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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정 Oct 18. 2022

[문화①] 갓생은 단순히 ‘열심히 산다'가 아니다

갓생은 자기돌봄에서 출발해 타자돌봄, 사회돌봄까지 나아갈 수 있다

당신은 '갓생' 이라는 말을 아는가? 몇 달 전 4-50대 분들께 갓생을 아시는지 여쭤봤더니, 모두가 모른다는 답변을 했다. 나는 깜짝 놀랐는데, 갓생은 Core-MZ세대(1990-2003년 출생자)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자주 쓰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다. '오늘도 갓생 살았다', '내일은 진짜 갓생 살아야지' 라는 식으로 쓰인다. 이전에도 아침형 인간이라는 용어가 있었고, 매일 운동하는 사람이 거의 모든 세대에 분포해 있었다. 그럼에도 Core-MZ세대의 '갓생'이 기존의 자기계발과 다른 점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기 위해, 목표 지향적인 '루틴'을 세워 실천한다는 것이다. 미라클 모닝, 명상하기, 운동, 스트레칭 등 소소하지만 유익한 습관이 모여 갓생을 이룬다.



갓생, 자기계발을 넘어 자기돌봄의 단계로


출처 : 네이버데이터랩


'갓생'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은 코로나19의 유행시기와 맞물린다. 2020년 2월부터 인터넷에 해당 단어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올해 5월 해당 단어 사용량이 2020년 2월 대비 100배 이상 증가했다.[1] 코로나 이전 직장인은 회사에 가고, 학생은 학교에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여가 시간에는 친구·연인을 만나거나 핫플레이스에 놀러 가느라 바빴다. 하지만 코로나로 야외활동과 대면 친목은 금지됐다. 코로나가 시작되며, 과거에 비해 개인 시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가장 놀러 다닐 시기에 집에만 오래 있다 보니 무기력함도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2분기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대에서 우울 평균 점수와 우울 위험군 비율이 24.3%, 22.6%로 50-60대(각각 13.5%)에 비해 약 1.5배 이상 높았다.[2] 그 결과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늘어난 개인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갓생' 이 떠오른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갓생은 자기계발 외에도 나를 지켜내고자 하는 '자기돌봄'의 성격을 띠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20대에게 다이어트, 몸 만들기에 불과했던 운동의 목적이 건강과 활기찬 삶으로 이동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Core-MZ 세대의 생산성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Core-MZ 세대는 성장 지향적인 존재다. 부모가 자녀에게,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고용주가 아르바이트생에게 일을 맡길 때 그들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일의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Core-MZ 세대는 주는 대로 일을 수행하기 보다는,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이를 통해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일은 능력 향상과 성취감 고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무를 지시할 때 ‘그냥 해’가 아닌 각 개인에게 적합하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Core-MZ 세대들이 동기부여 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피드백과 칭찬은 Core-MZ 세대들도 춤추게 한다. 그들은 장기 목표보다 하루하루 일상에서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10kg 감량' 보다는 '매일 30분씩 런데이' 를 목표로 세운다는 것이다. ‘챌린져스’ 같은 습관 형성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명확한 보상과 시각적인 달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Core-MZ 세대들에게 자주, 빠르게 피드백 해준다면 만족감과 성취 동기가 크게 높아질 것이다.[3]



갓생과 가치소비는 연결된 개념


물론 갓생이 자기 착취, 번아웃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자기돌봄’의 성격을 지닌 갓생이 나아가 ‘타자돌봄’으로, 궁극적으로는 ‘사회돌봄’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Core-MZ 세대의 트렌드가 된 ‘가치소비’ 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구매가 사회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며 제품의 무해성, 회사 경영인의 도덕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한 가치를 소비에 반영한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미닝아웃(가치소비) 관련 제품 판매가 2019년 1분기 대비 171.4% 증가했으며, MZ세대 구매 비중이 21%로 가장 높았다.[4] 즉, 갓생에서 시작한 가치소비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소비경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제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시대 흐름에 맞춰 기업이 ESG를 실천하고, 소비자는 지속적인 구매로 응원하며 사회의 선순환을 이룰 날이 머지 않았다.




<각주>

[1] 『"24시간이 모자라"…바프에 미라클모닝, 2030이 '갓생' 사는 이유』, 『머니투데이』 2022.06.01

[2]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21년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2021.07.26

[3] 『'자기 개발'보다 '갓생 살기' 원하는 세대 MZ의 잠재력 믿고 칭찬-피드백 빠르게』, 『DBR』 2022.02월호

[4]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 라임 발표,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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