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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베카 Nov 11. 2022

핀 조명

너만 보여



   등교시,  정문에서 학교건물까지 들어가는 수 많은 검은 머리들 속에 유난히도 빛나는 한 사람이 있다. 키가 훌쩍 큰 5학년 6학년 형아 누나들 틈바구니에서도,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검은 패딩들 사이에서도, 핸드폰을 보고자 우르르 붙어서 몰려가는 고만고만한 머리들 속에서도 나는 우리 아이, 단 한 명만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보인다. 녀석이 행여 돌아서 내게 손을 흔들까 기다려보아도 아이는 휘리릭 학교 건물로 뛰어 들어가기 일수건만. 나는 아이의 조그만 가방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교문 앞, 아이가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다.


어린 것이 뛰다가 넘어지지는 않을지, 숙제는 잘 챙겨갔을지, 급식은 잘 먹을지, 친구랑 싸우고 홀로 복도에서 눈물 줄줄 흘리지나 않을지. 방금 눈 앞에서 사라진 어린 아들이 눈 앞에서 아른아른거린다.


돌아서 집에 가자. 아니 잠시만 더 쳐다보고.

이게 뭐라고 매일 아침 돌아설 때마다 나만 아는 소심한 용기를 내어야 할까.

이제 돌아설까. 아니야 아직 건물 사이로 아이의 등이 반은 보이잖아.

이제 돌아설까. 정 없게스리. 사라진 그 자리 3초 더 기다리는 게 국룰이지.

이제 돌아설까. 그래 이제는 집에 가자.

아릿아릿한 가슴에 이 감정 사그라들기 전에, 그래도 돌어서본다.


돌아서니 보이는 몇 몇 엄마들.

엄마들에게만 보이는 핀 조명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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