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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유튜버 되기로 결심하다

내가 쓴 기사, 사람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

by 기자김연지

#프롤로그_내가 쓴 기사, 사람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


대한민국 한 언론사에 기자로 몸담은 지 벌써 9년. 기자라는 명함을 받기까진 불안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나날의 연속이었다. 수습 기간은 지옥 그 자체였다. 지금은 웃으며 그때 그 시절을 얘기하는 허리 기수가 돼버렸다. 이제는 숨만 잘 쉬어도, 정년이 보장되는 60세까지, 월급 따박따박 받으며 생계 걱정 없인 살 수 있게 됐다.


기자일이 쉬운 건 절대 아니다. 남들 놀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더 일해야 한다. 맡은 출입처에 사건사고가 터지기라도 하면 그 사안이 마무리될 때까지 퇴근도 없고 주말도 없다. 매일 아침 조간을 보며 물 먹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몸이 힘든 건 견딜만하다.


이런 와중에 더 바빠지기로 결심했다.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안주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아무리 공들여 기사를 써도 사람들이 봐주지 않았다. 기사의 홍수에서 네이버, 다음 알고리즘 신의 간택을 받아야만 사람들 시선에 겨우 닿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냥 기사나 써. 필요한 사람은 알아서 보겠지"


묵묵히 기사나 쓰라고? 그럼 뭐가 달라질까? 미디어 환경이 이렇게 급변하는데? 뉴스 소비가 달라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뉴스를 보지 않는데?
그러면 기자는 왜 필요해?






'갓튜브' 시대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 앱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앱별 사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유튜브 총 사용시간이 460억 분으로 집계됐다고 9월 10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성장했다. 카카오톡이 220억 분(11%↑), 네이버가 170억 분(25%↑), 페이스북이 45억 분(13%↑)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2018년 8월까지만 해도 유튜브 1인당 평균 이용시간은 1077분이었다. 그러나 1년 뒤인 2019년 8월 약 300분 증가한 1391분을 기록했다. 29% 증가한 수치다. 월 활성 사용자(MAU)도 1년 만에 3093만 명에서 올해 8월 3308만 명으로 7% 늘었다. (*2019년 8월 한 달 동안 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4만 명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인터넷 브라우저 앱과 게임 앱, 통화 관련 앱은 조사에서 제외)



갓 튜브에 세상이 난리다. 언론사도 뒤늦게 채널 개설하고 구독자 늘리기에 여념 없다. 연예인들도 뛰어든다. 골목상권 침해, 생태계 파괴자라는 수식어도 그들을 막지 못한다. 팬들은 그들의 소통에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설상가상 유튜브 규제를 부르짖던 정치인들까지 가세했다. 배운 사람이 더한다더니, 입만 열면 상식을 넘어서는 얘기들만 하는데도 구독자와 조회수는 후덜덜하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태어나면서 책과 TV를 만난 세대는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만지며 자란 세대가 봄을 맞으며 유튜브 붐은 시작됐다. 초등학생들도 가지고 다닐 만큼 스마트폰의 높은 보급률과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볼 수 있는 LTE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제는 5G 시대...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자라나는 세대들은 물건을 사도 제품 설명서 대신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필요한 부분 몇 줄만 찾아 읽어도 될 것을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를 그 부분을 위해 평균 10분 남짓한 영상을 다 보고 있다. 아이들은 캐리 언니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영상을 보고 또 보고 또다시 본다. 유튜브 대세에는 어르신들도 한 축을 차지한다. 음악도, 뉴스도 TV 대신 유튜브로 즐긴다. 1분당 400시간의 무료한 시간을 입맛에 맞는 영상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연령대의 관심사를 충족할 만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 또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튜브'다.


뉴미디어 시대를 맞으면서 언론사들의 고민이 깊다. 단순히 속보와 특종만으로 독자를 유입하기엔 한계에 다다랐다. TV 뉴스 시청률과 신문 구독률은 계속 떨어지고 이젠 포털 뉴스까지 접점을 잃고 있다.


모든 언론사가 '가치 있는 기사, 중요한 기사'를 고민한다. 기사에 가치가 있으면 사람들이 당연히 와서 볼 것이라 생각한다. 착각이다. 전제부터 틀렸다. 기사 가치는 기자가, 언론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보는 독자의 판단에 좌우된다.


만난 사람들이 특정 뉴스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이해도가 부족할 때 기자들은 가끔 의아해하기도 한다.


"어떻게 이걸 모르지? 그렇게 온 매체에서 떠들어댔는데?"


기자들은 뉴스를 끼고 사는 운명이기에 아는 것이다. 철저히 '생산자' 논리다.


이제는 반드시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중요한 기사라면 어떻게든 나에게 오지 않았을까요?"


견고한 팩트는 기사의 변하지 않는 가치다. 그러나 매체 플랫폼이 변했으면 그 흐름은 따라가야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고, 언론사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어떤 플랫폼을 만들지 못한다면, 기자가 사람들이 시선이 쏠리는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땐 정말 늦은 것. 하루라도 빨리 채널을 개설해야 했다.




펜과 수첩은 물론 노트북에다 녹음기, 이제 카메라까지 들었다. 회사 노트북으로는 편집하다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게이밍 노트북까지 샀다. 영상 편집을 위해서다. 돌덩이를 짊어지고 다니는 느낌이다.


남들은 묻는다.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힘들지 않냐고, 관심받고 싶냐고, 맞다. 모두 "Yes"다.


고생한다. 너무 힘들다. 그래서 더 관심받고 싶다. 공들여 쓴 기사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전하고픈 메시지가 많은데 기자는 넘쳐나고 기사는 쏟아진다. 네이버와 다음 포털에 걸리냐 마느냐에 따라 내 기사 가치가 정해진다. 실시간 검색어 하나만 쳐도 몇 페이지를 장식하는 기사들과 함께, 내 기사가 그저 그렇고 그런 기사로 치부되고 싶지 않다.


현장에서 촬영하고, 퇴근하자마자 편집하고, 잠자는 동안 업로드하고, 출근길에 폰으로 제목이랑 설명, 해시태그를 단다. 언론고시 준비할 때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의욕적으로 미친 듯이 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땐 사실 뭐, 즐거움보다는 불안과 초조함, 두려움으로 점철된 시기였으니까.


영상을 올리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기사에도 댓글은 달리지만 주로 언론사 성향에 비판적인 혹은 우호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유튜브는 다르다. 선플이든 악플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내용적인 것이든 타깃은 나, 유튜버 개인이다. 반성도 많이 한다. 독자들의 댓글을 볼 때마다 정말 낯 뜨거워질 정도로 기자적인 시각, 또 좁은 식견에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반성할 수 있기에, 더 발전할 기회도 많다. 언론사라는 안전한 울타리에만 있었다면, 절대 받지 못할 피드백이다. 기자로서 더 신뢰감 있는 내용과 매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이유다.


유튜브를 운영한 지 벌써 1년 10개월. 솔직히.. 아 가끔은 욕하고 싶을 만큼 힘들다. 잠? 유튜브 채널 개설 이후로 하루 5시간 이상 편히 자본 적이 없다. 아기 낳고 병원에서는 좀 자긴 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에서조차 영상을 찍고 편집했다. 육아하는 요즘? 아기를 재우기 무섭게 컴퓨터를 켠다. 아기가 깨어있을 땐 충분히 놀아주고, 아기가 잠들었을 때야 가장 맘 편히, 집중해서 일할 수 있으니까.


왜 이렇게까지 사서 고생하면서 하냐고 묻는다.


“미치도록 재밌거든요”


남들 다 쓰는 뻔한 기사 말고, 독자들이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 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잠자는 시간도 아깝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입사 이래 심장 뛰는 일을 다시 찾은 것 같다. 저널리즘에 매너리즘 빠질 즈음, 유튜브는 내 열정에 기름 부었다. 침대에 누워서 남들은 꿈꿀 때 아이템 생각하고 휴가지에선 먹방이나 여행 꿀팁이라도 찍어야 마음이 놓일 만큼 압박감도 있지만 유튜브를 통해 얻는 보람과 기쁨엔 비할 바가 안된다.


온전히 텍스트로만 다가가는 기사와 달리, 영상에서는 좀 더 나답게 소통할 수 있다. 취재하고 마감한 뒤 송고 버튼을 누르고 나면, 뭔가 좀 허전한 게 있었다. 그게 뭘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앞으로 수록될 글은 유튜브 시작하는 법, 유튜브로 돈 버는 법에 관한 게 아니다. 유튜브로 '나를 브랜딩 하는 것'이 목적이다. "브랜딩 하는데 웬 유튜브냐"라고 물어본다면, "브랜딩 하는데 소셜 미디어 중에 유튜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하겠다.


아무개 언론사 기자의 기사가 아닌, 00 기자로 직접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저 그렇고 그런 기사 중 하나로 치부되는 게 아니라 내 이름과 직업을 걸고 독자와 만난다. 메이저 지상파 언론사 기자가 아니고서야, 스타 기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기자'라 하면 '김연지?'를, '기자 김연지'라 하면 "Think more, Look arond"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나이키' 하면 "Just Do It"이 떠오르는 것처럼.


개국 2주년이 다 돼간다. 2017년 10월 23일, 구체적인 계획도 목표도 없이 의욕만으로 시작했다. 시행착오, 좌절, 분노(?) 등 일일이 써 내려가자면 전집을 써도 모자랄 만큼 많이 겪었다. 일하면서 유튜브도 병행하다 보니 체력이 받혀주지 못하는 것도 속상한 부분이다. 더구나 2018년 임신과 출산을 하고 현재 육아 중이다. 눈에 넣어도 코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9개월 아가를 키우고 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엄마 김연지' 육아 채널도 열었다.


도대체 뭐가 그리 재밌냐고? 도대체 일하면서, 애 키우면서 어떻게 하냐고?


“유튜브 한다” 하면 "일 할 시간에 딴짓한다"라고 손가락질부터 당하던 그때부터 “얼마 버는데?” 질문에 초라한 수치로 수치당하던 시절, 그럼에도 묵묵히 걸어 나가 독자를 모으고, 컨설팅도 하고, 강의도 나가고 책도 쓰게 된 지금까지의 기자 김연지의 좌충우돌 유튜버 도전기, 나아가 유튜브로 브랜딩 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전업 유튜버가 아니기에, 특히 '기자' 하면 바쁜 직업, 마감에 늘 쫓기는 이미지가 떠오를 테다. 이런 정신없는 직업을 가졌더라도 "유튜브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유튜버가 되고픈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이야기, 지극히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만큼은 내가 했던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실패에서도 얻는 것은 분명히 있다지만, 시간이 금보다 귀한 것도 사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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