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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가사리 Mar 01. 2024

오랜만에 매트에 누워 보았다.

18개월 아이와 함께한 요가 수업


”아이와 함께하는 요가 : 1.5세부터 3세까지 “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광고를 보았다. 가까이 살고 있는 러시아인 엄마, 샤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엘리베이터에서 본 광고 전단지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런 걸 보았어. 시간 괜찮으면 함께 해볼까?”

“좋지! 내가 연락해 볼게.”


원어민 샤샤의 전화로 정보를 얻고 목요일 아침 11시~11시 50분의 요가 수업 예약이 완료되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센터’ 같은 곳이다. 우연히 산책길에서 만난 샤샤에겐 2022년 5월생 남자아이 미르가 있고, 내겐 2022년 9월생 여자 아이 보름이가 있다. ‘집에 있으면 시간이 너무 안 가서’ 어떻게든 함께 만나 산책을 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 두 돌을 향해 가는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탐색과 호기심이 왕성하여 새로운 곳을 좋아한다. 그렇게 경험을 하며 에너지를 쏟아야 잠도 잘 자고, 육아가 좀 수월해지는 듯하다. 육아를 하며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은 뭘까 생각해 보면 ‘나 혼자만의 마음, 고민, 힘듦, 억울함..... 이 아니야. 너도 그래? 야, 나도 나도!’라는... 쓰고 보니 야나두 영어의 조정석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조정석도 아이를 키우고 있을 텐데, 똑같이 잠 못 자고 온몸이 쑤시면서 고단하려나. 여기까지 생각이 간다.  


아이와 함께하는 요가는 어떤 걸까. 수업 전에 이런저런 상상을 했다. 오래전 방송작가로 일할 때 운동 아이템을 다룬 적이 있었다. 그때 프로그램에서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한 가지는 새로운 것이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것이 ‘개와 함께하는 요가’였다. 그 당시 미국의 한 요가센터에서는 개와 함께 요가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운동이라니 신박하군! 개를 안고 요가 동작을 하던 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또 하나는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본 아이를 안고 춤을 추던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 아기들은 모두 아기띠 안에 ’얌전히‘ 있었는데, 두 돌을 향해 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요가를 하는 게 가능한가?


모든 궁금증은 오늘 요가 수업에서 밝혀졌다. 센터에 들어서자 18개월에 접어든 보름이는 신이 났다. ’ 우와우와‘를 연발하며 여기저기 걸어 다녔다. 작은 방의 바닥에 매트가 3개 펼쳐져 있었다.  요가 선생님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비눗방울을 꺼냈다. 비눗방울을 불자 아이들은 신기한 듯 바라본다. 아이들이 잠시 비눗방울을 보는 찰나의 순간, 우리에게 요가 동작을 설명한다.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 사이 비눗방울은 톡- 하고 터져버린다. 선생님은 또 다른 장난감을 꺼낸다. ‘아, 이런.. 저 장난감은 우리 집에도 있는 건데...’ 막대기를 끼우는 장난감에 보름이는 이미 본 것이라는 듯 길게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낯을 가리는 미르는 엄마인 샤샤의 품에 안겨있다. ‘선생님, 저희 오늘 요가를 할 수 있는 건가요?’ 데구루루 선생님이 또 다른 공을 굴리고, 아이들이 공을 줍는 사이 우리는 또 다른 동작을 시도한다. 그 외에도 부직포로 만들어진 트리를 들고서 한 발로 서 있으면 아이들이 와서 이것저것 붙이고, 떼어보기, 아이가 엄마 아래로 들어와서 ‘까꿍’ 하기 등... 요가의 작은 동작들 하나하나가 모두 아이와 연결되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신난 아이

러시아어로 진행된 요가 수업의 마지막은 바닥에 누워있는 것이었다. 이는 내가 이전에 요가 수업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피트니스 센터의 그룹 요가 수업에서 내가 하는 모든 동작은 뻣뻣하여 우스꽝스러운 모양이지만, 모든 동작을 마친 후 다 같이 누워 숨을 고르는 명상 시간이 좋았다. 일단 어떻게든 끝냈다는 안도감,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의 숨에 집중하며 호흡을 고르는 그 시간이었다.  러시아인 선생님은 본인이 보름 이를 보고 있으니, 내게 매트에 편안하게 누우라고 했다.


오랜만에 매트에 누워 보았다. 숨을 고르게 내쉬며 아이를 안느라 굽어있던 어깨를 바닥에 최대한 붙여본다. 요즘 들어 새벽에 종종 깨는 18개월의 아이, ‘안아 안아’ 엄마 품을 찾던 아이를 안느라 구부정한 어깨와 늘 쑤시는 허리와 손목이 잠시 쉰다. 선생님의 나지막한 러시아어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엄마 동작 따라하기


아이를 낳기 전에 경험했던 온전히 내 몸에 집중했던 요가와는 다르지만 한 시간의 공동육아(?)를 겸한 요가는 나쁘지 않았다. 일단 요가 수업을 다녀온 후 아이는 낮잠을 3시간이나 잤다. 곤히 자는 아이 얼굴을 보다가, 오랜만에 나도 함께 누웠다. ‘거실에 널브러진 장난감, 또 가지고 놀텐데 그냥 두지 뭐.’ ‘점심은 무얼 해 먹이나. 아이 깨고 나서 그때 생각해 보지 뭐.’ ‘아이 잠들 때 대학원 논문 한 자라도 더 써야 하는데... 이따 아이 자고 밤에 하지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이의 얼굴을 쓰다 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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