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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정 Oct 18. 2022

[문화②] '난 게으른 J'...자기소개가 된 MBTI

‘띠별 오늘의 운세’부터 이어져온 유형화 욕구

출처 : TVING 환승연애

인기 프로그램 '환승연애' 의 첫 만남에는 서로의 MBTI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제가 맞혀볼게요. ENTP 아니에요?", "완전 ENFP의 정석 같아요" 라며 다른 사람의 MBTI를 추측하는 모습은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MBTI는 Core-MZ 세대(1990-2003년 출생자)의 가장 흔한 대화 소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계획만 열심히 세우고 제대로 하지 않음" 보다 "나는 게으른 J야" 가 자신을 더 잘 나타낼 수 있는 말이 됐다.



MBTI는 새로운 게 아니다. 예전부터 있었으니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형화 욕구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과거 신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띠별 오늘의 운세'였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진 않았지만, '손실을 줄이려면 가능한 투자하지 마세요' 같은 문구가 나오면 '오늘은 투자를 하지 말아야겠다' 며 운세에 따라 행동하곤 했다. 인기를 끌었던 또 다른 유형화로 '혈액형 성격론'이 있다. 이에 따르면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자기중심적이다 등 혈액형 별 각 대표 이미지가 존재한다. 지금도 "내 혈액형 맞춰볼래?"라고 물어보면 "너는 재미있어서 B형 같아. 맞지?"라는 답을 듣기도 하니 혈액형 성격론이 아예 없어지진 않은 듯싶다 (실제로 내 혈액형을 맞추는 사람은 20%에 불과하다. 1/4 확률이니 당연!)


출처 : 뚝딱뉴스

하지만 띠와 혈액형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언제 태어나고, 어느 혈액형을 가지고 태어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반면 MBTI는 내가 직접 답을 고른 심리검사 결과다. MBTI는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E·I(외향성·내향성)’와 판단기능을 보여주는 ‘F·J(판단·인식)’, 인식 기능과 생활양식을 뜻하는 ‘S·N(감각·직관)’과 ‘T·F(사고·감정)’로 구성된다. 피검사자가 MBTI 검사를 통해 각 문항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밝히면, 4가지 지표를 조합해 피검사자를 16가지 성격 유형 중 하나의 성격 유형으로 분류한다. 유료 검사도 있는 만큼 신뢰성이 아예 없진 않다.



MBTI, 새로운 자기소개 도구


MBTI가 Core-MZ 세대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Core-MZ 세대가 '나를 바로 알고 본인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세~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나’와 ‘타인’에 대한 관심 및 ‘평판’ 관련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저연령층일수록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1] 즉 MBTI란, 나를 파악하는 도구이자 다른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는 수단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MBTI를 안다면 별다른 설명 없이도 상대방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어 소통 수단으로 자주 쓰인다.


출처 : 뉴시스

물론 MBTI가 과학적으로 100% 신뢰할 수 있는 테스트가 아니라는 건 모두 안다. MBTI로 한 사람의 특성을 단정 지으려고 하는 과몰입자가 있긴 하나, 소수다. 얼마 전 MBTI가 채용 과정에 들어오자 취업 준비생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알바천국 설문조사 (20대 1990명 대상) 에 따르면 MBTI 유형을 채용에 고려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0.6%가 반대했다.[2] MBTI 결과만으로 지원자의 성향과 성격 전체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여기서 Core-MZ 세대는 MBTI를 부분적으로 신뢰하지만, 이 지표가 배제의 원리로 작용하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BTI가 사회적 협업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MBTI는 그저 소통 수단, 자신을 소개하는 도구로만 남을까? 확장시켜 생각하면, MBTI는 자기 객관화(메타인지)의 지표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나의 MBTI가 온전히 나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치하는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ESTJ의 연애 스타일은 이렇고, 어떤 점이 좋고 나쁘고, 무엇을 고치면 좋고 – 등 각 MBTI마다의 특성을 분석한 글도 인터넷에 많다. 이는 내가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점들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는 ‘ESTJ가 고치면 좋은 점’을 읽고 뜨끔하여 개선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아는 것은 타자와의 상호작용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사회적 협업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실생활에서의 한 가지 팁을 남기자면 – 30대까지는 MBTI를 잘 알지만, 그 위의 연령대는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관리자급인 윗 세대가 신입사원-저연차 사원과 친밀해지고 싶다면, 혹은 4-50대가 2-30대와 할만한 대화거리가 없다면, MBTI를 활용해 보는 게 어떨까. "MBTI가 어떻게 돼요?"라는 간단한 질문만 던져도 ‘이 분… 좀 트렌디 하신데?”라는 인상을 주는 것과 동시에 대화를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다. MBTI가 Core-MZ 세대의 소통수단으로 자리잡은 만큼, 알아둔다면 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각주>

[1] 『'나', '타인'에 대한 관심 및 평판 관련 인식 조사(TRK)』, 트렌드모니터, 2021.04

[2]  알바천국 발표,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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