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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Nov 01. 2020

당신의 글이 누군가에게도 힘이 될 수 있기를

["왜"로 묻고 "나"로 답하다] 첫줄 고비만 넘기면 이미 성장한 셈

정말이지 사는 게 녹록지 않다. 요즘엔 근속 연수 30년을 채운 부모님이 그저 대단하고 대단할 뿐이다. 나는 3일 다니고 이게 아니다 싶었는데. 어린 시절 바쁘기만 했던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우리 엄마 아빠만큼이나 살면 다행이겠다' 한 숨 푹 쉴 때가 많다.


이 지옥 같은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끝은 있을까? 나라는 사람은 어디 가고 과장 나부랭이만 남은 건지?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두렵기만 하고, 여전히 가끔은 아침에 눈 뜨는 게 공포로 다가오기도 한다.


혼란이 찾아오면 '왜'라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는 왜 지금 힘들지? 왜 아침이 공포지?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


답을 적어본다. 질문에 대한 답은 나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내가 더 깊이 나에 대해 몰두하고 집중할수록 글은 더 깊고 풍성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큰 바위를 조각칼로 깎고 새기며 모양을 완성해가듯, 나를 한 자 한 자 새기면서 더 단단하고 멋진 모습으로 다듬어가는 과정이다.


세상이 날 힘들게 하고 누군가 자꾸 내게 상처를 준대도,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다. 나를 바꾸고 싶으면 행동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나를 찾는 글쓰기다.


부모님의 부재로 외로웠던 시절,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교과서 외에 것들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일기를 쓰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갔던 것 같다. 삐뚤어질 수 있는 세상의 유혹들이 내손을 여기저기서 잡아당겼지만 글은 항상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줬다.


세상은 남들 사는 대로, 편안히 살라고 부추겼지만, 그러지 않았다. 글을 쓰는 건 어려움을 이겨내고 또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사는 법을 깨닫게 해 줬다.


글쓰는 습관은 지금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고민하게 한다. 그래서 지금 이 글도 쓰고 있다. 방황하는 어른이들이 자기 자신을 찾도록 안내하기 위해서.


나를 찾고 싶다 했더니 "갑자기 왜 글을 쓰래?" 황당할 수도 있고, "숨쉬기조차 버거운데 펜을 들어 글을 쓰라고?" 귀찮다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써보자. 예쁜 노트를 꺼내야할 필요도없고, 예쁜 펜도 스티커도 필요없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위한 글쓰기가 아니다. 도저히 손으로 쓰고 싶지는 않다면, 그냥 PC에 스마트폰에 써도 된다. 글이라는 시각화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내 미래를 계획하며 반드시 성장할 것이다. 나를 돌아본다는 건, 그만큼 나를 사랑하고 나에 대한 내 자신의 기대치를 높여나가는 과정이다.


글을 쓴다는 것, 절대 거창한 게 아니다. 그리고 원래 처음 쓰는 글은 대체로 볼품없다. 유명한 작가들도 다 공감할테다. 좋은 글, 혹은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글이 탄생하는 것은, 작가들이 쓰고 쓰고 또 쓰고, 지우고 쓰고 또 지우고 또 쓰고 이런 단순 노동의 수많은 반복 끝에 가능한 것이다.


글을 어떻게 쓰냐고 묻던 사람들이 글을 써보고선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첫 문장을 쓸 때까진 힘들었는데 두 번째 문장부터는 쭉쭉 나오던데요?" 회사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오늘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생각났거든요 "아, 이때 이렇게 말했어야헸는데!!!!!! 이런 머저리 같으니!!!!"


'동료 욕으로 시작해 자기 비하로 끝나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도 생각이 깊었나? 착했나? 왜 그 사람에 대해 욕하다가 또 그 사람이 짠해지는 건 뭐지?' 헷갈리기도 하고

'아니, 뭔 걱정을 이렇게 할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왜 미리 부정적인 결과를 생각하며 나는 불안해하는 거지? 왜 하늘이 무너질 건 걱정 안 해?'


글쓰기는 몰랐던 나를 발견하기도, 잊고 살던 나를 다시 찾기도 하는 과정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다면 대세를 좇기보단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고 단점은 보완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글쓰기는 절망을 없애는 최고의 진통제가 되기도 한다. 무력감 같은 어두운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준다. 힘든 상황을 한 발치 떨어져 나를 바라보게 만듦으로써,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고마운 친구다.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빛난다. 당신 덕분에 이 세상은 오늘도 빛나고 있다. 다만 써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세상의 조건에 가려진 숨은 옥석인 당신을 찾게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글쓰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게 됐다면, 그 이야기를 꼭 다른 사람에게도 해주길 바란다. 당신만의 이야기는 분명히 누군가에게 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당신의 글을 보며 위로를 얻을 것이고 힘을 낼 것이고 정보를 얻을 테다. 당신이 쓴 글로 누군가의 하루가 바뀌고 그것이 모여 또 자기만의 인생을 개척할 것이다. 글은 말보다 무겁고 강하며 오래도록 지속된다.


펜을 들자. 나를 찾기 위해 노트북을 켜자.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나를 찾는 여행 가방은 다 싼 셈이다. 어려워 보이지만 쓰다 보면 보인다. 첫줄만 쓰면 어렵지도 않다. 행복 역시 내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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