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리 있을 때 더 애틋한

가족.

by 염기쁨

Keshi - 2 soon 들으며 읽으면 더- 욱 좋습니다.



몸이 찌뿌둥했다. 어제 무리를 한 탓에 나가는 것조차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문득 창 밖의 하늘을 보니 오늘은 나가야 할 것만 같은 하늘이 보였다. 도시보단 자연을 사랑하는 나는, 이런 하늘의 모습에도 괜히 설레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막상 나가보니, 하늘과 비례하게 맑은 날씨에 바람까지 적당히 불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몇 분을 걸었을까, 유럽의 따가운 햇살이 곧 차가운 커피를 찾게 만들었다. 차가운 커피를 찾기 힘든 유럽인지라 서둘러 스타벅스를 찾았다.


"콜드 브루, 벤티 사이즈 주세요."


커피 한 잔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내가 좋아하는 맛의 커피를 찾을 때면 여간 행복할 수가 없다.

여행하다 보면 이런 작은 행복들이 모여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나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별게 아니라는 것 다시 한번 느낀다.


콜드 브루를 좋아하는 이유는 커피에서 초콜렛맛이 나는 게 좋다. 하지만 더 좋은 이유는 찬 물을 이용해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물을 떨어트려 맛을 만든다.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물을 떨어트리면서 맛을 내는 커피가 괜히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이라도 맛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 때문일까.


작은 행복을 얻은 후 커피를 마시며 오늘은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감상했다.

까를교로 가는 길목이라 그렇지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가족이 있었다.

족히 40리터가 돼 보이는 배낭을 멘 아빠와 엄마, 그리고 손을 잡고 있는 꼬마 남자아이 한 명. 아빠한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곧 이내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빠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웃고 있지 않았을까. 커피를 마시다가 같이 웃게 된 나처럼.


이런 따듯한 모습을 마주할 때면, 나는 항상 가족이 그립다.

나는 고민이 있으면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보다는 엄마 아빠를 먼저 찾았다. 왈가닥 한 성격 때문에 남자아이들과 자주 싸우고 들어왔던 어린이였던 '나'도, 중2병이라는 사춘기 시절의 '나'도, 그 이후, 친구 때문에, 공부 때문에, 이성친구 때문에 고민이 있던 '나'도. 항상 엄마 아빠에게 털어놓곤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아빠에게서 사랑의 말을 느꼈고 엄마의 말에선 지혜의 말을 느꼈다. 그렇게 대화를 하고 나면 항상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이 있기 때문인지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가족들. 보고싶다.







1.

아빠와 손을 잡고 나란히 걷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참 마음이 엉망진창이었다. 화나는 무언가를, 그리고 그 예민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풀까 봐 조심하고 조심했던 날이었다. 꽤나 스트레스였다.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아빠가 한 마디 했다.


웃었던 날을 모으면 행복이 되고, 좋았던 날을 모으면 사랑이 된다고.

오늘 하루는 행복하며 사랑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고.


나의 뾰족한 마음을 녹이는 말이었다.



2.

하루는 저녁에 엄마와 딸기를 먹고 있었다. 그날따라 스스로가 예뻐 보여 엄마한테 나는 너무 예쁜 것 같다고 했더니 엄마를 닮아서 그런다는 엄마의 대답. 둘 다 눈이 마주쳤고, 한참을 웃었다. 난 스스로가 예쁘다고 생각한다 (웃음) 내가 스스로 예뻐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은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엄마의 칭찬 때문이 아닐까.


호박 같다고 놀리는 친구의 말에 호박 같지만 귀여운 애호박 같다 그랬고

까만 피부를 가진 나에게 짓궂게 흑인이라고 놀리던 친구의 말에 흑진주라고 얘기해주었으며

키가 작지만 너는 비율이 좋다며 칭찬의 말을 해주었다.


아주 어렸던 나의

자존감을 높여 준 엄마에게 참으로 감사하다.

이런 부모님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나 보다.




3.

나에겐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나와 다르면서 비슷한 내 동생은, 가끔은 너무 밉지만 가끔은 너무 의지하게 되는 그런 동생이다. (모든 동생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런 동생과는 자주 떨어져 있던 터라 대화를 제대로 나눠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점점 커가면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더더욱 대화하는 횟수가 줄었다. 그렇지만 가끔 전화를 하거나,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던 날이면 몇 시간이고 의미가 있던 없던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여행하는 지금, 나는 그런 날들이 그립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은 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리 있을 때 더 애틋해지곤 하는 것 같다.



-볕이 좋았던 오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