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종이의 집, 시즌5-5화] 중에서
도쿄가 죽었다.
도쿄는 은행을 털고 싶어 했다.
사고 싶은 게 있어서 돈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자유가 필요했다.
도쿄가 사랑한 레네가 말했다.
자유의 대가는 아주 비싸다고.
그래도 자유를 원한다고
그녀의 매력적인 눈과 입술이 응답했다.
[빼앗지 않으면 우리 인생을 빼앗길 거야…]
자유를 얻으면 도쿄는 레네와 함께
세계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 여행지로 그녀가 선택한 곳이
바로 도쿄였고 그녀의 이름이 되었다.
들어보긴 했지만 가보지 못한
이 세계의 수많은 도시명들.
우리는 그곳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왜일까?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세계 여행을 꿈꾸는가?
지금과는 다른 삶에 대한 열망 때문이겠지.
세계의 그 많은 도시들을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삶이 열릴 거란 희망 때문이겠지.
도대체 지금의 삶이 어떠하길래
새로운 삶을 그토록 희망하는가.
시답잖은 일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고
몸이 상하는 줄도 모르고
현재와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일터에서 청춘을 바친다.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
느려 터진 시계를 바라보며
끝도 없는 한숨을 내쉬고,
휴일에만 빠른 시계를 바라보며
다가오는 내일을 향해 몸서리를 친다.
매력적인 도쿄가 말했다.
[흘러가는 시간을 모두 다 삼키고 싶어]
흘러가는 시간을 모두 다 삼키고 싶어.
그녀가 매력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삶을, 삶의 순간순간을
열정으로 삼켰다.
두 번째 첫 키스.
어떻게 두 번째인데 첫 키스가 될 수 있냐며
반문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쿄를 보며 이 말을 이해했다.
세 번째도 네 번째도 다섯 번째도
첫 키스가 될 수 있음을.
그러한 열정으로 삶을 삼키고 싶다고.
세계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자유를
은행을 털어 얻겠다는 그 열정엔
절대적으로 공감할 순 없지만,
단 하루를 살더라도 현재에 주저앉지 않는
도쿄의 강인하고 두려움 없는 삶은
가슴 뛰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입에 풀칠하느라
기억 속엔 있지만 살아생전
한 번도 가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도시명들을 떠올려본다.
이제부터 나의 이름은 베니스다.
잔잔하던 심장에 파동이 친다.
하루를 살더라도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 죽더라도 가슴 뛰는 삶을 살다 죽고 싶다.
도쿄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