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만난 마음 맞는 이들을 만났을 때 편지지를 사서 편지를 써보기도 하고, 꽃을 건네기도 한다. 다정한 마음들을 주고받고 나면 그 여행은 그야말로 완벽해진다. 포르투에 갔을 때 만났던 친구가 있다. 같은 방에 있던 동양인 한 명은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where are you from? 어디에서 왔어요?”
“ Korea. 한국이요 ”
“한국 분이세요?”라고 되묻는 그녀는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조금은 가볍게 입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등이 훤히 파져 있는 내 옷을 보고 한국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했다. 통성명을 한 후 ‘동갑’이라는 말에 바로 말을 놓았고 급격히 친해졌다. 포르투에서 이미 일주일을 지냈던 그녀는 자기가 좋아하는 가게에 가서 점심을 먹자 제안했다. 문어가 들어간 수프와 대구 파스타. 귀엽게도 이 가게에서 파는 음식은 이 두 개뿐이다. 그렇기에 더 신뢰가 갔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나는 전문점이야’ 하는 듯한 무심한 메뉴판. 곳곳이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던 곳, 그릇과, 앉은 의자, 모퉁이에 있던 파란색 벽시계까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 준 그녀에게 감사했다. 음식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야들야들한 문어 살짝 매콤한 국물, 그리고 짭조름하면서 달달한 대구 파스타는 완벽한 조합이었다. 왜 2개의 메뉴만 파는지 단번에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는 내내 이야기가 무척이나 즐거웠다. 맛있는 음식에, 좋은 사람이라니.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의 만남이 너무 늦었다며, 아쉬워하고 또 아쉬워했다. 이유는 그녀가 그날 저녁 기차로 떠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쉬움은 뒤로하고 오늘 하루만큼은 가득가득 채워 보내자며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있는 마켓을 같이 걸었다. 쨍한 여름 햇살이 마켓을 비치고 있었다. 순간 향이 좋은 비누 가판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는데 노란 포장지의 비누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나에게 포르투갈의 비누가 유명하다고 했던 말이 어렴풋이 기억나 그녀와 나는 코를 비누에 대고 킁킁거렸는데, 그런 모습이 웃겨 동시에 깔깔거리고 웃고 말았다. 그렇게 이 향 저 향을 맡아보다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노랑 포장지의 비누를 골라 계산했다. 편지를 쓰진 못했지만 가지고 다니던 작은 공책 모퉁이를 찢어 시간을 함께해준 고마움을 표해 봉투에 같이 넣었다. 그녀가 어딜 가든 이 비누를 쓸 때마다 이 향을 맡을 때마다 나를 떠올리며 즐겁기를 바랐다.
그날의 여행은 그녀와 함께했기에 더 완벽한 여행이었다. 포르투 자체로도 좋았지만 그보다 사람이 좋은 여행이었다. 여전히 그녀와 나는 어디에서 만나던 , 여전히 우리가 처음 만났던 반나절의 시간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한다. 다시 완벽한 하루를 만들어 낸다. 그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