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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Oct 31. 2020

두려움과 용기는 맞닿아 있다

[나를 바라보는 글쓰기④] 상황 때문에 힘들다면 - 나를 바꾸는 용기

앞서 나를 힘들게 하는 세 가지 경우 중 두 가지를 살펴봤다.

1. 내 탓
2. 네 탓(나를 상처 주는 사람)
3. 상황 탓(코로나, 태풍, 경제위기 같은 변수)


내 감정상태와 기분을 점검하는 마지막 글쓰기가 되겠다. 내가 힘든 원인, 내가 이렇게 기분이 나락까지 떨어진 그 이유가 내 탓도, 니 탓도 아니라면 한 가지뿐이다. 상황이 힘든 것이다.  


경제 위기로 인한 실직에, 코로나로 인한 폐업 같은 것이 그렇다. 굳이 따지고 따지고 따지자고 들면, 동료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실적이라든지, 코로나 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내 탓을 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 위기 때는, 운 좋게 나는 실직을 피하더라도 누군가는 해고되기 마련이다. 코로나가 전 세계 대형 항공사마저 삼켜버린 팬더믹 시대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바쁜 자영업자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미리미리 대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일부터 잠 더 줄이고 더 부지런을 떤다고, 경제부 장관을 찾아가 멱살을 잡아봤자 발길을 끊었던 손님들이 줄 서 있을 리는 만무하다.


모두가 다 힘든 시기. 나마저 나를 미워하진 말자. 그 누구도 미워할 필요 없다. 당장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펜을 들어보자. 글을 써보면 머릿속에 떠도는 문제가 좀 더 또렷이 보인다.


위기를 파악하고 도전하는 글쓰기, 나를 바꾸는 용기


이미 터져버린 위기. 주워 담을 수 없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 앞으로만 생각해야 한다. 지금 위기가 더 오래갈 수도 있고 또 다른 전염병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지금의 나와 내 상황을 재정비해야 한다.


코로나가 처음 터졌을 때, 단계별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왔다.


1. 시나리오를 나도 써본. 나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3월 내 끝날 것

- 상반기 내 끝날 것(온도가 올라가면 전염성이 약해질 것이란 관측)

-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

- 내년까지 이어질 것


사실 감염병은 백신만 나오면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나온다, 나온다 하면서 벌써 연말이다.


이런 변수가 터졌을 때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나에겐 도움이 된다. 내가 미리 대처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대처해야 할 테다.


인정해야 한다. 내 의지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게 있고, 시간이 흐르면 세상도 변한다는 것을. 기술 발전을 거듭할수록 세상의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생겨난다. 코로나는 이런 것들의 시간을 앞당겼을 뿐이다.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은 장사가 잘될 수 있지만, 웬만큼 대박 나지 않고서는 10년이고 20년이고 이 식당을 잘 운영해서 대를 물려줄 만큼은 되기 힘들 것이라고. 지금도 수많은 식당과 카페가 문을 닫고 또다시 생겨나고를 반복하고 있을 테니까.


2. 나는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나


자책하고 후회하고 과거의 나를 원망하기 위한 반성이 아니다. 말씀드리지만, 후회와 자책 5분을 넘기지 말자. 이미 지난 일 어쩔 수 없는데 내가 내 스스로를 괴롭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명심해야 할 것은 내가 사는 동안 코로나나 경제 위기 같은 외부 변수가 또다시 오지 않을 거란 법이 없다는 것. 위기가 왔을 때 지금처럼 무너지지 않도록 잘 대비하면 된다.


분명히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람들은 있다. 그것도 함께 써보는 것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는 지금부터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할 것인지 준비하는 과정이다. 


- 지금까지 나는 어떤 노력을 해왔고 (가게 위치 선정 이유, 인테리어, SNS 마케팅,  차별화된 메뉴 등)

- 전략이 통했던 경우는 어떤 것이고

- 어떤 경우엔 또 실패했는지

-  코로나에도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은 나와 뭐가 다른지


반드시 쓰면서 생. 각. 해. 야. 한다. 동시에 무엇을 공부하고 알아봐야 하는지 계획을 세운다. 장사는 계속하더라도 트렌드에 맞게 업종을 바꾸거나 위치를 바꾸거나 인테리어를 바꾸는 등의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장사를 하려면 더 이치에 밝아야 하고, 트렌드를 공부해야 하고, 소비자 심리도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가 왔다고 해서 모든 자영업자가 어려워진 것은 아니듯,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면 세상에 늘 깨어있어야 한다. 쓰다 보면 사느라 바빠, 그동안 놓친 것들이 명확하게 보인다.


3. 앞으로 난 무엇을 할 것인가, 왜 그것을 해야 하나. 최선을 생각하되, 최악을 대비하자.


어렵지 않다. ▲ 과거 성찰 ▲ 현재 파악 ▲ 미래 대비. 보고서 쓰듯 3단계로 나누면 된다. 반드시 손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 PC로 표를 만들며 도식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걱정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힘들수록 걱정하지 않는 삶을 꿈꾸지 말고, 걱정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쓴다는 것은 현재 나의 고민과 생각을 시각화하는 동시에, 지금 내 결심을 내 몸에 새기는 행위다. 계속 기억하고 더 나은 나를 위해 몸에 새긴 걸 반복해 보는 작업이다. 




#기자란 직업은 영원할까? AI포비아, 용기를 내다


IT를 출입한 지 1년쯤 될 무렵, 기자라는 직업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2016년 3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 박람회 MWC에 가게 됐다. 그때부터 이미 그곳은 5G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5G가 도래한 세상에서는 어떤 기술과 서비스들이 도배하는지 현란함 그 자체였다.


백 투 더 퓨쳐 같은 곳에서 낯선 분위기가 감지됐다. 기자보다는 블로거, 유튜버들이 더 극빈 대접(?)을 받았다. 프레스룸에서도 앞자리에 따로 자리가 마련됐고, 기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에나 만져보는 신제품을, 그들은 공식 출시에 앞서 미리 제품을 받아 리뷰를 이미 했더라.


그들의 행보는 거창하지 않았지만 거침없었다. 일반 언론사가 펜 기자/카메라 기자 2인 1조로 움직이면서 촬영 자리 확보하고, 삼각대 설치하고, 기자는 방송 기사 따로 쓰고, 카메라 앞에서 스탠딩 하고, 뉴스에 들어갈 영상 자료 따로 확보하고, 녹화 끝나면 숙소로 촬영본 들고 와서 편집하고 송출하고... 무엇보다 그전에 데스크와도 상의해야 한다. 데스킹 받고 또 데스크는 국장과도 상의하고... 신뢰를 위해서라지만 1분 30초짜리 방송 리포트를 만들기 위해 기획부터 결제, 송출까지 보통 평균 하루가 소요된다.


유튜버들은 그렇지 않다. 혼자서 다한다. 유튜버 한 명이 앞에 삼각대 세워놓고 그 앞에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며 생방송을 한다. 편집이 전혀 필요 없다. 리뷰 같은 것도 다 준비돼서 하는 방송과 달리, 처음 그 신제품을 봤을 때 놀라움, 신선함, 아쉬움 등을 여과 없이 보낸다. 솔직하고 새로운 포맷의 영상이 대중의 시선과 관심을 더 오래 붙들어 놓는 셈이다.


그러면 신뢰도는? 당연히 혼자 하기에 팩트에 대한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인기 유튜버는 왕관의 무게를 안다. 자신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더 꼼꼼히 확인하고 더 체크한다. 방송사 소속 직원이 실수하면 데스크 및 방송사에서 책임을 어느 정도 지지만, 유튜버들은 독박이다. 어렵게 모은 구독자를 한 번의 실수로 잃어버릴 수 없기에 자신의 채널에 스스로 강한 책임감을 부여한다. 그런 곳에서 유튜버들의 경쟁력이 창출된다. 시청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유익한 영상이라 판단되면 알아서 '구독'과 '좋아요'를 누른다.


기자라는 직업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고용 형태나 업무 방식이 상당히 바뀔 것이라 생각한 것이 이때부터. 이후 기사 쓰는 로봇이 개발됐고, 몇몇 언론사는 이를 도입해 날씨, 증권 기사 같은 걸 작성한단 소식을 들었을 때는 내가 평이한 기사나 썼다간 로봇에 대체될 수 있겠다는 걱정까지 들기 시작했다.

기자, 유튜버 되기로 결심하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난 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적어보기 시작했다.


MWC와 로봇 기자 충격 뒤 써본 1. 단계별 시나리오다.


1단계) 로봇 기자가 등장한다.

;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순 없다. 인건비를 절감하면서도 더 높은 생산성을 내려는 고용주들은 당연히 로봇을 들일 테다. 그걸 노조가 뭉쳐서 저지한다 해도, 어차피 시간만 유예할 뿐,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문제일 테다.


2단계) 고용 형태의 변화

; 정규직 기자가 줄어든다. 계약직, 프리랜서 기자가 늘어난다. 매일 일정한 기사를 생산하는 형태가 아니라, 괜찮은 기사가 있다면, 현장 사진이 있다면 그런 것들을 언론사가 구매해 송출하는 시스템으로 변하지 않을까. 최종 확인만 언론사 소속 몇몇 기사와 데스크만 하는 식으로.


3단계) 기자라는 직업이 사라진다

; 아주 사라지진 않겠지만, 경계가 흐려지지 않을까. 1인 1 스마트폰 시대. 모두가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다. 굳이 언론고시 안 봐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다.


→ 4년 전에 쓴 것인데, 아주 다 맞다고 할 수는 없으나 방향은 비슷하지 않나. 로봇 기자는 더 이상 과거 얘기가 아니다. 일부 기사에 '이 기사는 로봇이 쓴 기사입니다'라고 실린 채 보도되고 있다. 가세연을 비롯,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나 100만 구독자 이상의 대형 유튜버는 언론사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엔 네이버가 랭킹 뉴스를 폐지했다. '많이 본 뉴스'는 대한민국 수많은 언론사와 기자들이 상위 5개 뉴스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곳이다. 그래 봤자 네이버 알고리즘이겠지만. 그동안 언론사들이 네이버 좋은 일만 해왔는지 확인한 셈만 됐다.


2. 나는 지금까지 뭘 했나.

아이템 발제, 취재, 기사 작성, 송고, 보도자료 기자, 속보, 단신, 기획 기사, 방송 리포트... 과정마다 누가 더 오래, 깊이 취재했느냐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글쎄... 내 이름 석자 걸고 나온 기사들 전부에 모두 열정을 쏟아부어 기사를 쓴 건 아닌 것 같다. 하루에 많을 때는 예닐곱 개씩 기사를 쓰는데, 물리적 상황을 핑계 대며 대충 쓴 것도 많다.

로봇에 대체되지 않으려면 난 뭘 해야 할까? 로봇이 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할 텐데 그럼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없는 것. 데이터화 되지 않은 것이어야겠지. 속보성 기사보다는 인터뷰 기사나 생생한 현장 기사, 깊이 있는 보도 등을 해야 할 테다. 그런데 이런 건 나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기자들도 다 한다. 로봇에게 대체되진 않더라도 이대로 있다간 다른 기자들에게 대체될 수 있다. 인터뷰, 현장, 심층취재는 기자의 기본이다. 그럼 다른 기자들이 하지 않는 건 뭘까?


3. 어떻게 될까. 이제 뭘 해야 하나.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고용형태도 바뀔 것이고, 기사 소비 구조도 바뀔 테다. 그럼 어떻게 바뀔까? 가설을 세우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금 대한민국 언론은 포털 네이버/다음에 의존하는 구조다. 언론사 자체 홈페이지가 있지만 굳이 홈페이지까지 찾아와 기사를 보는 구독자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네이버와 다음 앱에서 소비한다. 지금도 많은 언론사들은 네이버와 다음 메인에 뜬 기사,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뉴스에 절절매다시피 한다. 마치 메인에 걸려야만 좋은 뉴스인처럼.

네이버와 다음은 천년만년 갈 수 있을까? 야후가 사라지고 네이트도 맥을 못 추고, 그렇게 대단하던 페이스북도 NEW SNS에 밀려날 만큼 세상은 급변한다. 네이버와 다음이 국내에선 오래 지속되더라도 갑자기 뉴스 서비스를 안 할 수도 있다. 구글처럼 바뀌어버리는 거지. 저 엄청난 구글이 한국어를 무섭게 학습하더니 네이버와 다음 버금가는 뉴스 등 콘텐츠 서비스를 해버리네? 아니면 새로운 포털이 나타날 수도 있고, 지금은 세상이 빨라지는 속도마저 빨라지고 있기에 어떻게 바뀔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 그럼 나는 도대체 뭘 하면 좋을까? 어떤 능력을 갖춰야 시대가 변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사 본연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취재력은 기본이다. 전달력? 도 기본 중에 기본이지. 기사를 이해하기 쉽게 잘 써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본다. 꼼꼼하게 보지 않는다. 한 페이지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도 않다. 영상을 많이 본다. 영상 플랫폼 중엔 유튜브가 대세다. 나도 유튜브를 해볼까? 기사를 영상화해 유튜브로 전달하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취재하고 잘 쓴 기자라도, 그 기사가 전달되지 않으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나는 아나운서 준비도 했으니 방송도 잘할 수 있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렵거나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신난다. 재밌을 것 같다.

채널 이름은 뭐로 하지? 편집도 할 줄 모르는데. 일단 사람을 구해야겠다. 채널을 우선 열고, 하나씩 배워가야겠다. 다 배우고 시작하기엔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다. 미루는 동안 세상은 또 변할 테니까.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다. 2017년 10월 23일 첫 영상을 올렸다. 카카오가 첫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 미니' 리뷰 영상이다. 당시 카카오가 처음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놓으면서 기자들을 불러 시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얘기를 듣자마자 촬영&편집해줄 사람을 구해서 그리로 갔다. 오글거림으로 점철된 영상이 스타트를 끊었다. 당시 구독자는 6명. 나, 남편, 엄마, 아빠, 오빠, 동생뿐이었다. 그렇게 시작해 3년이 흘렀다. 구독자 4만 3천 명. 그렇게 많다곤 할 수 없지만, 나는 확실히 많이 변했다. 촬영, 편집 모두 배우고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혼자서 다 해낸다. 진짜 1인 미디어가 됐다. 232만 뷰 영상도 탄생했다.


<베이비박스를 찾아갔어요. 여러분께서 후원자가 되셨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8TnpcJItEg&t=8s

 

이 영상이 남다른 의미를 주는 것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살고 싶은 내 목표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다. 이 영상을 보고 베이비박스에 대한 관심이 늘고, 기부 또한 증가했다고 한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에서 "고맙다"라고 연락이 종종 왔었다. 무더웠던 지난여름엔 이 영상을 보고서 에어컨을, 최근엔 쌀 열가마니 후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나와는 비교도 안될 더 귀한 일을 하는 건 그분들인데, 참 쑥스럽다.


그러나 4년 전 고민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3년 전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정신없이 움직이고 기사 쓰는 자판기처럼 사는 것보다 훨씬 보람 있고 행복함을 느낀다.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된 것 같고, '내일은 또 무슨 영상을 만들까, 어떤 기사를 써서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까?' 즐거운 고민에 빠져 산다.


취재에는 정도가 없다. 취재는 신념이자 끈기다. 오보를 확인, 또 확인하고 남들이 보지 않는 시선에서 보려 하고, 결과를 도출해낼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 누가 오래 또 먼저 하느냐가 특종을 좌우한다. 많은 기자들이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모두가 전교 1등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취재력을 기자의 경쟁력으로 삼기엔 출입처, 포지셔닝, 언론사 인력 운용 상황 등을 배제하긴 힘들다.(인력이 적으면 한 아이템 취재에 시간을 오래 주지 않는다)


전달력은 다르다. 방송 기자가 발음이 나쁘면,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신문기자가 앞뒤가 안 맞는 글을 쓴다든지 주술이 안 맞는다면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아무리 오래 공들인 취재라도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그 기사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적어도 전달력 부분에선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나는 활자로도 기사를 쓸 수 있지만 영상으로도 독자에게 다가간다. 모바일 기술이 발전할수록 통신 속도가 빨라질수록 영상 콘텐츠는 더 각광받을 것이다.


요즘 내 글쓰기의 주된 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어떻게 제작하면 메시지가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까. 이걸 주제로 영상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구성해야 사람들이 더 사회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왜 사람들은 환경 문제에 심각성을 느끼면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지는 못할까, 안전사고가 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생산적인 글쓰기 도전하는 글쓰기다.


글쓰기는 내 머릿속에 있는 걸 시각화하는 과정이다. 이것만 명심하면 된다.
노트나 PC에 옮겨 적는 순간 단순해진다.


이런 모든 과정들이, 남들이 말하는 '성공'으로 끝날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소위 성공 궤도에 올라, 남들도 손뼉 쳐주고 인정해주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손전등 같은 역할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테니까.



브런치도 내겐 큰 자극이자 동기부여가 됐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언론사라는 울타리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단 한 번도 놓지 않았다. 그 우려는 이제 확신이 됐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글 잘 쓰는 사람이 세상에 정말 많다는 것을 브런치 계정을 만든 날부터 매일 느끼고 있다.


브런치는 행운이었다. 첫 브런치는 허리디스크가 생긴 다음부터 극복과정을 다룬 글이다. 쓰면서 정말 큰 힘이 됐다. 뜬금 브런치 찬양이냐 할 수 있겠지만 아주 정기적이진 않아도 글을 꾸준히 쓰게 해주는 동기 부여가 됐기 때문이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도 아파서 무너진 다음, 브런치를 쓰면서부터였다. 해당 글들은 모두 내가 아프게 된 것, 회사에 대한 원망으로 시작한다. 세상 이렇게 억울한 피해자가 또 없다.


그러나 아무리 나를 탓하고 회사를 원망해봤자, 아프기 전으론 절대 돌아갈 순 없다. 나만 계속 힘들 뿐이다. 내 푸념을 듣고 있는 가족들만 괴롭힐 뿐이다. 그렇다고 회사가 나에게 사과를 한다거나 그간의 마음고생을 알아줄 리도 만무하다.설령 회사가 유감을 표하더라도 나는 아프기 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


어지럽고 힘든 마음을 부여잡느라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로써 건강을 찾았다. 무너졌던 멘탈도 회복됐다. 글을 쓰다 보면 마음을 비우게 된다. 내가 아프게 된 것을 '사고'라 여기기로 했다. 사고는 예기치 않은 순간 생기는 것이니까. 죄책감과 원망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글 쓰는 걸 어렵지 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회사'라는 단어만 들어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나올 것이다. 그걸 하나씩 가장 선두에 있는 생각부터 끄집어내 손으로 뱉으면 되는 것이다. 글로 적으면 보인다. 내 기분과 내 상태와, 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손이 빨라질수록, 내 얼굴은 편안해질 테다.


어제를 후회하고 세상을 원망하기보다는, 나여서 할 수 있는, 나이기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길 바란다. 내 글이 당신에게 도움이 됐듯, 당신의 경험과 글도 누군가에게 똑같이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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