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함이 앞선다.
이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떨어진 적 없는 나란 사람.
그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만, 정작 나란 사람에 대해서 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단지 오롯이 나만을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흔히 소개팅을 할 때 상대방이 넌지시 건네 오는 질문들이 있다. 그러한 질문들에 답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처럼 내가 나 자신에게 그런 질문들을 건네보기로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조금은 나에게 가까워지지 않을까란 기대감으로.
그럼 가장 흔한 질문부터 시작해볼까?
+ 어떤 음악을 좋아해?
- 글쎄… 난 여러 장르의 음악을 모두 좋아하는 것 같아. 어릴 때부터 청춘이라 불리는 시기엔 이어폰을 끼고 잠을 청할 정도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했어. 하지만 중년으로 접어드는 어느 시점부터 그런 음악들이 소음으로 들리기 시작했지. 지금은 예전만큼 자주 듣진 않지만, 그때그때 꽂히는 음악들이 있더라고. 어쩔 땐 변화가 크게 없는 잔잔한 음악에 꽂히고, 어쩔 땐 비트가 쿵짝쿵짝 신나는 EDM에 꽂히기도 하고, 치명적인 분위기의 음악에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어. 그런데 좋다고 계속 들으면 다시 소음이 되는 게 싫어서 정말 좋은 음악은 아껴서 듣기도 해. 좀 웃기지^^
+ 어떤 음식을 좋아해?
- 일단 가장 최애 음식은 떡볶이라고 할 수 있어. 특히 엽기 크림 떡볶이를 좋아해. 우유 들어간 음식을 전반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 커피도 아메리카노보다 우유가 들어간 부드러운 라테를 좋아하고 토마토보다 크림 파스타를 더 좋아해. 평소에도 간편 음식으로 우유 리소토를 뚝딱 해서 먹는 걸 좋아해~ 그리고 전반적으로 어른 입맛의 회, 곱창 같은 음식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로 살찌는 음식들을 좋아해ㅋ 이건 잘 안 바뀌는 것 같아. 씹는 식감을 좋아해서 고기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그런 나 자신이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곤 해. 하지만 쉽게 그 식감을 내려놓을 순 없더라고.
+ 어떤 향기를 좋아해?
- 강하고 독한 향은 좋아하지 않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더라고. 그런 향을 잘못 맡으면 비염이 도지기도 하지. 대신 은은한 비누향 혹은 상큼한 사과향을 좋아해. 요즘 쓰는 향초는 양키 캔들의 소프트 블랭킷. 가끔은 우드 향 계열의 향초를 켜기도 해.
+ 어떤 사람을 좋아해?
- 일단 싫어하는 사람을 먼저 말해야 할 것 같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과하게 애정 표현을 하면 약간 철벽을 치게 되더라. 나의 외면만을 보고 선입견을 가지고 쉽게 판단하는 사람들은 대개 금방 실망해 버리더라고. 난 그 사람이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줄 수 없으니까. 그래서 약간 경계하는 것 같아. 그리고 다른 사람을 비하하면서 의기양양하게 자신을 높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 오래 만났더라도 결국엔 손절하게 되더라. 그럼 어떤 사람을 좋아할까? 솔직히 좋아하는 사람. 잘 모르겠어. 멘토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은 해봤는데…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 어떤 영화를 좋아해?
- 원래 SF를 엄청 좋아하지만 그래픽이 현란하기 전의 그 감흥이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좀 아쉬워. 스릴러, 서스펜스가 있는 영화나 드라마도 재밌는 것 같아. 비밀을 풀어나가는 재미랄까? 공포영화는 내용이 너무 궁금한데 무서워서 잘 못 보는 것 같아. 그리고 뮤지컬 영화는 이상하게 안 끌리더라고.
+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은?
- 아침엔 항상 mbc 뉴스가 떠 있고, 인간관계, 리얼 연애 프로그램 해석 유튜브, 타로 영상이 전반적으로 추천 영상으로 뜨는 것 같아. 요즘은 현 대통령의 영상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긴 하지만^^
+ 어떤 책을 좋아해?
- 소설보다는 얼어붙은 뇌를 깨뜨려줄 책들을 좋아해. 자기 계발서나 영성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왔고, 고전이나 철학서들도 억지로라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한편으론 음울한 내용의 에세이, [불안의 서] 같은 책에 많이 끌리는 것 같아.
이렇게 나 자신에게 묻고 답하다 보니 좀 더 나 자신에게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
마지막으로 김신지 작가님의 에세이 [평일도 인생이니까]의 문장으로 마무리지을까 한다.
너무 많은 것들로 연결된 세상에 살면서 나와 있을 시간을 점점 잃어 간다. 가끔씩 깊은 밤,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면 생각한다. 나하고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혼자 있을 때 깃드는 고요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너무 많이 만나지 않고, 너무 많이 말하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 해야 할 말들만 한 뒤 다시 혼자로 잘 돌아오는 사람이고 싶다. 우리는 혼자 있는 법 역시, 평생을 살아가며 배워야 하는 존재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