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늦깍이 대학원생의 불안

설리반과 호나이의 성격이론 개념 중 - 불안 - 을 중심으로

by 류안
15befdca94379916f0ab1e05272be784.jpg pinterest.com


까만 밤이 내린 대학교 캠퍼스를 청자켓에 A라인 롱스커트, 핑크 스니커즈를 입고 활보하는 것만으로도

나이가 대략 5살은 어려진 기분이다. 그래봤자 30대 후반이지만 젊음이 충전되는 것만은 확실한 기분이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대학교 도서관은 24시간을 운영한다고 하니 반가움이 올라온다. 야학 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존재는 하양 털뭉치 두 마리뿐이니 미리 양해를 구하고 사료를 가득 담아 놓고 집을 나선다.


뉴욕의 어느 농부 아들로 태어난 설리반은 성격을 개인이 대인관계에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특정한 방식으로 생겨난다고 말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그는 성장과정에서 동성애자라고 추측될만한 개인사를 몇 가지 가지고 있었는데 어쨌든 이같은 개인사가 설리반의 성격 이론을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참고 정도만 하고 넘어간다. 심리학의 대가 혹은 정신분석자의 아버지라고 칭해지는 프로이트부터 프로이트의 그늘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하고 열등감과 개인심리학을 강조한 '미움받을 용기'의 그 학자, 아들러 그리고 한 인간의 존재를 비판과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로저스까지 모두 불안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설리반 역시 불안을 성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로 보았는데 바로 인간관계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불안이 유발된다고 한 것이다. 다만 불안을 신경증적인 병리 현상이나 무의식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불안을 통해 자신만의 안전 기제로 사용한다면 정서적인 고통이나 괴로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안전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독특한 전략으로 본다.


나는 요즘 나의 인간관계가 잘못되어간다는 의식보다 호나이가 말했듯이 고립형 성격의 인간으로 선택적 교류를 하고 있다. 아무 관계도 맺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의 사생활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능한 한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회적 관계에서도 깊이 관여되고 싶지 않고 일어나는 사건의 내막이나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알고 싶지 않아졌다. 호나이도 불안을 자신의 성격 이론의 주요 개념으로 말하며 우리 인간에게는 타인과 관계 맺기에서 불안전감을 느끼는 경향성이 있어 여기서 불안이 야기되어 이 불안이 신경증의 토대가 된다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기본 대전제는 사회적으로 속해 있는 이상 혼자서 기능하기 어려운 사람의 한계를 나타내기도, 또 동물과는 비교적 차이점을 확연히 나타내주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동물 세계에서의 사회적 질서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생물학적인 차이를 논하는 것이 아니니, 이는 번외로 두기로 한다.


꽤 늦은 나이이면서 그렇다고 그렇게 늦지도 않은 어중간한 마흔 두살의 나이에 나는 대학원 1학차를 시작했다. 까만 밤의 캠퍼스의 낭만을 마음껏 즐길 수 없는 나의 불안은 어디서 오는걸까? 이렇게 해서 뭘하나, 이렇게 애써서 누구 좋자고, 무얼 위해서 이러고 있지? 근원적으로는 돈에 대한 압박감, 벌기 보다 쓰고, 쓰는 것도 계속 불안한 상태에서 허덕이며 쓰고 있는 나의 현실에서 나는 현재 가장 큰 불안감을 느낀다.


요즘 나를 지배하는 불안은 그러므로 호나이가 말한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서 오는 불안도, 설리반의 잘못된 인간관계에 대한 자각에서 오는 불안도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적 결핍과 한계에서 오는 불안은 나를 비참하게도 외롭게도 무기력하게도 만들고 있으며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돈이 궁핍하면 몸을 혹사해서라도 돈을 벌면 되지만 그러기엔 나의 에고가 아직 너무 생생하고 도도하다. 아니 어쩌면 나는 침대와 물아일체 되어 가는 요즘의 내가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 기록이 사실은 나의 불안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일상 속 '마음챙김'의 과정이다. 나는 이렇게 조금씩 나의 마음 건강을 회복해가고 결국은 나의 이혼녀 컴플렉스와 만학도 컴플렉스를 극복하여 가리라 믿어본다.


조금 늦은 나이에 더 깊이 파고드는 공부, 그리고 이혼녀라는 나의 정체성, 2년의 과정동안 나는 깊이있게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흔 둘 이혼녀 대학원생의 마음챙김 일기> 를 써내려가려고 한다.

이렇게 나 자신을 일부러 고립형 인간으로 단련시켜 나가다 결국은 고립과 개방의 통합성을 높여 한 차원 더 성장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보면서 말이다.

내가 하는 일이 결국은 한 인간의 마음을 잘 보살피고 어루만져 최적의 인간으로 기능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2023년 1학기. 첫 입학을 기념하며 쓰고. 꾸준히 이어지지 않은 연재글. 서랍 속에 2년 묵은 기념으로 5학기 논문 학차 때 발행.







keyword
작가의 이전글#31. 봄꽃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