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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Oct 30. 2020

걱정마. 내가 쓰는 문장대로 뭐든 다 이루며 살테니까

[나를 잃지 않는 글쓰기]돌이켜보면 소중한 시간, 힘들게만 보내지마

돌이켜보면 소중한 시간, 힘들게만 보내지 않았으면

그걸 굳이 써야 알아요?

안 써도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나에 대해서 잘 설명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충분히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굳이 안 해도 된다. 다만, 그렇지 않다면,


눈에 보아야 이쁘고

적으면 확실해진다.


요즘처럼 풍요롭고 즐길 것도, 먹을 것도 넘쳐나는 이 시대에 사람들은 왜 힘들어할까? 지난날을 그리워할까? 잘 살지 못하던 예전보다 더 외로워할까?


나도 그랬다. 주변에 많은 이들이 그렇더라. 왜 이렇게 불안해하며 살까. 그렇게 가졌으면서 왜 자꾸 더 가지지 못해 안달일까. 힘들고 바쁘다면서 그럼 그 많은 것들 중 몇 개만 내려놓으면 될 텐데 왜 그걸 다 안고 가려는 걸까?


써보지 않아서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지 않고 살기 때문이다. 자신이 누군지 고민할 틈이 없다. 써보면 내가 보인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만의 길을 찾는 자기만의 방법을 터득한다. 생각만 하고 머릿속에 상상하는 것도 물론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단 낫지만, 어떤 형 태로든 써서 한번 눈으로 마주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손편지만 해도 그렇다. 잘못을 저지른 공인들이, 진심으로 뉘우친다면서 반성과 사과를 표할 때 직접 쓴 손편지가 게시하곤 한다. 그냥 머리 숙여 인사하고 말지, 왜 굳이 손편지를 쓸까. 그리고 이메일과 손편지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할까. 내용은 어쨌거나 똑같은 편진데.


고백받거나 연애할 때도 손편지를 주고받아본 사람은 알 테다. 정성이 담긴 편지를 읽고 있으면, 이 편지를 쓰는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사람은 분명 웃고 있다. 입가에 쑥스러운 미소가 가득하다. 혹은 보고 싶은데 얼굴을 보지 못해 아쉬운 표정일 수도 있겠다.

편지를 쓰는 사람은 그 편지를 쓰는 동안 얼마나 상대방을 생각했을까. 문장마다 단어 하나하나, 쉼표를 넣는 순간까지도 그 편지를 읽는 상대를 향한 배려와 사랑이 묻어난다. 얼마나 고민했을까. 얼마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썼을까. 내가 쓰는 글도 나를 위한 편지인 셈이다. 형식이 달라지더라도 그 속엔 내 생각 내 의견 내 고민들이 녹아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사람들은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쓰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PC나 모바일로라도 쓴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손글씨를 쓰는 만큼 단어 하나를 내뱉기 전 고민의 깊이는 다르다. 쉽게 쓰고 지울 수 있는 PC/ 모바일과, 지워도 흔적이 남는 손글씨의 낭만은 결코 현대 문명 기기가 따라갈 수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낭만도 모르는 것들이! 편의라는 이유로 일상 깊숙이 들어와 생각을 못하도록 막는다. 나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살도록 부추긴다.




#나를 찾지 못하게 하는 세상


우스갯소리로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잡스'럽게 만들었다고 하지 않나. (스티브 잡스 님 무한 존경합니다. 제가 지어낸 얘기 아니어요^^;;)


스마트폰이 각자 개인의 손에 쥐어지면서 누구나 쉽게 미디어에서 놀 수 있고, 자기만의 SNS 공간을 누린다. 늘 손에 들고 다니는, 침실과 화장실 등 은밀한 곳까지 함께 가져가는 이 작은 폰은 터치 한 번으로 전 세계로 연결한다.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 인정받고 싶어 한다. 더 연결되고 싶어 한다. 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연결돼야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가 매겨진다. 자기만의 개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개성이 공공연히 인정받지 못하는 거라면 스스로를 부정한다. 다시 인정받으려 나를 남의 시선에 끼워 맞춘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지 못하고, 자기 다운 것보다 남이 사랑해주는 방식으로 살아가려 한다.


손 안에서 휘양 찬란한 세상을 만끽할 수 있으니 어찌 이 작고 반짝이는 것을 계속 들여다보지 않을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켜면 재미있는 것 투성이다. 궁금하지도 않은데 잠금을 풀고 네이버와 다음을 들락날락거린다. 유튜브, 틱톡,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대로 그걸 보고 있다. 시간이 그렇게 잘 갈 수가 없다. 끄자마자 외로워진다. 공허함이 밀려온다.


나의 10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없이 살았던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손으로 일일이 쓰다 보니 팔이 아파서라도 잠깐 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종이에 손수 써서 기록하던 때와 달리, 손가락만 툭툭 두들기면 된다. 허리에 무리가 가는 줄도, 목이 하염없이 굽는 줄도 모르고 계속 이 작은 기기를 향해 고개 숙여 기도한다.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세요~"


스마트폰이 있으니 이동 중에도 지시도 끊이지 않는다. 일 처리가 빨라진 만큼 새로운 일거리도 계속 쏟아진다.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해준 인터넷 덕분에 시차도 없다. 여긴 새벽인데도 한창 낮인 곳에서 이메일이 수시로 날아온다. 일하는 데 밤낮이 없다. 52시간 시행됐는데도, 퇴근 뒤 톡이 온다. 어디 업무뿐인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친구도 사귈 수 있게 되고, 보고 싶은 친구와도 언제든 연락할 수 있다 보니, 이 작고 반짝이는 녀석을 놓을 틈이 없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포스팅에 엄지 척과 하트를 받으려면 나 역시 페친, 인친들에게 '댓글'과 '좋아요'를 눌러줘야 하는 것은 단순 노동에 불과하다. 더 많은 팔로워를 끌어들이고, 조회수와 하트 수를 늘리기 위해 세상이 멋지다고 하는 것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에 주목하게끔 한다. 그래서 그걸 닮아가도록 하고,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내게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사도록 부추긴다.


저커버그는 진정 천재일까. 아니 무당.. 일까.. 네이버와 쿠팡 장바구니는 언제 뒤졌는지 이걸 왜 자꾸 내 인스타 피드에 보여주냐고.. 자기를 사라고 난리다.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면서도 스스로 사생활을 공개하고 공유하면서 광고주들의 먹잇감이 되고, 나 자신마저도 잃어가고 있다.


새벽에도 울리는 까똑, 침침한 눈을 비비며 입 맞추다시피 들여다보는 모니터, 거북목이 되고, 종일 앉아서 자판을 두들기고 있으니, 경추와 요추가 터져버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게 아닐까. 퇴근해서도 계속 일하다 보면 몸은 집에 있어도 회사에 있는 것과 차이가 없다. 나는 또 내 일 처리 결과에 따라 상사의 평가를 받아야 하니까.


SNS도 결국 평가의 연장이다. 일상을 올린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가상현실이다. 상사에게 쪼임 받고, 업무에 허덕이는 내 모습보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진만 올리지 않나. 조금 전 올린 한 장의 사진이, 나의 24시간이라고, 365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지금 내 기분, 내 상태보단 남이 봤을 때 좋아 보일만한, 부러워할만한 것들을 올린다. 자꾸만 좋아 보이는 것들을 수집하고, 남이 부러워할만한 것들을 소유하려 한다.


사진 속에 내가 있더라도, 그 사진 속의 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꽤 괜찮게 살고 있는 '포장된 나'일 뿐이다. 스마트폰과 PC 족쇄를 찬 일상 속에서, 무너지고 있는 척추보다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일과 일상의 경계가 사라졌고, SNS에 파묻히면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갈수록 커진다. 어떤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지, 인스타에 올라온 내 모습이 진짜 나인지, 이 한 장을 위해 별 준비를 다 하는 게 진짜 나인지, 미치겠다 정말. 쉬어야만, 자야만 하는 시간에도 우리는 자발적 족쇄를 차 버렸다.


내가 보는 나 보다 '남이 바라보는 나'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나조차 나 자신을 내 안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밖에서의 시선에 치중돼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어렵게 됐다. 앞으로 기술은 더 발전할 텐데..


그거 아니? 넌 네가 하고 싶은 거
 뭐든 다 할 수 있어
너만 놓치지 않으면 돼. 너 자신을


그래서 쓴다. 이렇게 집중하기 어려운 시국에, 멀티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오로지 나만 바라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적는다. 남은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싶거든. 한번뿐인 인생이니까. 지나간 시간은 다신 돌아오지 않으니까. 지난 건 어쩔 수 없어도 앞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아갈 테다. 누구나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남들에게 판단받을 이유도 없다.


그게 돼? 물론 쉽지 않다. 과거도, 현재도 단 한 번도 쉬운 적 없었고, 생각대로 된 것보다 안 됐던 때가 더 많았다. 미래 역시 내 기대의 발끝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절대 그렇게 내 노트에 쓰지 않는다. 내 노트엔 후회와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미래는 늘 장밋빛이다.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걱정해봤자, 나만 갉아먹을 뿐이다.




*조작 논란으로 모든 이에게 상처만 준 <프로듀스 101> 기억하나요?


내가 정말 사랑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왜 내가 학교 다닐 땐 저런 프로그램이 없었을까?" 한탄하면서도, 저기서 "핑미업"을 외치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살려주세요~"


아이들은 해맑은 얼굴로, 투표를 독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죽는 거 아니잖아; 왜 살려달라는 거야 무섭게 ㅠㅠ

시청률을 요구하고 이에 압박받는 어른들의 잣대에, 조금 어긋난다고 해서 너희 한 명 한 명의 가치가 낮아진다거나, 그런 이유로 목숨을 구걸할 필요는 없는데..


기업 이윤을 추구해야 하고, 실적 압박을 받는 건 자신들이면서, 이들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아이들의 개성을 무시한 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길들여지게 만든다. 이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존재 가치를 하찮게 여기거나 그 기준에 끼워 맞추기 위해 자신과 싸워야 한다.


문제는 이 어린 친구들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간다고 해서 꽃길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떨어진다고 해서 이들의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 시련 투성인 시험을,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여겨줬으면..이 친구들 모습 그대로를 응원하는 이모팬으로서 간절히 바랐다.


가진 재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받던 '정동수'란 참가자가 아쉽게 방출되던 때 이런 얘기를 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데
너무 힘들게만 보낸 것 같아요"

프듀를 보면서 나도 참 많이 배웠다. 자기의 모든 순간이 전국에 공개되고 의도치 않게 편집되고 일거수일투족을 네티즌에게 평가받는 말도 안 되는 살벌한 과정을 거쳐서 그런가.


어린 나이에 비해 훌쩍 자라 버린듯한 소년들은 어른들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공감 어린 얘기들을, 때 묻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때 묻은 어른들의 기준에 좌절하면서도 환경을 탓하거나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나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내가 못해서 그런 거라며.. 내가 더 잘하겠고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많으니 지켜봐 달라고.. 센터가 아니더라도 뒷줄 맨 구석 카메라가 잘 비추지 않는 곳에서도 자신의 전문 파트가 아니더라도 숨이 차올라도 항상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에서 더 짠하고, 안타깝고 더 예쁘고, 응원해주고 싶고 .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그들에겐 가장 빛나는 순간이 아닐까..


나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사회인 연습생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젊음을, 이 소중한 시간을, 너무 힘들게만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어디 있든, 어떤 모습이든, 내가 '나 다움'을 놓치지만 않으면 나는 언제나 어디서든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쓴다. "힘들었지만 소중한 시간들을 늘 기록하고, 그 안에서 성장한 나를 발견하고, 다음 또 위기가 닥치면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면 되니까. 그 과정들이 모여 진짜 내가 되는 거니까.


앞으로도 나는 내가 쓴 글대로 빛날 것이라 믿는다. 희망을 적는 대로, 기도하는 대로, 성공은 몰라도 성장해왔다고 믿는다. 힘이 들면 힘을 내려 글을 쓸 것이고, 내 열정만큼이나 뜨거운 글을 쓰려 한다.


"그거 알아요? 당신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어요. 써보지 않아서 몰라요. 당신이 얼마나 빛나는지. 부디 당신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지 말길. 돌이켜보면 너무나 찬란할 이 순간을 힘들게만 보내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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