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델발트 터미널에서 주차하고 버스 121타고 피르스트 반으로 갔어요.(버스 기사님께 버스 요금을 여쭤봤더니 주차권이 있으면 그냥 타라고 하셨어요.) 피르스트반에서 곤돌라 타고 꼭대기 피르스트(First)에 올라가기로 했고요. 오늘은 특별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여러 놀이 기구들을 타보기로 했어요. 예전부터 친구들이 그린델발트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재밌는 것들이 많이 생겼다고 가보라고 권했었는데 드디어 다녀왔지요.
곤돌라를 한참 타고 올라가니 꼭대기 피르스트에 도착했어요. 날씨기 참 좋아서 하늘이 참 맑았어요. 벌써 12시가 조금 넘어 점심으로 싸 온 주먹밥을 맛있게 먹었고요. 산에서 먹으니 더욱 꿀맛이었죠. 배를 일단 채우고 뭘 탈까 보는데 새처럼 생긴 놀이 기구 글라이더가 눈에 들어와서 어디서 줄을 서야 하나 두리번거리는데 우연히 한국분을 만났어요. 그분이 친절하게 글라이더는 피르스트가 아니라 내려가야 한다고 하셔서 다시 곤돌라를 타고 슈렉펠드(Schreckfeld)로 갔지요.
이번에는 어른인 저도 함께 탔어요. 글라이더는 타는 곳에서 표를 팔고 있어요. 대충 볼 때는 새 모양 놀이기구를 위에서 쭉 내려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아래에서 위로 쭉 올라갔다가 내려오더라고요. 처음 타 보았는데 고리가 달린 두꺼운 안전장치 조끼를 입고 그 고리를 새 모양 기구에 걸어요. 이 안전장치는 중요해서 전문가가 직접 고리에 채워줘요. 잘못해서 사고 나서 떨어지면 큰 일 나니까요.
지인 가족들과 함께 가서 어른들 넷이서 함께 탔는데 처음에는 무서워서 말도 못 하고 경직된 채로 힘주어 올라가는 글라이더에 몸을 실었는데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을 보면서 내려왔어요. 마치 새가 된 것처럼 훨훨 날아 내려왔는데 재밌었어요.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커다란 세발자전거 같은 마운틴카트를 타러 갔어요. 아이들과 안전교육을 먼저 받았지요. 운행 도중 핸드폰을 쓰면 안 되고 내기하듯이 너무 빠르게 타지 말고 양손으로 브레이크를 동시에 잡아야 멈춘다는 안내를 받고 마운틴카트를 탔는데 꽤 길었어요. (안내서에 3km라고 나와 있어요) 마치 스키 타는 느낌도 들었는데 경사가 꽤 높은 곳도 있어서 때로는 무서웠어요. (135cm 이상 탈 수 있어요)
이미 여러 번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마운틴카트 길도 양쪽에 펜스 하나 없는 곳도 많아서 까딱 잘못해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굴러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다치더라도 개인의 책임이고 보험에서 해결해야 해요. (스위스답다고 생각했어요.) 타기 전에 운영하는 회사는 안전교육을 했고 사고 발생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에 사인을 해야 표를 살 수 있게 해 놓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들 지도하에 타는 것이 좋을 듯해요. 혹시나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 말이죠.
두 가지 놀이 기구를 타고나니 벌써 3시가 넘었어요. 피르스트 꼭대기에서 부지런히 다시 올라가 전망대에서 아이거 북벽 등등 그린델발트 주변 하이킹 전망을 보고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다 보니 4시 30분! 원래 계획은 하이킹까지 해서 호수까지 보고 싶었지만 구글로 찾아보니 약 50분 걷는 거리였고 오후 6시에 곤돌라가 마감이라고 해서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어요.
오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기구를 함께 타서 즐거운 시간이었고요. (가끔씩 나오는 무서운 구간에서 너무 힘을 주고 글라이더와 마운틴카트를 탔던 탓인지 온몸이 욱신거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 피로로 인해 골아떨어졌어요.) 맑은 하늘 아래 멋진 산의 파노라마를 즐기며 글라이더, 마운틴 카트 등등 어드벤처 놀이기구도 즐기고 전망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