표지판 2단계 입구

2단계가 끝날 때쯤 겨우 살아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벌써 5단계를 올라갔어요. 그때부터 비도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데 아래에서 사다리를 올라타고 한 칸씩 걸어 올라가면서 아이들한테 ‘포기한다고 말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낸 돈이 아까워서 한번 더 가보기로 했죠.


그러나 고리와 집게형 고리도 익숙해지고 높은 곳에서 타는 집라인도 은근히 재밌어졌어요. 아이들은 5단계가 좀 어려웠는지 3~4단계 한다고 해서 냉큼 따라갔지요. 다람쥐 같은 아이들은 훌쩍 앞으로 가고 저는 또 맨 꼴찌로 혼자서 따라갔어요.


그런데 4단계는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6~7m 높이) 더욱 겁이 나더라고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고리와 집게형 고리만 의지해서 집라인을 타는데 생각보다 더욱 재밌었어요. 마치 타잔이 된 느낌이 들었어요. 한 번은 너무 세게 가다가 가속이 붙어 나무와 쾅하고 부딪쳐 무릎에 멍이 시퍼렇게 들었어요.

3단계 입구. 공포의 7단계 입구

그래도 집라인에 맛이 들어 더 타고 싶었는데 이때쯤이 시작한 지 4시간이 지난 후였어요. 시작할 때 직원이 4시간까지 가능하다고 해서 더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중간에 비가 와서 사람이 없다고 더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손에 힘이 빠졌어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기로 했는데 아이들은 가장 어려운 7단계를 도전하러 갔어요.


아이들 네 명 모두와 지인이 도전하러 갔다가 배에 코어 근육이 든든한 둘째와 만능 운동인 지인만 통과하고 아이 셋은 포기하고 내려왔어요. 둘째 말이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팔힘을 많이 써야 하고 위험한 곳이 많았다고 해요. 7단계는 진짜 마음먹고 가야 하나 봐요. 저는 앞으로도 7단계는 쭉 안 할 예정이지만 4단계 집라인이 간혹 생각날 것 같아요. 혹시 모르죠! 아이들 학교 보내고 혼자 타잔처럼 집라인을 타고 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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