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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Oct 30. 2022

이방인이 아닌 척 하기

여행을 하며 가장 즐기는 일은 이방인이 되어 여행하는 곳을 즐기는 것이다. 누가 봐도 이방인이지만 그곳에 녹아들어 그 나라에 흠뻑 스며드는 것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흠뻑 스며들기 좋은 방법은 바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것.


꽤나 오래전 구글 지도라는 것을 몰랐을 때이다. 어렸을 적 호스텔에 가면 꼭 지도를 주며 주변 관광지를 알려줬었다. 그리고 그곳을 지도로 확인하며 꼼꼼히 걸어 다녔다. 어떤 골목으로 가야지 숙소로 갈 수 있는지, 기차역은 어딘지, 어느 레스토랑이 있는지, 무슨 가게가 있는지, 확인을 하며 길을 익히며 머릿속에 나만의 지도를 그렸다. 그리고 그 후 지도 없이 그곳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이방인이 아닌 척하며 거리를 누비는 것이 어떤 루틴처럼 되었고 새로운 나라에 도착한 직후 항상 그래 왔다.  


아르메니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 도착한 날, 버스에 내리는 시간에 맞춰 광장에서는 분수 쇼를 하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빛을 내며 물줄기가 오가는 모습을 보니 몬주익 분수쇼가 떠올랐다. 다른 점이라 곤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과, 손을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 맥주 캔을 들고 호탕하게 웃고 있는 무리들,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는 학생처럼 보이는 무리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야광 빛을 내는 장난감과 솜사탕을 팔고 있는 상인들, 어느 날의 한가한 보통적인 밤이었지만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는 느낌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색 달랐다. 분수 뒤로는 매력적인 시계탑을 가진 건물이 하나 있었고 어딜 가나 주황빛과 노란색의 사이의 있는, 그래도 조금은 더 주황빛을 내는 가로등으로 가득 차있었다. 이미 이곳의 분위기를 한껏 느꼈다. 


이제는 숙소로 가야 한다. 광장으로부터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는데 이번에도 택시나 버스보다 두발을 택했다. 그리고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열심히 살펴보며 걸었다. 


‘이 공원은 낮에 가봐야지.’ 

‘이 카페는 노을이 질 때 와야지’ 

‘이 슈퍼와 저 슈퍼의 가격을 비교해보는 게 좋겠다.’ 

‘여기 옷이 예쁘네’ 


눈으로 담으며 예레반의 지도를 그리며 생각하며 걷다 보니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황색 간판을 가지고 있던 호스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맞이해주는 직원에 고맙다 말하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짐은 내일 풀기로 하고 따듯한 물로 샤워를 했다. 핫 샤워는 언제나 끝내준다. 내일은 오늘 봤던 곳을 다시 걷고 또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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