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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Oct 30. 2022

No plan is best plan

여행을 하며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잠을 잘 자서 인지 다시 잠을 자고 싶지는 않았다. 커튼을 걷고 침대 밖으로 나왔더니 갈색 곱슬머리를 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미안 Sorry ”.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내가 짐을 꺼내고 있는 소리에 깼다고 생각을 했나 보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이유뿐만은 아니니 즉각 대답했다. “괜찮아. 좋은 아침 you are fine. Good morning”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좋은 아침 Good morning” 


방문을 열고 조심이 나왔다. 이미 조식이 차려져 있었고, 이곳저곳에서 이미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었다. 외국에 오니 이상하게도 빵이 그렇게도 맛있어 보인다. 실제로 먹으면 우리가 아는 그 맛이지만(가끔은 더 맛없을 때도 있다) 그래도 설레는 마음으로 빵을 집어 들었다. 블루베리 잼과 딸기잼을 반씩 바르고 잘라놓은 버터를 빵 위에 올렸다. 이곳은 다른 곳과 다르게 특별히 여러 과일과 계란도 있었다. 계란은 요리하긴 귀찮아 오렌지와 자몽, 각각 한 조각씩 가지고 왔다.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국에서는 별거 아닌 메뉴가 낯선 곳에서는 별거가 되는 순간이다. 


조식을 먹고 있으니 한 두 명씩 방에서 나와 카페테리아를 채웠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눈인사를 건넨다. 조식을 다 먹은 후 자기 그릇은 스스로 설거지를 해놓으면 된다. 그게 예의고 룰이다. 일정이 없는 나는 설거지를 끝내고 커피 한잔을 더 따르고 노트북을 가지고 나와 아르메니아를 검색했다. 하나의 이미지를 누르고 위로 아래로 스크롤을 내렸다  


“나 어제 여기 갔었는데 I went there yesterday,”

 누군가가 나의 사진을 보고 말을 걸었다. 대화는 이어졌다. 


“진짜? 어땠어? 멋있어 보이는데. really? How was it. It looks nice.” 

“사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안개가 꼈거든  actually, I cannot see anything because of foggy.” 


그의 말에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이름은 Sam. “I know, I am Sam”

그는 자기를 소개하며 재빨리 말을 붙였다. 시리아에서 왔고 여자 친구와 함께 차를 개조해서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했으며 그들의 여행은 벌써 1년이란 시간을 함께했다고 했다. 캠핑카를 끌고 다니며 자연이 보이는 곳에 정차하고 그곳이 집이 되었다.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록 얼마나 멋지고 로맨틱했는지 느꼈다. 폭설에 갇혀 옴싹달싹 못할 때나, 더운 여름에 높은 산에 가서 눈썰매를 탔던 때나, 내전이 있던 곳을 조심히 지나왔던 때나… 그저 그의 이야기에 감탄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그의 여자 친구가 나왔다. 오늘 아침잠에서 깨 눈이 마주쳤던 친구였다. 그녀는 다시 한번 깨워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고 나는 그 때문에 깬 것이 아니라며 웃어 보였다. 그녀의 이름은 Diana. 그녀는 가끔 지치고 피로가 쌓일 때는 호스텔에 머물며 쉰다고 했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 hot shower”  상기가 된 이곳의 샤워 실은 끝내 준다고 했다. 어젯밤의 내가 생각나 신나게 맞장구를 쳤다. 그들은 나의 계획을 물었고, 주변을 좀 걸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는 아무것도 안 할 거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들 또한 답했다. 


“오늘 우리가 할게 그거야. That’s exactly what we do today.”


관광지에 가지 않냐는 말에, 아직은 이 주변을 더 구경하고 싶다는 말로 답했다. 그들은 이곳은 작고 예쁜 곳이라고 말해주었고, “이곳저곳 걷다가 호스텔로 일찍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말에는 이 호스텔은 이상하게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들 중 자기들도 포함이라고)


우리가 떠들며 얘기를 하고 있으니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도 한 명씩 이야기에 참여했다. 새로 참여한 친구는 미국에서 온 커플이며, 실제로 미국에 있는 조지아를 여행을 하려고 했지만, 유럽에 있는 조지아를 가보자는 말에 즉흥적으로 트래킹을 하러 왔다고 했다. 조지아에 온 이상 아르메니아를 들리고 싶었고 다음 나라인 아제르바이잔을 들렸다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 또한 왜인지는 모르지만 이 호스텔의 분위기와 시설이 좋다고 했고, 예레반에서 딱히 해야 할 일도 없다며 그들의 특유의 제스처인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다이애나는‘쉼’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말을 덧붙였다. 


그녀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꽤나 긴 시간 여행을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no plan is best plan”임을 믿는 그들. 나 또한 예레반에 머문 일주일 동안 계획 없이 보냈다.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 누군가 그곳에서 무엇을 했냐고 물어본다면 호스텔에서 그냥 쉬고, 거기서 만난 이들과 수다 떨고, 그 동네를 걷고 마트에 갔다가 또 걷고 길거리에 보이는 꽃은 한 다발 사서 걷고 또 걸었다고 말할 것이다. 

계획이 없기에 더 완벽했다고 말할 것이다. 정말 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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